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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인플레이션과 서플라이 체인, 그리고 금리와 투자

개인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서플라이체인 이슈를 또 한번 크게 느낄 일이 있었다. 다름아닌 창문의 쉐이드다. 첫째 아이의 방 창문 쉐이드는 애초에 고장이 나 있었기 때문에 고치든지 새로 바꾸든지 해야 할 판이었다. 내 오피스 창문도 문제인 것이, 동쪽으로 나 있는데다 책상이 있는 위치이다보니 아침에는 햇볕이 직격을 하는 바람에 눈이 부셔서 일을 할 수가 없다. 궁여지책으로 신문지를 붙여놨는데 계속 이러고 살기에는 지나치게 모양이 빠져서 말이지.

그리하여 창문에 쉐이드를 달 계획이 있긴 했다. 그 동안 더 중요한 일들을 하나씩 처리하다가 드디어 순서가 되었고, 견적을 받아봤다. 아.. $1,500이란다. 고치는 건 당연히 안돼고 새로 사라는데... 뭐 그건 그렇다 쳐도 내가 특별히 비싼 제품을 선택했느냐... 전혀 그렇지 않다. 걔 중에서는 싼 걸 선택했다. 예전에 있던 쉐이드보다 살짝 업그레이드 된 것이긴 한데, 25년 전 것보다 약간 더 낫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업그레이드는 아니지 않은가. 제품 가격도 가격이고, 설치비도 좀 지나치게 비싼 것 같다. 비슷한 작업을 지난 집에 살 때 했었기 때문에 머릿 속에 견적이 있었는데, 난 솔직히 저거 반 정도 예상했다. 뭐 그 동안 물가 감안해도 진짜 $1,000은 안넘길 줄 알았는데 우째 이런 일이... 그나마 한 달은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데, 지난 번엔 이렇게 오래 안기다렸던 것 같은데 진짜 서플라이 체인 이슈가 안터진 동네가 없구나 싶다.

워낙 물가가 기록적으로 오르고 있다보니 연준에서 금리를 올린다고 천명했고, QT도 진행중이고 하니까 모기지 금리가 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도 조금 쿨 다운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치면 나는 진짜 불장에서 집을 산 게 되는데, 그럼 조금 더 기다렸다가 사는 게 옳은 선택이었을지 궁금해지더라. 아마 지금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도 조금 더 기다려야 할 지, 조금 더 빨리 샀어야 할 지 다 궁금하겠지. 그래서 계산을 해봤다.

결론적으로 작년에 집을 산 건 옳은 선택이었다. 같은 금액의 down payment, 같은 금액의 모기지 payment를 앞으로 감당한다고 했을 때, 오른 금리로 인해서 살 수 있는 집의 가격은 20%나 내려갔다. 게다가 내가 down payment 금액을 모두 주식에 넣어두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목표로 하는 집의 가격이 20%보다 더 내려갈 터. 뭐 그래 20%라 치고, 아무리 부동산 시장에서 김이 빠진다 하더라도 가격이 20%가 내린다라? 쉽지 않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때도 시카고 인근 학군 좋은 동네는 집 값이 별로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집값이 많이 내리려면 집이 시장에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있기가 어렵다. 어지간히 가세가 기울어도 집을 파는 건 진짜 최후의 수단이다. 망해서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도 안될 때 나오는 게 집이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동네라면 불경기에도 물량이 풀리기가 힘든 것이다. 대신 어디 다운타운 같은 곳에 investment property는 좀 내려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집을 사고 싶으면 어찌 해야 하느냐? 너무 오래 기다려서는 안된다. 높아진 모기지가 집값을 끌어내릴 것이고 그렇게 낮아진 가격으로 집을 사는 건 좋은 판단인 것 같다. 허나 모기지가 내릴 때까지 기다리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이율이 높으면 버짓은 좀 줄어들겠지. 하지만 그 줄어든 버짓으로라도 집을 사고, 나중에 모기지가 내리면 refinance로 낮은 이율로 갈아타면 된다. 그렇게 해서 집은 당초 기대보다 조금 작은 대신, 줄어든 모기지로 경제적 여유를 조금 더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사를 다닐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마음에 드는 집은 생각보다 많이 없다. 그냥 버짓에 맞춰서 원하는 집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그냥 부동산 마켓이 저점을 찍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싶다.

그러고보니 여름까지 기다리지 않고, 올 초에 시카고 시내에 있던 콘도를 판 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내가 이럴 줄 알고 판 건 아니고 그냥 사실 그 때는 너무 싸게 판다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마켓이 이렇게 급격하게 바뀔 줄은 몰랐다.

그럼 투자는 어찌 해야 하는가? 이건 그냥 내 개인적인 판단일 뿐이다. 일단 QT가 진행중이고, 연준에서 금리까지 올리기 때문에 금융시장 전체에서 돈이 빠져나가게 되어 있다. 그렇다. 주가가 앞으로 빠질 가능성이 오를 가능성보다는 훨씬 크다고 본다. 그럼 바닥을 찍는 데에는 얼마나 걸릴까? 사실 나도 미래는 모른다. 누군들 알겠나. 다만 지난 닷컴 버블과 금융위기 때를 보면 대충 1-2년 걸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 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긴 하기 때문에 마냥 기계적으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없다. 대규모의 파산, 줄도산과 대량의 실업 뭐 이런 사태가 생길 걸로 보는 사람은 드문 것 같고 나도 그리 생각한다. 그래서 뭐 그냥 하던대로 S&P 500 인덱스 펀드 자동이체나 계속 할 생각이다.

근데 학교에서 배울 때는 주식 시장이 좋으면 채권은 좀 별로고, 채권이 좋으면 주식이 별로다 이랬는데 지금은 뭐 다 쌍끌이로 다 내렸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하긴 내가 졸업한 직후에도 한 동안 주식도 좋고 채권도 좋은, 특이하게 좋은 시절이 있었지. 뭐든 어느 바닥 정설이라면 다 이유가 있고, 거기서 벗어난 건 오래 지속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냥 생각난 김에 미국 전역의 휘발유 가격표를 가져왔다. 캘리포니아야 뭐 그렇다 치고, 저기 밝게 빛나는 일리노이가 있네. 하필 이런 데서 튀다니 좀 야속하구만 일리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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