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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SVB 파산과 그 충격의 진행

사실 내가 여기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게 좀 말이 안된다. 별 다른 지식이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냐면 여기에 블룸버그 기사 한 번 안 찾아봤다. 요새 애들 보랴 집안 일 보랴 너무 바쁘다. 그래서 이건 그냥 여기저기 조금 줏어들은 것에다가 내 잡설을 더한 수준이다.

SVB가 진짜 신속하게 파산했다. 자산 규모에서 10-20위 사이면 꽤 큰 은행인데 말이야. 은행이라는 게 결국 예금 받아서 대출 해주고 이자로 수익을 해는 사업인데, 자세히 뜯어보면 이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쉽게 말해서 예금 받은 돈으로 여기 저기 투자도 많이 한다. 주로 채권에다 투자를 하는데 미국 국채 많이 사고, MBS에다가도 투자를 한다. 지난 금융위기 때는 이 MBS가 문제였지. 이 번에는 국채다. 이게 문제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국채 투자 잘 못해서 사단이 났지.

뭐 하여간 파산했고, FDIC가 곧장 개입해서 문제를 수습했다. 이례적으로 예금을 전액 보증해준단다. 아주 놀라운 조치이면서, 동시에 SVB의 대차대조표가 부실 자산으로 채워져 있지는 않아서 이럴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냥 채권 duration을 잘 못 구성했다가 좆됐다 뭐 이런 거겠지. FDIC가 이렇게 안 했으면 파장이 컸을 수 있다. 거기다 돈 맡겨 놓은 고객들이 다 좆되니깐. 뭐 어지간한 도시 하나 파묻히는 정도의 사건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트럼프 정부에서 은행 규제를 완화한 게 문제였다는 의견이 좀 있더라. Frank-Dodd Act 말하는 건데, 난 사실 내용을 잘 모른다. 잘 알고 있어야 함이 마땅한데 그렇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뭐 하여간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려 보면, 은행에 존나 빡센 규제였다. 특히 중소규모 은행에게는 좀 비현실적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원안대로 통과가 되진 않았던 것 같고 그 후로도 수정이 가해진 모양이다. 그렇게 완화되는 와중에 SVB가 살짝 빠진 것이지. 그리고 이 사단이 났으니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의견인 것 같다. 그래서 중소 은행의 고객들이 대형 은행으로 돈을 옮기고 있단다. 뭐 합리적인 반응이지.

SVB는 채권 duration 잘 못 짰다가 망했는데, 이 금리가 급등하는 시기에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은행이 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당연히 한다. 그래서 따라 망한 은행이 있긴 한데 그 역시 수습이 되는 분위기다. 혹시 은행이 갖고 있는 MBS들이 알고 보니 다 휴지 조각이었어요 이러면 문제가 클 수 있는데, 장기 국채 가격 좀 내린 것 정도는 여기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지난 금융위기급 사태라며 호들갑을 떠는 사람이 있긴 한데… 뭐… 지난 금융 위기 이후로 규제도 빡세졌고 해서 대형 은행들은 또 안전하고 하니까 파장은 제한적이다 뭐 이래 마무리 되는 분위기였다.

근데 엉뚱하게도 바다 건너 Credit Suisse에 불이 붙었네. 이 투자은행에는 나를 금융공학으로 이끈 사람이 예전에 다녔었다. 걔가 다닌 회사가 한 둘이 아니긴 하지만. 뭐 대단히 뛰어난 친구인데 뭐 하여간 지금은 안 다닌다. 그건 그렇고 이 회사는 진짜 요 몇 년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진짜 보통의 회사에서는 있기 힘든 스캔들이 계속 터지더라. 재수가 없었다 정도로 봐줄 수 있는 사건을 제외하고 봐도 이 정도면 딱 하나는 확실하다. 회사가 존나 개판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것 말이다. 원래 분위기 좋을 때는 대충 막 굴려도 티가 안 난다. 시장 분위기가 안좋을 때 존나 터져서 그렇지. 이 번에도 약방의 감초마냥 또 껴 나왔는데 스위스의 중앙은행이 개입해서 수습이 되는 분위기다. 뭔가 화려한 불구경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문제의 규모가 지난 금융위기 때에 비할 바가 못 된다니까.

근데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크라이시스가 너무 초월적인 사태여서 그렇지 것보다 작으니까 괜찮아 이런 건 절대 아니다. 실제로 아슬아슬한 은행이 더 있을 거다. 이러다가 몇 개 더 터지고 시장의 불안감이 폭발하면 부담스런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연준에서 이자율을 마음껏 올리지는 못할 거라는 사람들이 좀 있더라. 레이 달리오는 한 술 더 떠서 내년부터는 금리를 내릴 거라고 한다. 여기에 동의하는 업계 전문가도 꽤 있더라. 난 뭐 잘 모르겠다. 걔네들이 나보다 더 잘 아니까 그 말이 맞을 것 같긴 하다.

인플레이션은 어쩌고 금리를 내리느냐 이런 생각 하는 사람도 많더라. 여기에 대해 아주 대담한 예상을 내놓는 걸 봤는데, 곧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해서 협상 테이블이 차려질 거란다. 이 전쟁이 물가 상승에 아주 크게 기여를 한 건 사실이니까 전쟁이 끝나고 긴장이 완화되면 도움이 되긴 하겠지. 그런데 전쟁이라는 게 물가 때문에 하고 말고 할 것도 아니고 여러 더 중요한 이유가 많을 것 같아서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럼 우리는 뭘 해야 되느냐? 어느 investment banker는 돈을 일찌감치 다 CD에 박아놨단다. 한국으로 치면 정기 예금이지. 나는 내가 마켓 타이밍을 맞추는 재주가 없다는 걸 알아서 그냥 하던대로 S&P 500 인덱스에 자동 이체로 돈 넣고 있다고 했다. 뭐 지금도 그러고 있다. 직장 동료 하나는 요새 은행주 싼데 안사냐 그러대. 이건 정말 좋은 investment idea 같다. 개별 주식보다는 banking sector에 대한 ETF 찾아서 넣는 게 좋겠지. 그래서 KRE 살라고 주문 좀 내놨는데 어휴 시발 체결 안되고 갑자기 폭등하더니 장 끝났네. 아 진짜 5센트만 더 놓게 부를걸. 안되는 놈은 안되는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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