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가 럭셔리 차가 한 대 필요하다고 노래를 불러제끼더니 테슬라를 덜컥 주문했다. 테슬라가 럭셔리로 포지셔닝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비싸긴 하지만 대중 마켓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마누라 본인은 그리 생각하니 뭐…
나는 반대했다. 강하게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굳이 차를 바꿔야 할 이유가 없었다. 내가 무슨 차를 타고 다니든지 그건 내 마음이고, 나는 편한 게 좋다. 내 경제력에 비해서 과한 차는 사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차를 모시고 다니는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어디 누가 살짝 박고 도망을 가도 그날 밤에 잠을 잘 수 있는 정도의 차가 편하다. 그런데 비싼 차를 사면 그럴 수 없을 것이고 그게 내가 반대한 이유다.
문제는 내가 나보다 훨씬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 이사를 온 것이다. 흔히 그런 이야기가 있지. 동양인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학군 좋은 동네에 껴서 산다고. 내가 딱 그러고 있고, 주변엔 럭셔리 차가 흔하다. 마누라가 보기에는 같은 학교 다니는 애들 중에 럭셔리 차를 안 갖고 있는 집은 없는 것 같단다. 내가 보기엔 아닌 것 같은데 마누라는 그리 생각한다.
또 동양인에 대한 편견 중에 밖으로 보이는 것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고 따라서 차도 경제력에 비해서 비싼 걸 탄다는 게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편한 차를 타고 다니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이겠냐면서 마누라가 자꾸 타박한다. 사실 이 동네 사람들이 그런 데 신경을 쓰고 사는 것 같진 않는데, 만약 그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우릴 본다면 지금 타는 차도 무리를 해서 샀나보다 이러겠지. 이런 걸 차지하고라도 안좋은 쪽으로 튀는 건 피해야 하지 않겠냐 뭐 그런다.
한편 어느 주말 테니스 레슨이 있어서 애를 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동네 고등학생 하나를 어떻게 알게 되어서 베이비시터로 불렀지. 그런데 이 학생이 레인지로버를 끌고 나타난 것이다. 내가 차고에서 타고 나온 차는 혼다인데 말이다. 사실 내 차에 나는 아무런 불만 없다. 너무나 실용적이고 좋은 차다. 이 차를 바꾸더라도 같은 모델로 하고 싶다. 고등학생에게 레인지로버를 사주는 부모는 얼마나 부자일까 뭐 이런 생각은 좀 들긴 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부유하지 않으니 혼다가 딱 내 수준에 맞다고 생각한다.
아이고 근데 마누라는 테슬라를 질렀네. 차는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충전기 설치한다고 벌써 사람까지 오늘 왔다 갔다. 급하게 혼다를 팔아야 되는데 이건 또 내가 해야 되는 일이 되겠지. 타이틀을 어디 뒀는지도 기억이 안나는데 열심히 찾아봐야겠다.
차 좀 비싼 거 탄다고 사람들이 우리 보는 눈이 달라지고 그럴 수가 없는데, 왜 이렇게 차에 집착을 하나 모르겠다. 그냥 싼 차 타는 동양인, 비싼 차 타는 동양인이지 다른 게 뭐가 있을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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