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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그 사람의 사이비 종교 여행기

A는 조그만 시골에 살았다. 공부를 썩 잘했던 것은 아니지만 집안의 도움으로 서울에서 대학 공부를 한다. 그 때는 소수의 사람만 대학을 가던 시절이다. 그렇게 대학에 가서 신세계를 봤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이 특별해진 느낌을 받는다. 대학 교육은 워낙 적은 사람들만 누리는 혜택이다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A가 특별한 기회를 만난 것은 시골 형편에도 대학을 보내준 부모님이 드문 희생을 치뤘기 때문이지 자신의 배경과 자질이 뛰어났기 때문은 아니었다. 어쩌다 찾아온 이 행운을 붙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졸업 후에 다음 스텝을 영리하게 밟았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착각을 한다. 자신이 특별한 엘리트라고 말이다.

졸업 후에는 시골로 돌아와 이냥저냥 남들처럼 살게 된다. 뭐 그것도 훌륭한 삶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자신을 인정하지 못했다. 자기는 아주 고급인력인데 뭐가 잘못되어서 지금 이러고 산다고 생각했다. 주변의 못배운 사람들을 보며 한심해하고 대학 시절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과 비교하며 바로 그 교양 있고 유복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 자신이 속해야 마땅한 동네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대학생활을 하며 잠시 꿈을 꾸다 현실로 돌아왔을 뿐인데 말이다.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 수준에 안맞는 현실이 마음에 안든다. 자연히 주변 사람들에게 꼬장을 부리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진상을 부려도 부려도 그때 뿐이다. 본인은 아는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본인 안에 있기 때문이다.

마음 속 깊은 곳의 허무함. 그걸 채워보려 이리저리 애를 써보다 종교를 찾아나서게 된다. 그런데 멀쩡한(?) 종교는 성에 차지 않는다. 그토록 큰 자존감의 빈자리를 쉽게 채워줄 수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too good to be true인데, 본인이 원한게 바로 그것이다.

거짓은 언제나 귀에 부드럽고 입에 달다. Financial State Analysis 교과서를 보면 항상too good to be true를 경계하라고 되어 있다. 이게 참 분야를 막론하고 통하는 conventional wisdom인 것 같다. A는 드디어 본인의 욕구를 채워주는 종교를 만난다. 두말할 것 없이 사이비다. 참고로 사이비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고 한국에서 종교가 다 이런 면이 좀 있다. 편의상 좀 구라가 덜한 것을 멀쩡한 종교, 좀 심하면 사이비로 보자.

문제가 있는 종교가 다 그렇지만, 강렬한 선민의식의 세례를 받은 A는 비로소 행복해진다. 드디어 저 속된 무리들과는 다른 특별한 사람이 된 것이다. 그곳에서 만난 선택받은(?) 사람들끼리 어울리며 비로소 내가 속할 곳을 찾은 느낌, 바로 마음의 평화를 느낀다. 물론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자기가 평소에 멸시하던 못배우고 못가진 사람들이지만 뭐 어떤가? 가끔 자기처럼(?) 잘난 사람들도 있고, 못난 사람들도 기꺼이 포용하는 그 종교가 대단해보인다.

신의 대리인께서는 당연히 돈을 바치라 하시고 아무런 의심 없이 엄청난 돈을 갖다 바친다. 자식들을 광신도 소굴에 집어넣고 부역하라 한다. 가끔 가다 제정신 차린 사람들에게 오히려 동정을 적선하고 가끔 폭언도 퍼붓는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을 빛의 길로 인도해보려 극성을 부린다. 심지어 말기암으로 거동조차 못하는 사람 옆에 하루종일 붙어서 종교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몸 건강한 나도 옆에서 광신도가 3분만 헛소리를 떠들면 짜증이 나는데 그 환자가 얼마나 괴로웠을지 내가 다 미안하다.

가끔 믿음을 도전받는 일이 생긴다. 영혼의 스승께서 돈을 삥땅쳤다거나 의심스런 이유로 돈을 걷는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그때마다 선각자를 따르는 선택된 무리에게 당연히 신이 주시는 시험으로 생각하고 무시한다. 사이비에게 넘어간 어리석은 사람보다 신의 충성스런 일꾼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다. 바로 이게 인지부조화다.

가끔 객사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든 여행은 끝이 있고 이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매주 일요일마다 신의 음성을 들려주던 영도자께서는 돈을 횡령하기에 바빴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집안이 휘청거릴 정도로 돈을 갖다 바친 것을 들키면 안될 사람에게 들킨다. A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이제라도 꿈에서 깨 현실로 돌아올 것인가. 그러기엔 자신의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쪽도 팔린다. 한편으로는 계속 그짓을 하기엔 너무 제정신인데다 여력도 없다. 대충 발을 반만 걸쳐놓고 갈등과 쪽팔림을 느끼며 혼란스러워 한다.

A는 생각해본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저 사는게 좀 허무하고 만사에 불만이라 마음의 위안 좀 찾고 싶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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