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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기독교인들에게 하는 부탁

집에 라면이 떨어져서 오랜만에 한인 마트에 갔다. 이날은 한인 교회에서 전도하러 나온 사람들이 입구에 진을 치고 있었다. 마트에 한인 교회에서 뿌린 유인물이 잔뜩 있는 건 흔한 풍경인데 이렇게 사람이 나와 있는 건 처음 봤다. 그 사람들이 대단한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니었다. 고성방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조용히 유인물만 나눠주면서 교회 다니라고 한마디씩 할 뿐이었다.

얼떨결에 그 책자를 받아서 읽어봤다. 역시 한인교회답다. 책자 내용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예수천국 불신지옥”.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 그림은 덤이다. 이 간단한 내용을 그리 길게 늘어뜨려놓다니. 누가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 논술과외라도 받았으면 무쟈게 고생을 했을 것 같다.

기독교인들아 제발 좀 이러지 마라. 기독교의 본질이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니? 교회에서 배운거라고는 그것 밖에 없다면 교회 잘못 다니고 있는거야. 예수님이 가르친 내용이 뭐니? 그 가르침이 너네들이 믿는 종교의 본질이야. 제발 그런 것 좀 숙지하고 전도할 때 써먹어봐. 안그러면 씨도 안맥혀. 내가 이유를 알려줄까? “예수천국 불신지옥”에서 시작하면, 그나마 상대방이 성의껏 받아줄 때, 대화가 이런 식으로 전개돼.

광신도: 예수 믿으세요. 안그러면 지옥 갑니다.
정상인: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광신도: 성경책에 써 있으니까요.
정상인: 성경책에 있는 이야기가 다 사실이라는 뜻인가요?
광신도: 네 사실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이니까요.
정상인: 오호 그럼 성경에 있는 다른 이야기들도 다 사실이겠군요. 한번 따져볼까요?

당연한 소리야. 성경책에 써 있어서 그렇다는 소리를 하는 순간 성경책이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것인지를 따지게 되는데 이러면 니네들한테 디게 불리해져. 성경책에 있는 사건들이 역사적 사실이라면 성경책의 신뢰도가 올라가지만, 성경에 사실인 듯 적혀져 있는 내용이 허구라면 성경책의 신뢰도가 떨어지는거겠지? 사람도 그렇잖아. 누가 자꾸 헛소리 하면 그 사람한테 믿음이 가니?

결국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들고 나오는 순간 필연적으로 성경이 사실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어. 그런데 너희들 뭔 이야기가 나오면 이게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 판별할 능력은 있니? 혹시 너희들이 모를까 해서 알려주는건데, 성경책에 있는 스케일 큰 이벤트들 있잖아. 그거 다 허구야. 학부 수준의 과학이나 역사에 대한 지식만 있어도 쉽게 논파할 수 있어. 논파까진 아니더라도 미심쩍게는 들릴텐데 그럼 그게 통하겠니?

요새 대학 나오고도 기본 지식도 없는 사람들이 워낙 흔하긴 해도, 저게 그냥 먹힐 사람 찾는게 또 그리 쉬운 일은 아니야. 너네가 지나가는 사람 랜덤으로 찍었을 때,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믿어줄 사람일 확률은 그정도로 작단 뜻이지.

그럼 많이 배운 사람들이 너네 교회에 있는데 그 사람들은 왜 믿느냐고 물어보고 싶지? 일단 어릴 때부터 그 사람이 교회를 다녔을 확률이 높아. 저런거 따질만한 머리가 없을 때부터 다닌거지. 어릴 때 주입된 세계관에서 벗어나는거 은근 어려워. 어릴 땐 성경이 사실이냐 아니냐 따지는 허들이 없고 이미 진입은 했으면 그냥 교회에서 좋은 말 많이 해주니 그냥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이야. 나도 광신도가 나한테 태클 안걸고 돈 많이 바치라 소리만 안했어도, 혹은 그 돈이 불투명하게 운영된다는 것 모르고 살았으면, 그냥 다니고 있었을지도 몰라.

아니면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안믿지만 교회 다니는 사람도 많아. 아까 내가 말한 것처럼 예수님이 좋은 것 많이 가르쳐줬다니까. 역사적 사실이 어쩌고 전에 그런 가르침이 좋은게 많으니까 그냥 다니고 있는 사람 내 주위에도 실제로 있어. 그러다 신앙이 이상한 방향으로 깊어지면 뭐 주객이 전도되는거지만.

그러니까 전도할 때 예수님의 가르침이 뭔지, 그 가르침대로 살면 뭐가 좋은지를 알리는게 더 나을거야. 사실 한국계 기독교 말고는 저런 소리 하는 애들 못만나봤어. 너네가 사이비 취급하는 몰몬도 저렇게 전도 안하더라니까. 교회를 다니면 뭐가 좋은지를 어필해봐. 얼핏 생각해도 좋은 점 많이 있거든. 이런 방향에서 접근하면 전도도 쉬워지고 본인도 바르게 신앙생활 할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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