본문 바로가기

Simple Life

노숙자와 불법 이민자들

올 여름을 지나면서 좀 다르게 느낀 게 하나 있는데, 시카고에 노숙자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시카고에만 늘었냐 하면 또 그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사는 서버브 동네에도 보인다. 노숙자가 있기 힘든 동네인데, 아침에 조깅하러 공원에 갔다가 그런 사람들 좀 봤다. 그 사람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겠지. 우리 동네에서 사고를 친 것도 아니고 해서 아직 크게 불평하는 사람들은 못봤는데, 이게 시카고에 노숙자 수가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지 싶다.

나는 시카고가 노숙자들 살기에 좋은 도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름이야 그럭저럭 지낼만 하겠지만 겨울이 되면 진짜 거리에서 살기가 불가능해진다. 노숙자들도 뭐 이런 걸 모르지는 않을텐데 왜 여기 있는 것일까? 자세한 사정이야 모르겠지만 난 이게 작년부터 유입된 불법 이민자들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시카고는 스스로 불법 이민자에게 관대한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싶어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무슨 시의 조례가 있어서 경찰이 누구를 검문하더라도 체류자격에 대한 것은 묻지 못하게 되어 있다. 불법 이민자들에게는 일단 시카고에 들어만 오면 신분 때문에 어디 갇히거나 쫓겨날 일은 없다는 것이지. 이른바 Welcoming City Ordinance라고 한다. 얼마나 인간적이고 가슴 따뜻하냐 뭐 이런 이미지를 주고 싶어한다. 근데 시카고 위치를 봐라. 시카고는 캐나다 국경하고는 좀 가까워도 저기 남쪽 국경에서는 한참 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불법 이민이 남쪽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걸 보면, 어차피 시카고까지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저런 소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이지. 그냥 생색 내면서 이미지만 혹은 자기 만족만 취하는 것이지.

현실적으로 불법 이민자 문제를 맞닥드리고 있는 텍사스 같은 동네에서 보기에는 얼마나 꼴같잖겠나. 그래서 텍사스 주지사가 지네 동네에 밀려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을 버스에 태워서 시카고로 보내버렸다. 불법 이민자들을 따뜻하게 받아줘야 된다고 생각하면 직접 그리 하라는 것이지. 시카고가 준비가 되어 있었을 리가 없지. 그래서 그 사람들은 대규모 행사장에 수용을 하네 경찰서 바닥에 재우네 등등 혼란을 겪었다. 뭐 그러다가 동네 공공 체육 시설이라든가 그런 데로도 보내고 호텔에도 보냈단다. 심지어 우리 동네 근처의 호텔에도 불법 이민자들을 50명인가 60명인가 보내서 머물게 했다네. 근데 거기가 시카고 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동네 시장은 통보도 못 받았단다.

당연히 시카고 주민들은 불평을 하고 있다. 호텔에 보낸다 치면, 그 돈은 결국 시카고 사람들이 낸 세금 아닌가. 거기에는 내가 점심 사먹을 때 낸 세금도 포함되어 있겠지. 동네 체육 시설이 폐쇄되면 불편하기도 하고. 또 그 사람들이 여기 와서 얌전하게 있지만은 않는 것 같다. 보도에 따르면 밤늦게 파티도 하고, 마리화나도 하고 등등 그 동네 주민들이 견뎌야 할 행동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 이건 뭐 머리가 좋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지. 내가 전에 살던 건물에도 대학 갓 졸업한 애들이 이사와서는 루프탑에 올라가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파티를 하는 통에 이웃들이 고생을 했다. 시카고에서는 주거지역에서 밤 늦게 야외에서 음악을 트는 건 불법이다. 근데 얘네들이 그걸 모르고 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올라가서 너네 하는 짓이 불법인데, 사실 경찰에 전화 하려다가 아무래도 니네들인 것 같아서 먼저 올라와본 거라고 얘기해준 적도 있다.

일이 이렇게 되니 시카고는 텍사스를 비난하고 나섰다. 사람을 짐짝처럼 버스에 실어서 대책 없이 보내다니! 이러면서 말이야. 그 사람들 먹이고 재우느라 돈이 떨어졌다고 연방 정부에 예산을 신청한다 어쩐다 뭐 이러고 있다. 텍사스가 시카고에만 사람들을 보낸 것도 아니고 뉴욕이나 워싱턴 DC에도 보냈다네. 다들 국경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입만 나불댄다 싶은 동네들이지.

사실 난 텍사스 주지사 입장이 이해가 된다. 감당해야 할 불법 이민자들은 끊임없이 밀려 들어오고, 그 사람들에 관련된 문제 해결하느라 돈도 인력도 계속 빠져들어간다. 무슨 밑 빠진 독도 아니고 말이야. 연방 정부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소리나 하면서 도와주지도 않으면 이러는 게 이해는 된다.

또 불법 이민자들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것이, 내가 이민자이기도 하지만, 중남미는 진짜 상태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콜롬비아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정한 여행 제한 국가이다. 위험하니까 가지 말란 소리지. 그런데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콜롬비아로 탈출을 하고 있단다. 아버지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도저히 키울 환경도 돈도 없는 상황이면 무슨 선택을 해야할까? 미국으로 가야지 뭐. 아이가 없어도 살 길이 막막하면 미국으로 밀입국을 하는 게 너무나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렇게 해서 미국으로 들어온다 치자. 그 사람들은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들의 커뮤니티를 찾아가는 게 최선인데 아직 거기 못 갔단 말이야. 그럼 이 동네 관습에 익숙치 않으니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시카고 주민들의 불만도 보면 여기 사는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건데, 사람이 원래 가진 게 없고 급하고 하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존중 같은 게 잘 안 된다. 원래 나쁜 새끼야 뭐 말할 것도 없고, 안그랬던 사람도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리고 좀 멀쩡한 accommodation을 제공받는 행운을 누리지 못한 사람들은 노숙으로 빠지기도 할 것 같다. 경찰서 바닥이나 길바닥이나 이러면서 말이다. 그래서 노숙자가 늘어난 걸지도 모르지.

이게 참 어려운 문제인 것이, 모든 party가 다 이해가 되니까 말이다. 연방정부가 국경 통제를 하겠다고 하는 게 가장 나아 보이는데 미국 역사를 보면 또 막 이걸 밀어붙이기도 어려운 것 같더라. 더불어 Agency Problem이란 참 만악의 근원이구나 싶다. 똥 싸는 놈과 치우는 놈이 같으면 없었을 문제가 이게 다르면 반드시 생긴다. 누가 본인 똥을 자꾸 치워주면 그냥 이제 고마운 줄도 모른다 뭐 이런 걸 넘어서 현실 감각을 잃어버리는 것 같다. 그러면 주변에 폐만 끼치는 잉여인간이 되는 것이지. 나도 내 똥 내가 치우고 살아야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