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Green Bay대신 Marinette에 호텔을 잡을 생각이었다. 근데 마누라가 한 방에 Green Bay까지 가자더군. 이게 워낙 소도시라서 마음에 드는 호텔이 없다고 말이야. 마누라가 하자는대로 하지 않았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워낙 불쾌한 일이 생기기 때문에 그러자고 했다. 반면 내가 반대한 일을 마누라가 강행했을 때 딱 우려했던 일이 생기면 마누라에게는 아무 일이 생기지 않는다. 상당히 불공평하다고는 생각한다. 이 날도 그랬다. 이동 거리가 너무 길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깨어나 불평을 심하게 했지만 아내에게는 어떠한 안 좋은 일도 생기지 않았다.
구경하려고 했던 Marinette은 그냥 스쳐 지나갔다. 이 도시부터 위스콘신주가 시작된다. Menominee River를 경계로 미시건주와 위스콘신주가 나뉜다. 강 이쪽은 Marinette, 저 쪽은 Menominee인 것이지. 꼭 St. Paul과 Minneapolis처럼 말이다. 헌데 이 둘은 twin이라는 말을 들을만큼 비슷하다는데, 뭐 나도 안 가봐서 모르지만. 근데 미시건과 위스콘신에 걸쳐 있는 저 두 도시는 참 대조적이더라. Menominee는 그냥 후진 작은 동네. 반면 Marinette은 정성들여 관리한 것 같았다. 대단한 건 없더라도 뭐 잠시 둘러볼 가치는 있는 동네 같아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한 것이라고는 마누라가 어느 주유소에서 오줌을 싼 것 밖에 없다.
뭐 하여간 Green Bay에 도착해보니 표준시가 바뀌어서 한 시간을 번 기분이었다. 게다가 호텔이 기대했던 것 보다 좋았다. 솔직히 짜증이 좀 난 상태였는데 이러니까 또 기분이 좋아지더라고. 사람이라는 게 참 단순한 동물이야. Green Bay는 물류 산업이 좀 있고, 그 덕분에 여기 미식축구 팀 이름이 Green Bay Packers다. 그렇게 큰 도시라고는 할 수 없는데 미식축구 팀을 유치했고, 이 덕분에 도시가 굴러간다고 한다. 경기를 보러 사람들이 그렇게 여길 많이 온다네. 근데 그렇게 온 사람들이 경기 하나만 보고 바로 돌아갈 수는 없다. 시 입장에서도 그 사람들이 여기에 좀 더 머물게 만들어야 돈을 벌 수 있다. 그래서 가족 단위 관광객이 즐길만한 것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으니 딱 한 군데만 갔다. 아니 두 군데라고도 할 수 있겠네. 둘이 붙어 있으니 상관 없지만 말이야. Bay Beach Wildlife Sanctuary와 Bay Beach Amusement Park이다.
단언컨대 우리 아이들은 이 날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내가 애들을 데리고 놀이 공원을 찾아간 적은 없었다. 동네 축제 같은 행사에 놀이기구나 태웠지. 그런데 여기 있는 놀이 공원의 표값은 어림 짐작으로도 우리 동네 축제 행사 표값의 반도 안 되는 것 같았다. 돈은 20불 밖에 안 썼는데 오지게 태웠다. 우리 첫째는 인생 첫 롤로코스터도 탔고, 우리 둘째도 그럴 뻔 했는데, 아쉽게도 키 제한 때문에 들어갈 수 없었다. 헌데 애들이 그런 거 아나 뭐.. 엄마 손에 끌려 나오며 “the worst dad” 소리를 지르며 성질을 부렸단다. 아이들이 타고 싶은 건 많은데 보호자가 같이 가야만 했던 게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징발되어 갔다. 진짜 애들 때문에 별 걸 다 해본다.
실컷 애들을 굴린 후에 배를 채우고 또 다시 차에 타야 애들이 좀 조용히 잠을 자기 않겠는가. 이날 저녁 식당도 너무 잘 선택한 것이, 진짜 영화에 나오는 약간 시골 동네에서 밥집과 술집을 겸하는 솜씨 좋은 바를 찾은 것이다. 너무 만족스러운 식사였고 가격도 쌌다.
호텔부터 마지막 식사까지 모두 즐거웠던 Green Bay. 솔직히 저 멀리 있는 Munising에 가느니 여기를 더 온다.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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