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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마이너리그 경기 관람

시카고에 프로 스포츠 팀이 많다. 농구, 축구, 야구, 아이스하키, 미식축구. 여기에 여자 농구까지 내가 아는 것만 이 정도다. 대충 미국에서 인기 있는 종목 팀은 다 있는 거지. 여자 농구는 뭐 메이저 취급을 못 받으니 논외로 놓고, 나도 가 본 적도 없고, 저런 데 가는 걸 무슨 시카고 근처 사는 사람들이면 마땅히 해야 할 교양 필수 과목 비슷하게 생각하는 건지, 서울에서 프로 스포츠 관람하던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 없을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들고, 찾아가는 과정도 힘들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에게 훌륭한 대안이 있네. 바로 마이너리그 관람이다. 어제 나는 아이스하키 마이너리그 경기에 다녀왔고, 정말 만족스러웠다.

시카고에는 Blackhawks라는 아이스하키 팀이 있다. 이건 메이저리그 팀이고 Chicago Wolves라는 마이너리그 팀이 있더라. 놀랍게도 이 팀은 Blackhawks 산하의 팀이 아니고 라스베이거스 팀의 2군이더라고. 뭐 하여간 그런 팀이 있었고 이번 경기에 가봤지.

일단 티켓이 싸더라. 아무리 운이 좋고 자리가 구려도 $70은 하는 게 Blackhawks 경기인데, 우리가 산 티켓은 수수료 다 붙어도 $30 정도였다. 그리고 자리도 1층이다. Blackhawks였다면 글쎄, $200-300 정도는 할법할 것 같다. 사실 난 이런 비싼 자리는 찾아본 적도 없다. 아무래도 마이너 리그 경기라 사람들이 덜 모이는지 주차도 Blackhawks 경기였다면 엄두도 못 낼 명당 자리. 주차비도 $15로 올해 초에 내가 United Center 가서 낸 것의 반도 안 된다.

돈 얘기는 이쯤 하고, 경기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일단 자리가 가까우니 경기가 더 잘 보이더라. 모두 체격도 크고 그러면서도 민첩하고 빠른 게 느껴지더라니까. 경기 수준에서 있어서 Blackhawks 와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아무리 Blackhawks가 리그 꼴찌를 맡아놓고 있다지만 말이다. 역시 프로에서 일류와 이류는 종이 한 장 차이인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아무래도 덜 붐비는 게 아주 큰 장점이었다. 그만큼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음식 사먹는 줄도 짧다. 아무래도 비출 사람 수가 적다보니 우리 딸이 TV에 나오는 행운까지 누릴 수 있었다. 애가 얼마나 행복해 했는지 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다.

반도 안 되는 비용으로 Blackhwaks보다 훨씬 좋은 시간을 보냈으니 나는 이제 내 돈 내고는 United Center 안 갈란다.

이번에는 우리 딸 친구 가족과 같이 갔다. 이 사람들은 스포츠 팬이기도 하고 해서 이미 이런 마이너리그 경기 관람을 많이 해봤더라고. 야구도 마찬가지란다. 훨씬 쉽게 가서, 싸게 구경하고 올 수 있다고 강력하게 추천을 하대. 내가 컵스 경기 한 번 갈라면 대충 1 시간 운전해 가서, 주차도 $50불 주고 정식 주차장도 아닌 누군가의 차고에다가 대충 한 다음에 그 버글거리는 사람들을 뚫고 자리를 찾아가서는 핫도그라도 하나 먹을라면 줄도 길게 서야 되는데, 이 얼마나 피곤한 일이냐.

컵스 경기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그렇게 힘들고 비싸게 경기장에 가서는 또 사람들이 경기는 안 본다. 그냥 거기 간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 같다. 핵심 콘텐츠가 수준 높은 경기여야 할텐데 사람들이 소비하는 이유는 그게 아닌 거지. 투구 하나 하나에 탄성과 탄식이 교차하는 한국 야구팬들이 훨씬 경기를 집중해서 본다. 선수 입장에서도 이게 좋을 것 같은데, 그래서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팬들이 대단하다고 하는 것 같다. 단순히 립서비스가 아니라 진짜로.

그리고 단상 몇 가지. 우리 애들 다니는 학교 학부형 중 한명이 프로 아이스하키 리그 선수가 될뻔 했단다. 근데 부상 때문에 관뒀다고. 예전에 Jeremy Lin의 인터뷰에서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운도 중요한데 중요한 시기에 부상 당하지 않는 걸 한 예로 들었었다. 예전에 어제 같이 간 친구가 그랬는데 자기 고객의 동생이 몇 해 전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대의 계약을 한 선수였다. 우리가 이구동성으로 외쳤지. “걔는 동생 발 마사지를 하고 있어야지 왜 거기서 일을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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