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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마이너리티로 살기

뭐... 내가 백인 동네에 꼽사리 껴서 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이라면 동남아 사람이 한국 사람들 사이에 껴 사는 거랑 비슷하겠지. 마이너리티도 그냥 마이너리티가 아닌 게지. 엑스맨처럼 뭐 좋은 게 있는 마이너리티가 아니고 핸디캡 있는 마이너리티인 것이다. 아무리 요새 한국 이미지가 좋다 해도 뭐 이건 변하지 않는다.

이게 우리 가족의 삶에 영향이 있느냐… 하면 있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와 딱히 어울리고 싶어하진 않는 것 같다. 게다가 영어도 뭐… 네이티브 스피커가 아닌 게 티가 나고. 애들 플레이데이트 상황을 보면 대충 파악이 된다. 우리 애를 일부러 배척하지는 않지만, 뭐 그래 보이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엮일 일이 드물고, 그냥 우리 애가 플레이데이트 하기에 선호도가 높은 것 같진 않다. 애들 여럿 불러모을 때는 포함되는데, 뭐 이것만 해도 다행이긴 한데, 보통 플레이데이트라는 게 애 하나만 불러오는 거라서 말이지. 우리가 플레이데이트 초대하는 수가 우리 애가 초대되는 수보다 월등히 많다. 다른 애들 입에서 우리 아이의 이름이 잘 안 나온다는 뜻이기도 하고, 다른 부모들도 자기 애가 우리 애와 특별히 친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학년이 바뀌고 우리 아이에게는 새 베프가 생겼다. 걔를 우리집에 두 번 초대했구나. 그냥 온 적도 있고. 그런데도 그 아이 집에서는 우리 애에게 아무런 말이 없다. 좀 씁쓸하다. 힘도 빠지고 말이야. 전에 만났을 때 내가 말 실수를 한 게 아닌가 신경 쓰이고. 뭐 내가 괜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는데. 뭐 모르겠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신경을 쓰지 않는 게 내 인생에 더 도움이 되겠지.

예전에 살던 동네의 세탁소 아저씨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뭐 그 아저씨는 애들 다 키웠기 때문에 옛날 일이라 편하게 한 것 같다. 플레이데이트를 하면 부모도 같이 오는 경우가 있다. 뭐… 와서 보는 거지. 자기 애가 이 사람들과 어울려도 괜찮을지 좀 재는 느낌도 있고. 그러면 한 번 와보고는 다시는 안 오더란다. 마이너리티에다가 집도 좀 작고 하니까 그렇지 않나 짐작만 하시더라. 이런 식으로 본인이나 애들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대.

그럼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지, 이걸 어떻게 극복했는지 물어봤다. 그냥 애가 공부 잘 하니까 다 해결되더란다. 아니 아저씨… 이게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아무튼 그러했다고 한다. 아시안, 특히 한국인 하면 공부만 잘 하고 다른 건 좀 뭐 그냥 무난하다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공부라도 잘 해야 미국 주류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게 현실인 것 같다. 이른바 생존 전력이라고 할까.

그냥 나와 내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겠다. 애가 가족에게 사랑받고 보호받고 있다는 걸 알게 하고, 그렇게 행복하고 밝은 아이로 키워내야지. 공부나 여러 활동도 시키고 그래서 잘 하게 되면 또 그걸로 친구가 만들어질테니까. 나도 뭐… 공부하고 축구 아니었으면 학창 시절에 친구 별로 못 사귀었을 것 같다. 가끔씩 플레이데이트 하는 애들의 끈도 놓지 말아야겠고… 옷도 좀 깔끔하게 입고 행동거지 조심하고, 앞마당 잡초 좀 뽑고, 망가진 잔디 패치도 하고, 또 겨울에 눈도 잘 치워야지. 곧 할로윈인데 무심한 이웃이 되지 않도록 장식도 제대로 설치하고 사탕도 듬뿍 준비해놔야지.

아… 꼬마 다섯이서 우리집 앞마당에서 어울려 노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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