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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가슴이 아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더 사람을 알게 되는 것 같다. 믿어도 될 사람인지, 이 사람에게 난 어느정도의 존재인지. 그래서 최근 몇년간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젠 내가 이용해 빨아먹을 영양가가 없어 보인다거나, 인간관계가 너무 좁아져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가끔, 지난 일들을 생각한다. 예전엔 내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었고, 그 사람들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너무 내 앞가림에 급급해서 살았다. 이젠 그렇게 돌진할 목표도 없어졌고, 사람도 좀 여유도 생긴 것 같고, 또 반추해볼 경험도 많아졌다. 나이 들면서 과거를 생각하는 일이 많아지는 건 자연스런 일이겠지.

사람의 기억이란 게 별로 믿을 건 아니어도, 그렇게 생각해보면 그때 몰랐던 것을 새로 알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어떤 구체적인 행동들이 그렇다. 그땐 그 사람이 내게 그러는지 이해가 안될 때가 많았다. 지금은 대충 다 이해가 된다. 대부분 안좋은 쪽으로 이해가 되는데, 좋은 것도 많이 알게 되었다. 주로 어떤 사람이 내게 보여준 호의 같은 것들이다. 그 때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그거 정말 큰 믿음이었구나 사랑이었구나 하는 것 말이다.

특히 요즘 들어 할아버지와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그분들에게 난 그저 사랑하는 손자였다. 한순간도 빠짐없이. 그분들이 내게 해준 모든 것들은 그저 나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생각을 하면 가슴 한쪽이 따뜻해지면서도 아프기도 하다.

이제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이 슬프다. 예전에 더 해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지만, 손자가 그 사랑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 돌아가신 할아버지이고, 가장 가깝게 느끼는 분은 할머니라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내게는 대체될 수 없는 그 무엇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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