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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이걸 벌써 걱정하는 게 맞는 건지

며칠 전 일이다. 학교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세 가지씩 준비해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아이는 favorite snack, favorate stuffed animal에다가 밴쿠버에서 찍은 사진을 favorite place to visit이라며 들고 갔지. 그런데 그 날 저녁 복수의 아이들의 입에서 Taylor Swift의 콘서트 티켓을 봤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 학교 다니는 1학년 엄마들의 채팅창은 터져나갔다.

Taylor Swift 티켓이라… 내가 모르긴 해도, 최소 $1,000은 할 거다. 거길 애가 혼자 가진 않았을테니 4인 가족이면 $4,000. 이것도 대단한 행운이 따랐을 때나 그런 것이고 그게 아니면 뭐… 어지간한 사람은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금액일 터.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6살이 되니 안 되니 하는 애한테 저런 걸 해주는 게 맞느냐… 자기 가족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부자라는 걸 벌써 알려줄 필요가 있느냐… 이런 걸로 애 기를 죽게 할 수는 없으니 우리도(!) 가자(?!). 내년 11월에 또 온단다. 뭐 이런 얘기가 주로 나왔다더라. 나는 저런 콘서트장에 저런 조그만 애가 가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간다면, 우리 가족이 다 가는 건 도저히 감당이 안 되니 애만 보내야지.

나는 이 얘길 듣고 나니 어쩌면… 애가 “아빠 나 친구랑 아리아나 그란데 콘서트 가기로 했으니까 표 사줘요.” 이런 소리를 할 날이 곧 오는 게 아닌가 싶었다. 지금에야 뭐 동네 아이스크림 이벤트에 친구 누구랑 가고 싶다 뭐 이런 정도인데 이거야 돈도 안 들고 그런데 팝스타의 콘서트라… 말로만 듣던 등골 브레이커 아닌가. 내가 지금 생각 못 하는 등골 브레이커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을 걸 생각하니 벌써 걱정이 된다. 우씨… 애가 데이케어 안 가니까 돈 굳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나는 친구들하고 영화관도 고등학교 때부터 다녔고, 콘서트는 대학교 와서 처음 갔다고. 그것도 내가 번 돈으로 말이야. 그냥 컵스 야구장, 아이스 하키 경기 관람 정도로 안 되겠냐. 아니면 CSO라도… 어쩌면 어른이 생각하는 ‘천진난만한 아이’로 있을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게 아닐까? 지금 보면 마냥 순진한 아이인데 이 사랑스러운 모습을 지금 최대한 즐겨야겠다.

친구가 해준 이야기인데, 회사를 사고 파는 업무 특성상 아주 돈이 많은 사람 혹은 회사를 상대한다. 본인이 다니는 회사에서 고객 접대를 위해서 Taylor Swift 티켓을 사줬다네. 그냥 한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가족 전체에게 말이야.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몇 만불이 들었단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그 날 바쁘다고 안갔다. 야… 참 대단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 번에 들려온 Taylor Swift 이야기도 별로 꿀릴 것 없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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