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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50대를 위한 변명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킨게 1961년이다. 한국전쟁으로부터는 8년이고 419 혁명으로부터는 불과 1년 남짓이다. 짧은 기간에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거기다 국가 경제력은 세계 100위권 밖이다. 말이 100위권이지 거의 거지나 다름 없는 나라다.

전체적으로 보면, 당시 한국은 나라도 아니었다. 그런데 박정희가 대통령을 하는 동안 나라 꼴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먼지 폴폴 날리던 길은 포장이 되고 없던 공장도 막 생겼다. 그리고 북한을 경제력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당시를 살아가던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까?

박정희가 이 나라를 build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민주주의가 어떻고 독재가 어떻고 하는 건 당시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박정희는 잿더미에서 나라를 일으킨 영웅일테니 말이다.

나도 프레이저 보고서를 읽어보았고, 박정희가 지나치게 미화되어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리고 박정희와 미국의 갈등이나 당시 경제정책, 부패에 대해서도 알만큼 안다. 만약 지금 50대에게 이런 사실들을 알려준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박정희를 존경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덜어질까?

내 생각에는 별로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진짜 하루하루가 막막하던 차에, 박정희가 집권을 했고, 먹고 살만해졌다. 어쨌거나 박정희 시절에 많은 사람들이 생존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됐다고 느꼈다. 여기에 부패 스캔들 뭐 복잡한 외교 문제 등등이 이 절대적인 고마움을 어떻게 덮을 수 있을까.

투표를 하는 행위는 앞으로 나라를 이끌 지도자를 뽑는 행위이다.

그런데 진짜 지도자를 뽑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특히 좀 못배우신 분들은 '이분이 좀 잘되었으며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많이들 하신다. 그 영웅의 딸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딸은 언론에 의해 엄청나게 미화되어 있다. 게다가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스토리까지 갖고 있다.

그 딸은 본 50대 분들은, 옛날에 크게 신세진 분의 딸이 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해보면, 오히려 박근혜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

노인들의 향수와 (그나마도 조작된 듯 한)측은지심에 미래를 걸어야 하는 젊은이들의 심정은 갑갑하겠지.

난 박정희가 외국회사에서 리베이트를 받을 때 돈 대신 무기를 달라고 했다는 출처불명의 만화보다는, 리베이트를 받아서 스위스은행에 쟁겨놨다는 프레이저 보고서를 더 신뢰한다. 이건 출처라도 분명하니까. 그리고 미국이 조직적으로 한국과 일본, 대만을 경제적으로 부흥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도 사실일 것으로 본다.

하지만 뭐 어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거 모른다. 그 암울한 시기를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와 뚫고 왔던 그 경험이 어떻게 부정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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