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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시카고 한인 축제

지난 주말 시카고 한인 축제가 있다길래 가봤다. 아마도 이게 처음 열린 한인 축제는 아닌 것 같은데, 그동안 워낙 한인 없는 동네에 살다보니 이런 데도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장소는 Skokie라는 동네이다. City of Chicago를 살짝 벗어난 곳인데, 그 근처에 한인들이 많이 산다. 장소 선정은 확실히 잘 한 것 같다. 주차 하기가 좀 빡세긴 했는데 어찌 행사장 밖에 멀리 안 나가서 골목에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컵스 경기 보러 가는 것보다는 주차가 훨씬 수월한 거니 합격! 게다가 날씨도 그리 덥지 않아서 좋았다. 아주 맑은데도 불구하고 온도는 높지 않고 바람까지 살랑살랑 부니까 뭐 날씨도 만점이지.

행사장 안에 부스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고, 거기서는 먹거리도 당연히 팔고 있다. 저기 저쪽에는 단상이 놓여져 있어서 거기서 누가 뭔가를 하고 있는데 별로 관심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 너머에는 아이들 놀 기구를 몇 개 갔다놨다. 뭐 전형적인 동네 축제 같은 세팅이라 할 수 있는데 물론 차이점이 있지. 바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한국 사람들이다. 정말 진짜로 이렇게 한국 사람 많이 모인 건 미국 와서 처음 봤다. 덕분에 애들도 편하게 노는 것 같았다. 곧이어 단상에서는 K-Pop dance competition이 벌어졌다. 평범한 미국 동네 축제였다면 저 단상에서는 락 밴드가 올라가서 “Shut up and dance with me!” 뭐 이러고 있었겠지. 덕분에 여기가 진짜 한국 사람들 축제가 맞구나 싶더라. 그리고 저 댄서들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춤을 잘 추더라고.

역시 문화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만약 K-Pop이라는 게 없었으면, 별 알맹이 없이 흔한 동네 축제 같은 세팅에 사람만 한국인이 행사가 되었겠지.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 전통춤, 태권도 공연 같은 걸 할 수는 있겠지만 별로 보는 사람은 없었을 거다. 그런데 춤판이 벌어지자 단상 앞으로 사람들이 쏵 모이는 게 진짜 문화의 힘 아닌가. 괜히 소프트 파워가 중요하다고 하는 게 아니다.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다. 음식 파는 부스 수가 너무 적었다. 다른 말로 줄이 너무 길었다. 순대처럼 빨리 빨리 나오는 음식이 아닌 다음에야 엄두도 못 낼만큼 긴 줄이 기다리고 있더라고. 사실 나는 한국 음식에 기대를 많이 걸고 갔었는데 순대 밖에 못 먹었다. 아니 애들이 있으니깐 내가 무작정 줄을 서고 있을 수가 없다고. 게다가 음식 값은 좀 심하게 비싸고 현찰 밖에 안 받더라. 행사장 음식 값이야 뭐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 하더라도, 뭐 그래도 비싸다, 현찰 밖에 안 받는 건 너무 심하잖아. 네 식구가 비빔밥만 한 그릇씩 먹어도 $60인데 그걸 다 현찰로 갖고 오라고 하다니. 이러한 이유로 한인 축제에 가서 한국 음식을 제대로 먹어볼 수 없었다는 데에 아주 실망했다. 아니 행사 이름이 Taste of Korea라고!

또 하나 샘플 나눠주는 데가 별로 없었다. 무궁화 묘목을 나눠주긴 했는데, 난 이미 백야드에 무궁화가 여러 그루 있기 때문에 뭐.. 패스했다. 경상북도에서 나와서 지역 특산 음식을 팔던데, 명이나물 같은 것들을, 샘플을 맛보게 해주진 않더라고. 그냥 가서 보고 사야 하는데, 눈대중으로 봐도 많이 비싸 보였다. 공짜로 나눠주는 샘플이나 뭐 그런 것들로 치자면 차라리 우리 동네 축제가 낫다.

뭐 그리하여 우리는 애들 inflatable에서 놀리다가, 순대 좀 먹고, K-Pop 댄스 경연 본 다음, 놀이터에서 애들 힘을 빼고, 씨알 삼계탕으로 직행했다. 아마 행사 끝나고 근처 한국 음식점 간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내년에 하면 또 갈 것인가 하면 아마도 가지 싶다. 한국 사람들 많은 데에다 애들 좀 데리고 가서 우리가 한국인이다 뭐 이런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그런데 제발 음식 부스 좀 늘려라. 그리고 거기 소주 부스가 있던데 뭐… 아니 어디 갖다놓을 게 없어서 소주를 올려놓냐. 내가 막걸리면 이해를 하겠는데 소주는 진짜… 국순당에서 협찬이라도 받아라 임마. 문득 국순당 해외영업 담당인 선배가 생각이 났는데 내가 나서서 일이라도 벌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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