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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단상

한국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참 이해하기 어렵다. 얼마전만 하더라도 말레이시아 항공기 사건을 보면서 말레이시아 정부를 무능하다고 생각했고 허술한 항공사를 비웃었다. 그런데 그게 남 일이 아니었다.


사람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평소의 모습만 봐선 안된다. 정상 상태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산다. 하지만 정상 상태가 아니라면 그 사람의 본질을 볼 수 있다. 급하거나, 큰 이익이나 손해가 걸려 있거나, 바닥에 떨어져 있거나, 누가 우쭐하게 추켜세워주거나, 권력을 쥐어주거나 말이다.


어떤 조직이나, 국가까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냥 잘 굴러갈 때에는 다 잘 굴러간다. 정말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 저력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세계 최고 기업들은 다 외국 기업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삼성이라는 초일류 기업도 있고 현대자동차도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그때는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을 흔하게 만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아시아계 사람들을 만나면 먼저 한국 TV쇼 이야기를 하며 다가오는 경우도 자주 겪는다. 게다가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일도 왕왕 늘었다.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허덕이던 개발도상국이 이제는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훌륭한 나라가 되었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 느꼈다.


이번 사고를 지켜보니 화려한 포장 속에 있던 우리의 맨 얼굴을 보는 듯 하다. 우리는 일류에 거의 도달한 줄 알았는데 아직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사고 이면에 감춰진 못난 모습들, 그냥 그게 우리였던 거다. 아직은 이게 우리 수준이었던 것이다.


난 이런 소식에 참 무덤덤했던 사람인데, 결혼을 해서 그런지 남겨진 가족들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처음에 배가 잘못된 것 같다는 뉴스를 들을 때만 해도 곧 다 구조될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수많은 사람들을 잃어버리는 것을 실시간으로 전해받으니 너무 안타까웠다. 가슴아팠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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