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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Mother of all short squeezes

원래는 미국은 주식 거래수수료가 비싸서 기관투자자 위주의 시장이었다. 그런데 Robinhood가 공짜 수수료를 걸고 나온 이후, 수수료 부담이 없어서인지 retail investor들이 대거 장에 참여를 했고, 여기에 코로나 오고나더니 참 마켓에 재밌는 일이 많이도 생긴다 싶다. 작년에 있었던 일 중에는 Hertz 사태가 재밌었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Hertz가 부도난 것이 시발점이었다. 원래 $15 근처에서 놀던 주가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10 아래로 떨어지더니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돌며 $5도 못지키고 무너졌다. 급기야 202년 5월 22일, 부도가 나고 말았다. 당연히 주가는 급전직하, $1 아래로 떨어지며 penny stock의 대열에 합류했다. 여기까진 뭐 정상적인 전개다.

부도났다고 회사가 바로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회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이닉스도 2002년 초반에 200원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럴 때 투자하면 잘하면 한 몫 땡길 수 있지 않겠는가? 이걸 노리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휴지가 될 위험이 상당하니 그거는 감안을 하시고. 뭐 그런 이유로 매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주가가 살짝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도 뭐 그냥 봐줄만한 전개다.

그런데 주가가 오른다는 소식에 개미군단들이 몰리더니 부도난 회사 주가가 부도 이전보다 더 올라가는 기현상이 생겼다. 난 그냥 이거 보고 '에라이 미친놈들' 하며 낄낄대고만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꿈에도 예상을 못했던 사건이 생겼다. 이 주가 흐름을 보던 경영진이 뜬금없이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이다.

주가가 적정가보다 심하게 부풀어 올랐다는 판단이 들면 취할 수 있는 수단이 몇가지 있다. 일단 주식을 갖고 있으면 팔면 되고, 주식이 없다면 공매도를 걸거나, 풋을 사거나, 콜을 팔 수 있다. 그런데 공매도, 풋/콜 모두 리스크가 있는 전략이다. 주식도 없고 리스크도 싫다면 없는 주식을 만들어서 팔아서 돈 땡기는 것도 이론적으론 가능하다. 이게 바로 Hertz의 경영진이 하고자 했던 것이다. 신주를 발행해서 이 미친 가격에 팔 생각을 한 것이다.

진짜 이거 뭐 디시인사이드 주식 갤러리 폐인들이나 농담으로 할 법한 짓을 실제로 해버리다니. 상장사 경영진인데 참... 똘끼가 충만하구나 싶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게, SEC는 제 정신이 붙어 있었다. 이 유상증자의 시도는, 당연히, SEC가 퇴짜를 놔서 이 미친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다.

올해도 재밌는 일이 또 생겼네. 이건 뭐 재미만 좀 있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감옥에 가는 사람들이 제법 나올 것 같은 사건이다. 바로 Gamestop short squeeze. 요즘이 어닝 시즌이라 빅뉴스가 많이 나올 때인데, 이거 뭐 애플이 얼마 벌었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네.

자유시장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뭘 하나? 팔고 싶으면 팔고, 사고 싶으면 산다. 여기 전제 조건은 딱 하나다. 가격. 가격만 맞으면 사든지 팔든지 마음대로 하는게 자유시장이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서는 가격 상관없이 거래를 해야하는 때가 있다. 참으로 비극적인 상황인 건데, 옵션, 공매도 거래의 청산이 그렇다. 특히 공매도는 거래를 청산하려면 사야 된다. 안 살 수는 없다. 반드시 사야 한다. 누가 총 겨누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가격이 얼마건 사야만 한다!

이런 상황을 short squeeze라고 한다. 공매도를 때린 세력이 공매도 청산, 빌린 주식을 갚아야만 하는 시점에서 무조건 주식을 확보해야만 하는데, 갑자기 주식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버리면 뭐 어쩌겠나? 그래도 사야지 뭐. 그래서 올라가는 주식을 울며 겨자먹기로 산다. 근데 이게 그냥 곱게 올라가는 게 아니다. 무슨 피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상어떼 마냥 모멘텀 트레이딩을 하겠다고 달려드는 트레이더들 때문에 무슨 대기권을 뚫을 기세로 올라가는거다. 이걸 피눈물을 흘리면서 사야 하는거다.

이건 정상적인 트레이딩의 일부이긴 해도 사고에 가까운 일이다. 그만큼 자주 생기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게 또 거하게 한방 터졌네. 바로 Gamestop이라는 회사를 갖고 이 사태가 생겼다. 헤지펀드에서 공매도를 친게 발단이긴 했다. 걔네들 공매도 전략 쓰는게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이게 별 일은 아니지. 그런데 공매도를 때려도 너무 심하게 때렸다. 유통 가능한 물량의 140%나 되는 주식을 공매도를 때렸네. 그러고 나서 당당하게 자기 포지션을 노출시켰다. 이건 망할 주식이니 어여 주식을 내놓고 도망가라 이거지. 근데 어찌어찌해서 한국으로 치자면 주식 갤러리 폐인들이 대동단결하여 주식을 매집하여 주가를 떠받치고는 short squeeze를 시켜버렸네.

근데 이걸 개미 vs 기관 뭐 이렇게 단순하게 조망하는 기사가 많더라. 그런데 이렇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다리가 부러진 물소에게 달려드는 하이에나떼 마냥 short 포지션을 물어뜯으러 다른 기관들도 달려왔을게고, 그들도 주식을 사고, short도 때리고 했을게다. 그냥 이건 심하게 short 때렸다가 포지션 노출을 하는 만용을 부렸고, 약점을 간파당한 후에, 물어 뜯긴거다. 개미 기관 할 것 없이 다 달려들어서 먹어치운 게지. 개미 돈, 기관 돈 따로 있는 거 아니다. 그냥 먹으면 장땡이지.


물론 처음 주도를 개미들이 했다는 게 특이한 사건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규모도 역대급이다. $20 아래에서 놀던 주식이 말이야. 슬금슬금 $50을 돌파하더니 $500까지 치솟았다. 이거 뭐 수익률 계산을 굳이 안해봐도 공매도 쳤던 기관들 좆된 걸 알 수 있다. 이 사태를 시작했던 멜빈 캐피털은 12 billion이던 자산이 8 billion 정도로 줄어들었단다. 그리고 아직 포지션을 닫지 않았다 뿐이지 엄청난 손실을 감내하며 버티고 있을 공매도 포지션도 많이 있을거다. 대략 이들이 감내하고 있을 손실이 20 billion에 이른다고 보기도 하더라.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게 아니다. 나랑 상관도 없는 애들 벌든지 망하든지 뭐 맘대로 하라지. 공매도 기관들이 short squeeze로 말라죽던 와중에, 그러니까 물량이 풀려서 주가가 내려가기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바라던 그 와중에, 개미 군단들이 많이 사용하던 주식 앱에서 '매수' 버튼을 막은 것이다. 대놓고 주식을 팔기만 하라는 거지. 듣자하니 기관들은 살 수도 팔 수도 있는데, 오직 개미들에게서만 매도만 가능하게 했단다. 주가를 내리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걔네들은 뭐 이런 저런 핑계를 댄다. 주가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봐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 다 이상한 소리들이고. 이거 진짜 주가조작이잖아. 진짜 주가조작이야. 지네들이 진짜 급하긴 급했구나 이런 진짜 뒷감당이 안될 짓을 다 하고.

진짜 이거 파이낸스를 전공한 나도 상상조차 못하던 일이다. 이건 주식 시장의 신뢰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일이라 절대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벌써 SEC에서 조사 시작하고, 국회 청문회도 한단다. 이게 무슨 후진국에서 벌어진 일도 아니다. 미국에서, 자본주의의 정점인 주식시장에서 일어난 일이다. 아무래도 연관된 인물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엮어서 푹 썩다 나올 것 같은데, 얼마나 많은 인물들이 얼마나 오래 썩어야 할지 지켜보는 것도 훌륭한 관전 포인트다.

그리고 이 주식 말인데, 펀더맨털하고 상관 없이 지금 주가가 구름 위로 떠 있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아마 이 광풍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주식을 제자리를 찾아 갈 것이다. 어쩌면 $20 아래로 갈 수 있다. 그럼 지금 가격에서도 1/10 토막이 나는 건데, 여기 뛰어드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 좀 냉정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 사태의 절정이던 시기에 $300, $400에 다시 공매도를 들어온 기관들이 많이 있을 건데 결국 그들이 승자로 남지 않을까 싶다. 공매도 기관에 대한 개미들의 증오가 또다른 공매도 기관들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되지는 않을지.

다음날 추가:
여러 기사를 읽어보니까 로빈후드가 매수버튼을 비활성화시킨 것은 증거금 때문인 것 같다. 이 일로 로빈후드가 개미군단의 증오를 한몸에 받을지언정 감옥은 안가도 될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구경한 작전주 개잡주 중에 이런 일이 생긴 건 처음이다. 이 사건이 얼마나 예외적이었나를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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