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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선배들의 해외생활 이야기

좋은 보험의 가치

위에서 설명한대로, 미국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는 무슨 보험을 갖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보험은 일단 이 세 가지를 결정한다. 이용할 수 있는 병원, 진료, 가격. 보험이 없으면, 진료 자체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병원비를 떼일 우려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다양한 보험이 있다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좋은 보험과 안 좋은 보험의 차이도 크다.

어느 세계적인 기술 기업에서 제공하던 보험은, 보험료도 회사에서 내주면서, 미국 내 어느 병원에서 무슨 치료를 받든지 100% 보험사에서 커버해줬다. 안타깝게도 CEO가 바뀌고 나서 보험이 좀 안 좋아졌다고 한다. 반면 이용할 수 있는 병원도 제한이 많고, deductible은 $5,000이 넘는 보험도 있다. 물론 이거라도 없으면 병원에서 진료조차 받아볼 수 없기 때문에 있는 게 낫지만,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것으로 느껴질 거다.

이쯤에서 다들 짐작할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 들었던 호러 스토리들은 다 보험이 없거나 아주 안 좋은 걸 갖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다. 미국으로 유학을 오거나, 미국에 취업을 해서 비자를 받는 사람이라면 해당되지 않는다. 취업 비자를 내주는 회사나 학생 비자를 내주는 대학교에서 이렇게 안 좋은 보험을 쓰는 경우는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다 괜찮은 보험을 갖고 있다. Deductible이 높게는 $5,000 정도로 올라가는 경우는 있지만, 지역 내 어느 병원을 가도 다 받아주고, 어지간한 치료는 다 커버해준다. 소소하게 아픈 걸로 의사를 만나면 $50-$100 정도 들 것이다. 큰 사고를 당해서 산소 호흡기를 낀 채 중환자실에 며칠 머무른 후에 재활치료까지 받아도 $5,000으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만 병원비를 몇 만 불씩 뒤집어쓰고는 파산하고 길거리에 나앉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안 좋은 보험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을 붙이자면, 개인적으로 보험을 드는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많이 겪는다. 소규모 사업자들이 주로 해당된다. 아무래도 회사나 학교처럼 buying power가 있을 수가 없어서 그런지 같은 보험사에서 나온 상품을 이용하려고 해도 회사를 통해서 든 것만큼 좋지 않다. 가까운 병원이 보험을 받아주지 않아서 먼 곳으로 다니기도 하고, 필요한 치료가 커버되지 않아 낭패를 겪는 일도 생긴다. 게다가 비싸기도 하니 위험을 무릅쓰고 의료보험 없이 살기도 한다. 그래서 멕시코로 의료 관광을 가고, 한인들은 한국으로 가서 치료를 받고 오는 것이다.

멀쩡한 보험을 갖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그리고 아주 좋은 보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 앞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누군가는 받아주는 병원을 찾아 헤매고,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을 해야 하는가 하면, 심지어 다른 나라의 병원을 수배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전혀 고민거리도 아닌데 말이다. 이런 점도 참 미국답다는 생각이 든다. 난 나쁘지 않은 보험을 갖고 있고, 미국으로 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럴 거라고 말해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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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공돌이 선배들의 해외생활 이야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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