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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그리스가 우짜다 이렇게 됐나?

제법 멀쩡하던 나라가 이렇게 빨리 망하기도 쉽지가 않다보니 여러 분석이 난무하고 있다. 내가 비록 경제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최소한 글을 읽고 이해할 수준은 된다고 보는데, 그 중에 말이 되는 것도 있고, 안되는 것도 많다. 그 분석들 중에 대충 중요한 것들을 간단히 정리해서 내 생각을 보태봤다. 그런데 앞서 말한대로 난 대단한 경제 전문가가 아니다. 나보다 경제학 잘 아는 사람, 진짜 1초도 생각 안했는데, 10명 넘게 생각난다.


1. 독일과 같은 유로화를 쓰는게 문제인가?

독일이 그리스와 같이 묶여 있는게 문제란다. 독일은 실력보다 약간 화폐를 써서 수출이 잘 되고, 그리스는 처지보다 강한 화폐를 쓰다보니 수출이 안될 수 밖에 없다는 거다. 좀 더 나아가서 독일이 유로화에서 이득을 보고 그리스가 삥을 뜯기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그럼 이 분석은 맞는 말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같은 화폐를 쓰면 앞서 말한 단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저 단점이 그렇게 단순하고 결정적이라면 산업구조가 다른 동네들은 다 다른 화폐를 써야 된다. 수출/수입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미국을 봐라. 나라도 크고 인구도 많고 주마다 산업도 다 다르지만 같은 달러 써서 잘 돌아간다.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동부와 서부 캐나다는 각각 내수, 수출 (수출, 내수던가..) 중심의 경제를 갖고 있어서 다른 화폐를 쓰는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보이지 만 실제로 그들은 하나의 화폐를 쓰고 있고 아무도 이것 때문에 캐나다가 망할거라 보지 않는다.


수출 중심의 나라가 득보는게 그렇게 뻔하다면 독일이 그리스더러 가입하라고 강권이라도 했겠지. 현실은 반대다. 아무도 그리스더러 유로에 가입하라고 등 떠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장부조작까지 해서 억지로 가입해서 똥을 튀기고 있는 건 그리스 자신이다.


같은 화폐를 쓰면 교역이 증가한다. 유럽의 관광객들도 그리스에 와서 돈 쓰기 편하다. 나도 옛날에 스위스 놀러 가서 생긴 스위스프랑 동전이 많이 있는데 그건 한국에서 바꿔주지도 않더라. 게다가 그리스 국채를 비싸게 발행할 수 있다. 한마디로 관광산업이 혜택을 보고 돈도 싸게 빌릴 수 있게 된다. 이런 장점을 보고 무리를 해서 가입을 한거지.


유로는 양날의 검이었다. 학생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했다고 보면 된다. 성실한 학생은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고 각종 자료를 찾아보는 데 쓸것이고 어떤 이들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게임과 야동으로 시간을 보낼거다. 그럼 후자의 학생 성적이 떨어지는게 스마트폰 때문인가? 스마트폰 때문이긴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학생 그 자체의 문제다. 그걸 공부하는데 썼다면 성적은 올랐을 것이고, 그 예가 바로 전자의 학생이니 말이다. 결국 유로가 문제가 아니라 그리스 리더, 혹은 정치의 문제라고 본다.


2. 복지 때문에 망했나?

복지라고 봐야할지 아닐지도 애매한, 과도한 복지가 재정위기에 기여는 했겠지만 driving factor는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복지 때문에 망했다고 단언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먼저 그리스의 GDP 대비 복지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그리고 복지의 개념도 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스의 노인빈곤율은 상당히 높은 편인데 복지에 돈을 펑펑 쓴다면서 왜 이런 결과가 나온걸까? 사실 저 복지 예산이라고 잡힌 것도 제대로 된 데 안쓰고 엉뚱한 데 퍼주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공무원 연금 소득 대체율이 대충 100% 정도 된다. 월급 500만원 받가 퇴직하면 그냥 저대로 다 나온단 말이다. 한국 공무원들은 60%네 어쩌네 하고 있는데 거지 주제에 100%가 웬 말이냐. 그런데 연금 깎으라고 한다고 저 지랄들이다. 공무원한테 과다한 연금 퍼주는게 제대로 된 복지가 맞긴 맞냐? 아마 동의할 사람 얼마 없을거다. 결국 과도한 복지라고 해도 사실 진짜 복지는 얼마 하지도 않고 엉뚱한데 돈을 퍼주고 있다. 이건 복지도 아니다. 그냥 국가 예산을 좀먹을 뿐. 결국 이것도 그리스 정치, 리더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3. 긴축이 그리스를 더 망하게 했나?

긴축이 그리스 경제에 안좋은 영향을 준 건 사실이나 긴축 외에는 답이 없다. 오히려 누가 시키기 전에 알아서 했었어야 했다. 채권단과 그리스의 줄다리기를 보면, 채권단은 씀씀이를 줄이라 그러고 그리스는 돈을 더 걷어서 해결하겠다고 한다. 국가가 긴축재정을 하면 당연히 경제는 쪼그라든다. 하지만 그리스가 어지간히 방만했어야지. 세금을 제대로 걷지도 않고, 걷은 세금을 엉뚱한데 펑펑 써버리는데 뭔 지가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버티겠나. 다시 이건 부패한 그리스 정치, 관료들이 문제다. 채권단이 돈을 더 걷겠다는 그리스의 제안에 회의적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일찌감치 자기 할 일 안해놓고 긴축 탓을 하다니 참 뻔뻔하다. 스스로에게 물어봐라. 돈을 계속 더 빌리면 언젠가는 갚을 수 있을 것 같긴 한가?


4. 부정부패 때문에 망했다?

그렇다. 난 가장 큰 이유가 부정부패라고 본다. 재정위기는 기본적으로 수입에 비해 지출이 과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초에 세금을 제대로 걷지도 않고, 쓰는 건 대책없이 방만하다면 안망할 수가 없다. 이것은 그리스 정치와 행정이 부패했기 때문이다. 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기존의 체제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계층이 솔선수범하는 척이라도 해야된다. 하지만 그들이 앞장서서 부패한 까닭에 스스로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모양 이꼴이다. 여기다 한가지 더 보태면 그리스 리더의 무능이다. 부정부패나 무능이나 그게 그거다 사실. 앞서 여러 분석을 소개했는데, 공통적으로 그리스 정치의 부패와 무능이 진짜 문제로 보인다.


결론을 내보자. 유로 가입으로 그리스는 좋은 기회를 맞았지만 동시에 잠재적인 문제도 가지게 됐다. 경제라는 게 리스크를 잘 관리해야 굴러가는 것인데, 그리스의 무능하고 부패한 리더들은 그걸 감당할만한 깜냥이 안됐다. 결국 돈 싸게 빌려서는 다 흥청망청 해먹고 나라가 쫄딱 망하게 생겼다. 그리스 국민들은 그동안 유로에 기대어 몸 편하게 돈 빌려 쓴 대가를 혹독하게 치뤄야 할 것이고, 뭐 그리스의 부패한 부자들은 이미 돈 다 빼돌려 놨을 것이고. IMF 시절 군대 끌려가는 친구들을 목격했던 경험 때문인지 그리스의 보통 사람들을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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