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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자율 주행은 game changer구만

테슬라를 사게 됐는데, 뭐 마누라야 내가 반대하든 말든 질렀을 사람이고, 나도 크게 반대하지 않은 것은 FSD 때문이다.

뭐 이런 얘기가 있던데, 사실인지는 모르겠고, 고종이 선교사들이 테니스를 치는 걸 보고는 “왜 저래 힘든 걸 직접 하냐… 그냥 아랫 것들 시키지.” 이랬다고 한다. 운전을 보는 시각은 나도 고종과 꽤 비슷하다. 운전 하는 걸 재밌어 하는 사람들은 내 주변에도 많다. 그런데 내겐 그냥 노동일 뿐이다. 차도 이동 수단일 뿐이고. 특히나 차가 막힐 때 운전하는 건 너무나 피곤한 일이다. 여기 저기 신경 쓰면서 가다 서다 하면 진짜…

내가 주로 타고 다니는 차에는 차선 유지와 adaptive cruise control 기능이 있다. 앞 차와 적당히 간격을 유지하면서 달리는데다가 휘어지는 길을 가도 핸들이 알아서 돌아간다. 이 정도만 해도 아주 큰 도움이 되는지라 장거리 뛸 때의 부담이 많이 줄었다. 마누라는 거의 자동 주행에 맞먹는 것 아니냐며 감동을 먹더라고. 그런데 테슬라 FSD를 써보니 이건 완전히 다른 차원에 있네. 운전하는 스트레스를 파격적으로 줄여주는 아주 기특한 녀석이다.

마누라에게 끌려 간 테슬라 매장에서 내가 구매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아 보였는지, 데모 차량을 하루 빌려주더라. 그래서 그 차 타고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시카고 시내도 갔다. 주차장에서 빠져나와서 대충 도로 위에만 올려 놓으면 지가 알아서 가는 게, 뭐 그냥 운전 기사 하나 데리고 있는 수준이더라. 돌아오는 고속도로가 꽉 막혔는데도 편하게 왔다. 물론 어디쯤에서 어느 차선이 잘 빠지는지는 나 같은 로컬만이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적절히 차선 변경을 지시할 필요는 있었다. 마누라만 옆에 태워도 이 차선으로 가라는 둥 저 차선으로 가라는 둥 잔소리를 하는데 이쯤이야 뭐. 솔직히 승차감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운전을 대신 해주니까 그렇게 돌아다녔는데도 별 피로가 없었다. 이건 완전 게임 체인저다. 나 같은 사람들은 진짜 여기 맛 들이면 못 돌아갈 것 같다.

그럼 이 강력한 기능을 왜 다른 제조사에서는 갖추지 않았는가? 테슬라 외의 다른 제조사들도 자동 주행 기술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언제 될지 몰랐다. 대규모 투자는 필요한데 이게 얼마나 있다가 될지 모르니까 그냥 진행할 수 없었던 거다.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것이지. 게다가 시장 수요에 있어서도 확신을 못 했다. 테니스를 치는 것처럼 운전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아직은 완벽한 기술이 아닌데 돈까지 드니까 테슬라의 FSD마저 쓰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네.

테슬라 차에 대해서 좀 얘길 해보자면, 앞서 말한대로 승차감은 별로다. 배터리 때문에 차 무게가 많이 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정 연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공기 저항을 적게 받도록 만들어야 해서 차체가 낮아진다. 차체가 낮아졌기 때문에 서스팬션을 꿀렁꿀렁하게 만들 수가 없다. 여기서 승차감을 부드럽게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비싼 하드웨어가 들어가야 되겠지. 이러니 스포츠카 같은 승차감이 만들어지는 것인데… 막상 진짜 스포츠카 같을 지는 잘 모르겠다. 스포츠카는 가볍게 만드는데 이 차는 무겁지 않은가. 서스펜션 딱딱한 것만 스포츠카 같은 것일지도. 그래도 편의성이 이 단점을 상회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차를 살 것이고, 아니면 안 사겠지.

차를 사는 과정에 있어서도 기존 메이커들과 두드러지는 차이가 있었다. 일본차 한국차 할 것 없이 차를 사려면 딜러쉽에 가서 딜러를 상대해야 한다. 이 딜러들은 개인 사업자나 다름 없어서 내가 한 사람에게 차를 사기로 했으면 그 사람만 상대해야지 다른 사람이 도와주는 것 없다. 차에 대한 질문조차 다른 딜러들은 제대로 답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가격도 투명하지 않다. 원하지 않는 옵션, 혹은 옵션 축에도 못 드는 걸 뒤집어씌우는 일은 흔하잖아. 다 웃돈 받으려는 수작인데 이거 안 해주면 니한테 차 안 판다 식으로 나오는 딜러쉽이 어디 한 둘인가. 그러다가 과징금 뚜드려맞아도 그 짓 계속 하더라.

나는 의아했다. 가구를 사러 가면 매장 직원 아무에게나 질문할 수 있고, 가격도 투명한데 어찌 훨씬 더 비싼 차를 팔면서 당장 그 딜러가 아니면 OTD 가격을 못 알려주는지. 이 질문을 내 전화를 받은 어느 딜러에게 했더니 “Oh man” 하면서 끊어버리더라. 아무튼, 존나 양아치짓 하는구나 하는 느낌 팍팍 받았다. 지네가 그러는 걸 굳이 숨기려 하지도 않더라고.

그런데 테슬라는 다르다. 매장에 있는 아무에게나 가도 내 주문에 대해서 질문할 수 있고, 내 주문 조정할 수 있고 가격도 딱딱 투명하다. 웹사이트에 나오는 그대로다. 딜러쉽에서 뒤집어 씌우는 것도 없다. 마침내 자동차 구매 경험이 포터리반에서 가구 살 때의 수준에 도달했다. 마누라 혼자 가도 어디 사기 당해서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 안 해도 된다.

이러면 다른 메이커의 매장 대신 테슬라에 갈 강력한 이유가 된다. 사실 나도 위의 그 불쾌한 경험을 한 후에 매장의 서베이에다 “이 돈을 쓰고 이런 취급을 받는다는 건 여기에 돌아오지 않을 이유로 충분하다.”라고 써 냈고, 지금까지만 보면, 그게 현실화 된 것이지. 나를 상대한 딜러에게는 “너는 괜찮았는데 여기 좆같은 새끼가 하나가 있어서 나한테 이 지랄을 하더라.” 이렇게 말해줬던 기억이 난다.

결론적으로 FSD와 구매 경험에 있어서 새로운 어프로치가 테슬라의 성공에 크게 기여한 것 같다. 기존의 고객, 기존의 판매망 신경 쓸 필요 없는 신생 제조사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21세기의 기준에서 출발할 수 있었겠지. 경쟁사들도 바보가 아니니까 곧 따라 하겠지. 이런 식으로 산업이 발전하는구나… 그 장면을 목격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 이게 진정한 의미로써의 진보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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