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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선배들의 해외생활 이야기

불량 병원

미국 병원 서비스가 좋다는 소리를 지금까지 했는데,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물론, 나도 이 곳에서 안 좋은 일을 여러 번 겪었다. 여기서 딱 하나만 소개해보고 싶다.

아내가 아이를 낳기 전에 다니던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병원은 일단 위치가 끝내준다. 아마도 시카고에서 땅값이 제일 비싼 동네일 거다. 심지어 아내가 좋아하는 햄버거 가게와도 가깝다. 의사들도 열심히 하는 것 같더라. 친절하기도 하고 말이지. 하기사 병원이 잘 되지 않으면 어떻게 그 월세를 감당하겠는가?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다. 지금껏 다른 병원에서는 대충 예약한 시간에 의사를 만났다. 헌데, 여기선 한 시간 기다릴 각오는 해야 했다. 물어봐도 뻔한 소리만 하니 그냥 의아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 의문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풀렸다. 그 병원에서 일했던 사람을, 정확히는 담당 의사의 비서를, 밖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지. 알고 보니 그 병원은 환자를 이중으로 예약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더블 부킹을 당한 환자들에게 자꾸 거짓말을 해야 하니 견딜 수가 없어서 그 병원을 관뒀단다.

이 말을 듣고 보니 그 병원에서 겪었던 이상한 일들이 다 이해가 되었다.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고 할 때마다, 직원들은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행동했다. 뭔가 착오가 생겨서 이런다는 느낌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나와 아내는 다시는 그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물론, 병원에서 30분 넘게 기다리는 일도 다시는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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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공돌이 선배들의 해외생활 이야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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