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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은행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투자 성적이 왜 이 모양인가?

지난 번 은행 SVB 파산으로 마켓이 공포에 휩싸였을 때, 난 사람들이 과민 반응을 한다고 봤다. SVB가 흔하지 않은 짓을 하다가 저래 된 거지, 나머지 은행들은 멀쩡할 거라고 믿었고, 거기에 비하면 은행주들이 지나치게 싸 보였다. 물론 금리가 올라갔으면 은행들이 갖고 있는 채권 가격이야 하락했겠지만 그 걸로 은행이 망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과감하게 미국 지역 은행 인덱스에다 투자했다. 그리고 현재 성적은 대충 -15% 정도다.

자신 만만하게 투자한 것 치고는 성적이 영 엉망이다. 은행들이 멀쩡했으면 +15%도 시원찮을 판인데 어쩌다 저 모양이 되었는가? 이 건 내가 앞 일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 은행의 balance sheet은 망할 정도는 아닌 게 맞다. 그런데 문제는 뱅크런이 일어난 것이다. 사람들이 작은 은행에서 돈을 빼다가 큰 은행으로 옮겼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은행은 예금으로 받은 돈을 가만히 쌓아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그 돈은 대출 등으로 나가고 없다. 그런데 예금주가 인출을 요구하면 어쩌겠나. 방법은 둘 뿐이다. 어디서 돈을 구해서 내주든가, 파산하든가.

예금주가 돈을 찾겠다는데 못 준다 그러면 바로 그냥 파산이다. 돈을 빌려서 내주면 당장이야 파산을 면하지만 이자율이 너무 높아진 게 문제다. 예전에 받은 예금으로는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내주고 이자를 받아먹고 있는데, 이제 다른 데서 빌리려면 훨씬 높은 이자를 물어야 된다. 예대마진이 음수가 되는 거지. 이게 쌓이면 망하는 거고. 이래도 좆되고 저래도 좆되는 상황. 진퇴양난, 이 동네 말로는 between a rock and a hard place.

물론 예대마진에서 손해를 보는 게 당장 망한다는 뜻은 아니다. 망해도 좀 있다 망할테니까. 허나 수익성에 아주 큰 문제가 생긴 건 확실하다. 그래서 작은 은행 주식이 내리는 거다. 큰 은행들이야 뭐 전혀 상관없고. 아니 오히려 이득을 보겠지. 나는 작은 지역 은행들에 투자했으니 아주 정교하게 망테크에 꽂힌 것이지.

이래서 내가 주식을 안 고른다. 내가 보는 그림이 전부가 아니거든. 당장의 벨류에이션에 눈이 멀어서 뻔한 미래를 못 보기도 하고. 내가 이러던 와중에 워렌 버핏은 작은 은행 주식을 진작 다 털었다고 하니 정말 현인이다. 현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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