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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시카고에서 영화보기

미국 와서 대략 4~5개의 영화관에 가봤다. 가장 많이 가본 곳은 AMC River East 21이다. 오늘은 대략 이 영화관을 기준으로 한국 영화관들과 다른 점을 써봤다.

1. 좌석 번호표가 없다.
놀랍지 않은가? 좌석 번호표가 티켓에 없다. 그냥 아무데가 가서 앉으면 된다. 내가 처음 미국 영화관에 갔을 때는, 진짜 영화관 처음 가보는 남자 둘이었는데, 이걸 몰라서 헤메다가 자리가 다 차는 바람에 맨 앞자리 구석에 가서 봐야 했다. 목 아파서 죽을 뻔 했다.

좋은 자리에 앉아서 보고 싶으면, 일찍 예매를 할 게 아니라 일찍 들어가야 된다. 이게 참 비효율적인데 아직도 이러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아마도 미국은 한국처럼 영화관 좌석이 꽉꽉 차는 일이 드물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제 좌석표가 있는 영화관도 생기는 모양이다. South Loop에 있는 ICON Theater가 그런데 친구가 뭣도 모르고 아무데나 앉았다가 쫓겨난 적이 있단다.

2. 가격이 제법 비싸고 다양하다.
내가 한국에 살던 시절 기준으로 보면, 표값이 다 똑같았다. 서울 강남 한복판인 COEX의 메가박스나 신촌 녹색극장(아직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삼류 영화관의 대명사였다)이나 같은 가격을 받았다. 요새는 3D 영화도 있고 하니까 이렇지는 않겠지. 그런데 미국 영화관은 다 다르다. 같은 영화를 해도 영화관마다 가격이 다르고 시간대마다 다 다르다. 조금 생각해보면 이게 당연한건데도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게다가 가격도 비싸다. 이것도 당연한건데 처음엔 당황스럽더라. 대충 $12~$15 정도 하는 것 같다. 여기도 이른 아침에는 좀 싼데 그래도 $7 정도였던 것 같다. 지금 한국에서 표값이 얼마나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번은 CINUS 가서 조조영화를 4000원도 안주고 본 기억이 있다. 지금은 오르긴 올랐겠지만 15,000원씩이나 하진 않겠지.

3. 티켓 하나로 여러 영화를 볼 수 있다. (걸리지만 않으면)
이게 상상이 되는가? 나도 처음에는 그냥 영화 하나만 보고 나왔지 다른데 들어갈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영화관 구조를 잘 보니 다른 영화를 또 봐도 되겠더라고. 잘 살펴보니까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나중에 알아보니 원래는 그러면 안되는 거란다. 사정이 이러니 가난한 유학생들 중에는 오전 일찍 들어가서 하루종일 죽치다 오는 사람도 있단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2개 본 적은 있다.

아마도 검표를 빡세게 하지 않는 건 이유가 있어보인다. 일단은 그러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난 영화 2개 연속으로 봐도 좀 피곤하더라. 하루종일 죽치고 있는 건 뭐 어지간히 영화에 목마르고, 어지간히 가난하지 않으면 못한다. 게다가 중간에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영화관을 일단 나가면 다시 표를 사와야 하다보니, 영화를 여러개 보려면 밥을 굶거나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안에 음식을 들고 가는게 허용이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안에서 도시락 까먹을 용자는 그리 흔할 것 같지 않다. 사먹어도 되긴 하지만, 가격이 꽤 비싸다. 애초에 돈을 아끼려고 하는 짓이다보니 거기서 밥 사먹는 건 옵션이 아니다.

난 참 영화를 좋아한다. 한국에 있을 때도 영화에 추억이 많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도 영화를 하루에 2개 본 적이 있다. 이 때는 두번 다 돈을 내고 제대로 봤다. 그 이유가 조금은 황당한데, 1. (학교 장학금보다 돈을 더 주는)외부 장학금을 받게 되어서 기분이 좋았고, 2. 오랜만에 본 영화가 너무 엉망이라 하나를 더 보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문제의 영화는 바로 “자귀모”. 돈이 아니라 앉아있는 시간이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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