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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미국 비즈니스 스쿨에서 주식시장 안좋으면 뭘 하라고 배웠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각보다 심각하구만. 어제도 증시가 폭락을 했는데 오늘은 아예 기록적인 날이다. 어제 골드만 삭스에서 나온 리포트에는 S&P 500 지수의 바닥을 2450 정도로 보던데 벌써 이 근처까지 왔다. 아마 일주일 전에 이미 지네 고객들한테 발송한 리포트가 이제 공개된거겠지. 이런거 먼저 받아볼 수 있었으면 돈 좀 아꼈을텐데 아쉽다. 대충 고점 대비 30% 떨어지고 있는건데, 이거 절대 흔한 일이 아니다. 2018년 12월 중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조정이 있었는데, 그때도 20% 정도였다. 그마저도 아주 빠르게 회복을 했다.

증시에 조정이 오면 들어가려고 그동안 모아둔 현금이 있었다. 그중의 반을 대충 10% 떨어진 상황에 매집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쉬운 선택이다. 그나마 나머지 반을 미국 국채에 집어넣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그리고 이 포트폴리오를 1년 안에 팔 일도 없을거라는 것도 다행이고 말이지.

서론이 길었다. 지난 일이야 그렇다 치고. 앞으로는 뭘 해야 할까? 가물가물한 기억을 뒤져 내가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시간에 배운 걸 떠올려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Small-Cap Growth 주식이다. 이 난리통이 끝나고, 증시가 바닥을 찍고 나면, 나는 Vanguard Small-Cap Growth Index Fund Admiral Shares (VSGAX)으로 지금 미국 국채를 옮길거다.

주식을 구분하는 방법이 여러가지지만, 일단 회사 크기로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Large-Cap, Mid-Cap, Small-Cap 이 세가지로 많이 본다. 아무래도 큰 회사들이 시장 상황의 영향을 적게 받는 반면, 작은 회사는 많이 받는다. 남들 오를 때 좀 적게 오르고, 남들 내릴 때 좀 적게 내리는게 Large-Cap이면, Small-Cap은 그 반대다. 그 다음으로 많이 듣는 소리가 Value stock이냐, Growth stock이냐 하는거다. 한국말로는 가치주, 성장주 하는거지. 가치주는 미래의 성장보다는 지금 당장 돈을 잘 버는 회사다. 성장주는 지금 버는 돈은 미미해도 앞으로 잘 될걸로 여겨지는 회사들이지. 당장 들어오는 현금으로 주가가 설명되느냐, 미래에 벌 돈으로 주가가 설명되느냐 그 차이다. 가치주는 마켓 상황에 영향을 덜 받고, 성장주는 많이 받는다.

내가 고른 Small-Cap Growth는 오를 때 가장 많이 오르고 내릴 때도 시원하게 내리는 녀석이다. S&P 500이 1-2년 전으로 돌아갈 때 3년 전으로 돌아간다. 당연히 최근에 가장 많이 박살났고, 지금도 박살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회복될 때 가장 큰 폭으로 회복되는 종목인거지.

나한테 이거 가르쳐준 교수가 금융위기 때 이야기를 해줬다. 자기 동료 교수인지 트레이더 하는 친구인지 모르겠는데, 주식이 떨어지는 걸 보는게 너무 고통스럽다며 자기 포트폴리오를 전부 채권으로 돌리더란다. 하기사 고점대비 반토막이 난 적도 있을테니 이게 이해는 가지만, 절대 현명한 행동은 못된다며 안타까워했단다.

주식 시장이 안좋을 때는 Small-Cap Growth를 사서 성장기를 대비하고, 주식 시장이 활황일 때는 Large-Cap Value를 사서 안좋을 때를 대비해야 하는게 정석이라고 말이지. 뭐 고점에 가까웠다는 판단이 들면 Large-Cap Value 대신에 채권을 사는게 더 좋은 선택일거고. 그 선택이 맞는지 틀리는지가 문제이긴 한데 뭐 이건 좀 따로 생각해보고 말이야. 이 이야기를 해줄 때가 2010년이었는데, 금융위기 직후 정도는 아니었지만 주식시장이 좋을 때는 결코 아니었다. 전고점 대비 갈 길이 한참 남았었지. 지금 사야 하는건 당연히 Small-Cap Growth라고 힘주어 말하더라.

그럼 이 타이밍을 어떻게 잡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주가가 sine wave 모양으로 움직인다면 좀 쉽겠지. 오를 때 열심히 오르고 정점에 다달았을 때 긴가민가 하는 사람들이 주식을 서로 던지고 받으면서 횡보장이 이어진다면 고점으로 보면 되니까. 그런데 실제 지수 움직임을 보면 이렇지 않다. 오를 때는 천천히 오랜 기간에 걸쳐 오르다가, 내릴 땐 그냥 팍 떨어진다. 이 떨어지는 타이밍을 잡는 건 매우 어렵다. 펀드매니저 중에 내리는 걸 잘 맞추는 사람이 있긴 하던데 그런 사람 드물고 나도 그런 재주가 없다. 그래서 떨어지는 타이밍을 보고 국채로 갈아타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면 그냥 꿈 깨라고 말해주고 싶다.

현실적으로 접근하자면 최저점에서 뭘 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지금이 바닥인지 아닌지 아무도 모른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그게 바닥이었는지 알 수 있을 뿐이다. 바닥은 통과했고, 아직 전고점까지 20-30% 갈 길이 남았다면 그 때가 Small-Cap Growth를 살 때다. 마치 2010년 당시 마켓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전고점을 통과할 때 쯤, S&P 500 Index나 Large-Cap Value로 갈아타거나 알아서 하는거지.

2010년에는 난 투자할 돈이 있을 리 없는 학생이었다. 2011년에 직장을 잡고나서 난 내 401K에다 배운대로 실행했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Small-Cap Growth를 샀다가, 나중에 S&P 500 Index로 갈아탔던 것 같다. 유로존 위기에 겁먹고 채권으로 바꿨던 적도 있고, 시장 상황을 정점에 가까웠는 줄 알고 Large-Cap Value를 샀던 적은 있지만, 대체적으로 이런 방향이었다. 401K는 펀드를 이리저리 옮겨도 세금 문제가 없으니 이런 운용을 하기가 편하다.

이 마켓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괜히 이러고 있다가 지난 2018년 12월처럼 급하게 V자로 회복되고, 난 절호의 매수 타이밍을 놓친 채 마누라에게서 비아냥이나 듣게 될지도. 그런데 지금 내 생각으로는 그렇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슈가 금방 없어질걸로 보고 매수를 했던 판단은 틀렸다. 이 바이러스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몇달 안에 없어지지 않을거다. 그동안 주가가 전고점 근처는 커녕 작살난 상태로 머물 것 같다. 바닥을 지나왔다는 판단이 들면, 내 국채는 Small-Cap Growth에 투자될 것이고 401K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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