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erbox의 Eden X80이라는 제품이다. 10 gallon짜리만 보다가 75 gallon이 넘는 수조를 보니까 위용이 대단하네. 일단 두 가지에 실망하고 시작한다.
첫째로 조립이 너무나 어려웠다. 이거 살 때 좀 살펴보고 조립까지 다 해주는 옵션이 있으면 선택을 했어야만 했다. 제품 자체가 너무 무겁고 인스트럭션은 심각하게 대충대충이다. 동네 친구를 불러다가 같이 했으니 망정이지 혼자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왔겠더라.
두 번째 문제는 생각보다 고급져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항 아래와 위에 흰 색으로 띠지 같은게 둘러져 있는데, 이게 마음에 심하게 안 드네. 캐비넷과 미묘하게 색깔이 다르고 재질도 좀 싸 보인다. 배달 때 붙여놓은 보호 필름인 줄 알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 아내가 떼어버리려고 했는데 너무 실하게 붙어 있어서 제품의 일부라는 걸 알았다.
다시 말하지만 조립하고 옮기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덩치 큰 동네 친구가 왔어도 같이 세 시간을 씨름을 했으니. 만약 수족관 전문 목수를 고용해서 일을 맡겼다면 돈은 조금 더 들어도, 아니 많이 더 들어도 이런 고생은 안 할 수 있었을텐데하는 생각이 굴뚝이었다. 다 끝내고 나서도 마음에 안 드는 점이 보이니까 진짜 추천 받은 그 목수를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내 마음에 드는 그런 수족관은 확실히 만들어졌을 것이다. 허나 모던한 외양과 흰색을 고집했던 아내를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돈은 좀 더 쓰고 내 마음에도 좀 더 들었겠지. 뭐 어쩔 수 없다. You get what you pay for.
이 사태가 난 것은 아이가 금붕어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Petco에 가면 $0.25 밖에 안 하는 이 금붕어.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지가 중요했는데, 엄청 좋아한다. 둘째는 “I want coral in there!” 이러네. 우리 금붕어는 민물에서 살고, coral은 바다에 살기 때문에 어항에 같이 넣을 수가 없다고는 얘기를 한참 동안 해서 얘를 이해시켰다. 솔직히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뭐 넘어갔다. 얘는 얼굴이나 성격이 나하고 판박이인데, 물고기 좋아하는 것도 똑같다. 엊그제는 집에 니모 키우고 싶다고 하던데 얘야 그건 안 된단다. 내 많지 않은 장점 중의 하나가 적당히 멈출 줄을 안다는 거다. 해수 어항은 내가 가진 자원을 고려해봤을 때 too much다. 그리고 이 어항에는 섬프를 설치할 수 없어서 해수용으로는 쓸 수가 없기도 하고. 뭐 그냥 지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서 현재 삶의 균형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 그건 아빠가 나중에 돈이 엄청 많아지고 시간도 많아지고 지금 우리 금붕어가 수명을 다 했을 때 생각해보자꾸나. 그러니까 저기 stringray를 넣자고 하는데 그건 훨씬 더 큰 수조가 필요해서 안 된다. 그냥 이번 아이스크림 축제 때 또 금붕어나 한 두 마리 더 받아와라.
아 왜 하필 이 비싼 수조에 금붕어냐… 싶기도 한데, 뭐… 물고기 가격이 뭐가 중요하냐. 그냥 애들이 애착을 갖고, 돌보는 건 나만 하긴 하지만, 같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할 정도로 본드를 형성했다는 게 중요하지.
뭐 하여간, 이제부터는 이 수조를 어떻게 꾸밀까 궁리를 해야 한다. 배경이 흰 색인 것도 마음에 안 들고 수조 아래에 띠지 같은 게 둘러 있는 것도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꾸며야지. 여기 바로 물고기를 넣어도 되지만 그럼 그냥 횟집 수족관이 된다. 이 돈과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어서 우리 거실을 횟집으로 만들 수는 없다. 꾸며야 한다. 사람들이 보고 이 수조를 여기 둔 이유를 납득할만큼 뭘 채워야 한다. 이제부터 한 두 달은 이거 장식하느라 바쁠 것 같다. 도저히 심심할 틈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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