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의 crown jewel인 Mackinack Island다. 이 섬은 여러모로 특이한데, 일단 차가 전혀 없다. 아예 자동차가 금지되어 있다. 그럼 운송수단은 뭐가 있느냐 하면 마차다. 농담이 아니다. 마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이 동네 사는 사람이 식료품점에서 뭘 한아름 샀다 치자. 집에 갈 때 진짜 마차 불러서 타고 가는 곳이다. 처음에야 자동차 때문에 말이 다치는 일이 자꾸 생기니 금지가 되었다는데, 오늘날에는 오히려 이 점이 아이코닉하게 사람들에게 어필해서 관광지로 크게 인기가 있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얼마나 불편하고 비쌀지 상상을 해보라.
우리가 숙소는 Grand Hotel이라는 곳인데 이 섬을 대표하는 호텔이다. 여긴 19세기 말에 지어져서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마치 50년 100년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다. 옛날 헐리웃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그런 고급스러움을 간직한 호텔인 것이다. 마차와 마찬가지로,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오히려 이게 또 관광객들에게 매력이 된다.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으며 그만큼 가격은 비싼 곳이다. 이 호텔에 머무는 사람들은 꼭 Vineyard Vines 카탈로그에서 튀어나온 것 같았다. 신발은 캐쥬얼이거나 운동화라면 Hoka One One를 신고 있는 걸 보니 Hoka가 진짜 유행은 유행이다. 꼭 이 호텔에 묵지 않더라도 방문자들이, 돈을 내는지 안 내는지는 모르겠는데, 들어올 수는 있다. 그런 사람들은 대게 등산화 같은 걸 신고 있어서 확연히 구별이 된다. 아내와 아이들이 Vineyard Vines에 가까웠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확실히 등산화 쪽이었다.
이 섬에서는 자전거를 빌려서 돌아보는 것이 정석인데, 아이들이 어려서 그럴 수가 없었다. 대신 우린 마차로 투어를 돌고, 호텔 수영장과 댄스 파티 그리고 사적지를 둘러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Saugatuck, Traverse City, Petoskey 이렇게 북쪽으로 갈수록 어째 별장도 그렇고 뭔가 고급스러워진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여기서 정점을 찍는다. Carriage tour를 하던 중에 별장 가격에 대해서 들었는데, 뭐 상상을 아득하게 뛰어 넘더라. 하긴 모든 게 비쌀 수 밖에 없는 동네인데 그걸 다 감당하려면 어지간히 부자여선 어림도 없겠지.
나는 이 동네의 사적지들도 좋았다. 작은 섬이라 해도 역사가 있다. 마치 평범한 사람도 그들의 이야기가 있듯이 말이다. 일생을 이 섬에서 살아온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이 섬의 역사를 잘 정리해둔 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건 Petoskey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미국은 이렇게 어느 동네에 가도 그들의 이야기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물론 그런 작은 동네의 역사가 어디 시험에 출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일도 없을 것이다. 허나 그 동네 사람들에게 의해서 기억되고 비록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동네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걸 내가 차분하게 읽어볼 수 있느냐인데… 이 어린 애들 둘을 데리고 그러기는 정말 쉽지가 않다. 근데 여기선 별로 붐비지도 않고, 애들이 눈을 붙이고 있을 곳도 많아서 그나마 이게 가능했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지만, 초기에는 fur trade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어촌으로써의 역할을 하다가, 해군 기지가 들어섰다. 그러다 여기서 미국 독립 전쟁 때 전투도 있었고. 그 후에 휴양지로 자리를 잡게 되는데, 그마저도 부침이 있었다. 마치 우리 인생이 그러하듯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고급 휴양지로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으니 현재까지만 보면 해피 엔딩인 것이다.
10월이면 내가 묵었던 호텔도 문을 닫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난다고 한다. 바도 딱 하나만 영업을 한단다. ‘먼 북소리’에서 읽었던 그리스의 섬들과 별로 사정이 다르지 않다. 관광객으로써는 가봐야 묵을 호텔도 없고, 할 것도 없기 때문에 아무도 오지 않는다. 하지만 1년 내내 거주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마차 택시도 운행을 한다고 한다. 문득 하루키처럼 겨울에 이 섬에 와서 지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이야 문을 닫아도 하루키가 그랬던 것처럼 비워진 별장을 빌리면 어떻게 지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단히 춥고 불편하겠지. 비싸기도 하고 말이야. 현재의 나에게는 현실적인 계획은 아니지만, 나중에 시간과 돈에 여유가 넘치고 심심하면 시도해볼 수도 있겠다.
아이들도 여길 좋아했다. 비록 말똥 냄새가 지독하다며 불평을 했지만, 지들 눈에도 뭔가 다르고 아름답다는 게 보이는 모양이더군. 풀장의 물이 너무 차가웠다는 점 하나 빼면 나무랄 데가 없었다. 굳이 또 불평을 하자면 가격인데, 여기서 2박 하며 쓴 돈이 나머지 일정에서 쓴 돈보다 더 많았다.
'Simple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형 수조가 왔다 (0) | 2024.08.03 |
---|---|
우리 애들의 첫 영화관 나들이 (0) | 2024.07.30 |
대형 수조가 집으로 온다 (0) | 2024.07.30 |
Lake Michigan Circle Trip - Petoskey (0) | 2024.07.25 |
Lake Michigan Circle Trip - Traverse City (0) | 2024.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