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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첫째의 1학년 반 배정 발표

이 학교는 새 반과 선생님 발표를 개학 1주일도 안 되었을 때에 한다. 학부모들의 민원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데 뭐… 나름 현명한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방법이란 없을테니까.

그리하여 어제 아침에 발표가 되었다. 아줌마들끼리 누가 어느 선생님에게 배정되었는지 문자가 불이 나도록 오더라. 결론적으로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는 반 배정이 되었다. 무엇보다 우리 애를 괴롭혔던 그 XXX와 다른 반이 된 것이 만족스럽다. 사실 킨더 선생님으로부터 약속 받은 것이기도 했고 학교 입장에서도 이렇게 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걸 계속 놔뒀다가는 사고가 터지기 쉽거든. 한국에서도 자기 자식 괴롭히는 애에게 직접 물리력을 행사한 부모 사건이 있지 않았나. 미국이라고 그런 일 없으리라는 법 있나. 오히려 더 과격하게 터졌음 터졌지.

하지만 우리 애의 베프와는 떨어지게 되었다. 그 아이의 엄마로부터는 선생님한테 우리 애와 그 베프가 1학년 때에도 같은 반이 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해주겠다는 얘길 들었다는데 의외로 떨어지게 되었다. 얘길 듣자하니 쌍둥이와 베프들은 떨어뜨리는 게 원칙인 것 같더라. 베프를 붙여달라는 요구는 뭐.. 좀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거지. 헌데 요새 플레이 데이트 하고 서머캠프를 같이 다녔던 애들이 모조리 다 다른 반으로 배정되었다. 이건 뭐…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네. 그래도 베프의 쌍둥이 자매와 한 반이 되었고, 가끔 어울리는 친구 몇 명도 그 반에 있다니까 적응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 같긴 하다. 하여간 그래서 어느 집에서는 애가 울고 불고 난리가 났고 어느 집에서는 좋아하고 뭐 희비가 엇갈리는 오전이었다. 근데 애초에 반이 두 개 밖에 없는데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될 수가 없는 것 아닌가.

우리 애는 뭐 그냥 그렇게 슬퍼하진 않는다. 그 XXX랑 떨어지는 건 진작 알고 있었으니까. 베프와 떨어지는 건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플레이데이트는 계속 할 것이고, 다른 친구들이랑 지금 하는 activity도 이어질테니까 말이다.

내가 관찰한 우리 아이의 특징 중 하나는 정서적으로 엄청나게 demanding한 애라는 거다. 갓난 애기때부터 그랬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애기도 욕구가 있다. 수면욕이나 식욕 이런 거 외에도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이다. 이 정서적인 욕구는 안겨 있는 등 보호자와 교감을 하면 채워진다. 첫째는 이 욕구가 무지무지하게 강한 거다. 예를 들면 어지간한 애는 적당히 안겨 있는 걸로 충분한데 우리 애는 엄청나게 많이 안겨 있어야 채워질까 말까 하는 거다. 그래서 얘는 사랑을 정말 많이 받아야 하는 애다. 그런 점을 의식해서 애정 표현을 많이 해준다. 사랑을 많이 주는 부모와 친구가 필요한 애인 것이지.

이런 점에서 그 베프와 떨어지게 된 건 너무나 아쉽다. 둘이 꼭 붙어 다니면서 정말 서로를 좋아해주는데 바로 우리 애에게 필요한 그런 친구가 아닌가. 듣기로는 그 베프도 우리 애 같은 친구가 필요한 것 같더라. 피차 정말 필요한 친구를 만난 것인데 참… 우리에게는 그 망할 XXX와 떨어지는 게 최우선순위였기 때문에 딱 그 요구만 했던 것이고, 아무래도 요구를 여러개 하면 꼭 필요한 것도 안받아들여질까봐 그랬었다. 반면 그 베프의 엄마는 베프와 우리 애를 붙여달라고 부탁했다는데 뭐.. 이유가 뭐든 간에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나도 너무 안타깝다.

참 이렇게 써놓고 보니까 우리 둘째는 첫째와 너무 다르네. 애기 때도 이렇게 편한 애가 없었다. 첫째는 뭐 진짜 소아과 의사가 듣고 놀랄 정도였는데. 친구와 어울리는 걸 너무나 좋아하고 원하는 첫째와 달리 우리 둘째는 데이케어에 있는 친구 이름 말해보라면 아무도 모른단다. 똑같은 부모와 똑같은 환경에서 크는 애들이 어찌 이리 다를꼬. 참 애들은 예측 불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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