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 드디어 내게도 일어나고야 말았다. 섬프 펌프에서 물이 역류해서 지하실 침수되는 일 말이다. 어휴… 진짜 내가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당해보니 진짜… 그냥 풍문으로 들었다 치고는 너무나 자주 들었던 이야기이긴 한데, 아무리 많이 들었어도 충격이 컸다. 하늘이 노래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다. 로마 갔을 때 나보나 광장에서 아들이 똥을 쌌을 때보다도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카펫이 다 젖어 있는데, 일단 뭐라도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물을 빨아들이려 카펫 청소기를 갖고 나와서 힘껏 문지르고 물을 빨아봤지. 20 갤런 정도 되는 물을 뽑아냈는다. 몸이 힘든 것도 힘든 건데 아무래 해도 별로 차이가 안 보였다. 그 와중에 애들이 깨어나서 젖은 지하실을 폴짝폴짝 거리며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이 쪽으로 오지 말라고 여기 깨끗한 물에 젖은 것도 아니라고 했는데, 그래도 호기심을 참을 수 없는 모양이더라. 나도 모르게 소리를 꽥 질러버렸다.
일단 보험사에 전화를 했고, 이런 거 치워주는 업체에도 전화를 돌렸다. 어찌어찌하여 한 업체에서 오늘 와 준다고 해서 한시름 놨다. 와서 일하는 걸 보니, 진짜 내가 카펫 청소기로 깨작거리던 짓은 pathetic effort가 따로 없더만. 차라리 쉬고 있을 걸 그랬다. 하기사 정신이 나갔으니 쉬는 거라도 제대로 할 수 없었겠지.
사실 이 사고는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사람이 인생 살다보면 뻔하게 보이는 문제를 예방하지 못해서 뒤집어쓰는 일이 얼마나 많냐. 에휴 이런 짓 좀 안 하고 살아야 되는데. 이번 문제도 딱 그랬다.
우리집 sump pump에서 뱉아내는 물이 빠지는 파이프가 있지. 법적으로는 이 파이프의 출구도 내 땅 위에 있어야 된다. 그런데 이 집은 무슨 이유에선지 그 파이프가 옆에 있는 학교 잔디밭으로 쭉 뻗어나가 있었던 것이지. 약간 내리막이기도 하고 거기 나무가 있어서 사람들이 잘 가볼 리가 없는 그런데 출구가 있었던 거다. 뭐 이런 채로 쭉 있었던 거지.
헌데 작년에 학교에서 우리집 바로 옆에 bike rack을 만들면서 일이 생긴 거다. 콘크리트 바닥을 치려고 땅을 파다가 그 파이프가 발견 된 거지. 일하는 사람들이 콘크리트 바닥 대충 앞에서 파이프를 자르고 그냥 둔 게지. 그래서 이 파이프의 출구는 대충 땅에 묻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밖으로 드러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구덩이 속에 덩그러니 노출이 되어 있었던 거지. 여기에 흙이나 돌이 쏟아져 들어가면 말짱 막히게 생겼는데 그래서 이걸 어떻게 조치해야 된다고 생각은 했다. 근데 당장 문제가 없고, 어지간한 비에도 잘 동작하니까 그냥 까먹었던 게지.
그러다가 돌이나 흙 같은 게 출구를 반 쯤 막아버렸고, 이게 그래도 어지간한 비에는 괜찮았지만, 며칠 전 폭우는 그 정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드디어 섬프 펌프가 아무리 퍼내도, 파이프가 감당을 못 하는 수준의 비가 온 것이지. 그래서 못나간 비는 집 안으로 들어왔고. 난 게으름을 부린 댓가로 우리집 생활비를 훨씬 넘어가는 돈을 쓰게 됐다.
그래도 후회만 하고 있으면 되나. 확실한 이유가 생겼으니 이참에 업체 불러다가 그 문제의 파이프를 새로 빼든지 다른 데로 돌리든지 해서 뭘 어찌 해결을 봐야지. 그리고 지하실도 뭐 리모델링을 대충 해야 할 것 같다. 들어보니 벽도 뜯어내야 된다고 하네. 그리고 TV 아래 캐비넷도 들어내야 된단다. 좀 더 큰 TV를 못 다는게 불만이었는데, 이놈의 불만을 아주 비싸게 해결하게 생겼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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