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공돌이 선배들의 해외생활 이야기

마치며 2019년 5월 어느 날,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가 뜬금없이 책을 써보자고 했다. 나는 당황하긴 했지만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이 녀석은 원래 호기심이 왕성했으니까. 학창 시절에는, 학업 성적은 탁월했으나, 격투 게임과 만화책에 푹 빠져 살더니 대학교 가서도, 맥락을 가늠할 수 없는, 여기저기에 발을 담그고 다니더라. 대학교 수준에선 그게 통하지 않는지 그러다가 학사경고도 수집하긴 했다. 졸업 후 대학원으로 직행했는데 꼭 공부 안 하던 애가 나중에 가방 끈 길어져 있는 건 왕왕 보는 거라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이런 친구가 진득하게 회사만 다니고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니겠나? 분명히 퇴근하고 뭔가 안 어울리는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짐작했고, 그게 이 친구에게 어울리는 거다. 의외인 점이.. 더보기
불량 병원 미국 병원 서비스가 좋다는 소리를 지금까지 했는데,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물론, 나도 이 곳에서 안 좋은 일을 여러 번 겪었다. 여기서 딱 하나만 소개해보고 싶다. 아내가 아이를 낳기 전에 다니던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병원은 일단 위치가 끝내준다. 아마도 시카고에서 땅값이 제일 비싼 동네일 거다. 심지어 아내가 좋아하는 햄버거 가게와도 가깝다. 의사들도 열심히 하는 것 같더라. 친절하기도 하고 말이지. 하기사 병원이 잘 되지 않으면 어떻게 그 월세를 감당하겠는가?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다. 지금껏 다른 병원에서는 대충 예약한 시간에 의사를 만났다. 헌데, 여기선 한 시간 기다릴 각오는 해야 했다. 물어봐도 뻔한 소리만 하니 그냥 의아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을 .. 더보기
한국 의술이 최고? 사람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각양각색이다. 미국 병원 갔다가 망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고쳐온 사람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내 경험을 말하자면 난 후자에 가깝다. 미국 병원에서의 결과가 훨씬 좋았다. 그래서 나는 미국 의료 서비스의 질이 한국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허나 개인적인 경험들이라는 게 큰 그림을 보는 것을 방해하는 아웃라이어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난 내 경험 그 자체보다 그걸 둘러싼 환경을 통해서 미국 의료 서비스의 수준에 대해서 추론하려고 한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의사가 환자에게 할애하는 시간이다. 미국에서 의사를 만나면 최소한 10분은 본다. 의사는 내가 갖고 있는 증상을 한두 번 본 게 아닐 것이다. 대부분 1-2분 안에 원인은 물론 치료방법까지 머릿속에 떠오르겠지. 그러함에.. 더보기
좋은 보험의 가치 위에서 설명한대로, 미국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는 무슨 보험을 갖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보험은 일단 이 세 가지를 결정한다. 이용할 수 있는 병원, 진료, 가격. 보험이 없으면, 진료 자체를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병원비를 떼일 우려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다양한 보험이 있다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좋은 보험과 안 좋은 보험의 차이도 크다. 어느 세계적인 기술 기업에서 제공하던 보험은, 보험료도 회사에서 내주면서, 미국 내 어느 병원에서 무슨 치료를 받든지 100% 보험사에서 커버해줬다. 안타깝게도 CEO가 바뀌고 나서 보험이 좀 안 좋아졌다고 한다. 반면 이용할 수 있는 병원도 제한이 많고, deductible은 $5,000이 넘는 보험도 있다. 물론 이거라도 없으면 병원에.. 더보기
Welcome to the USA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A가 시카고에 온지 며칠 되지 않은 어느 날, 그의 치열교정기가 고장 났다. 다행히 직장에서 치과 보험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정해 놓고 다니는 치과는 없는 상황. 급히 진료 가능한 치과를 수배하고 비용을 물어봤다. 그 중에 ‘one fifty’로 해주겠다는 곳이 있었다. 그럼 ‘one fifty’란 얼마인가? $150일 수도 있고, $1.50일 수도 있다. 대충 상황에 따라서 알아듣는 거지. 이 불쌍한 캐나다 청년은 미국 의료비가 얼마나 비싼 지 몰랐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진료는 3분도 안 걸렸다고 한다. $1.50만 내면 되는 줄 알고, $20짜리 지폐를 꺼내 놓은 뒤 잔돈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런데 병원에서 내민 청구서에는 100배나 많은 $150이 적혀 있었으니… 그가 바가지를.. 더보기
주치의 먼저 확실히 해 두고 싶은 게 있다. 미국에는 수많은 의료보험이 있고, 각각 제공되는 서비스가 다르다. 나는 내가 쓰고 있는 보험 밖에 모르기 때문에, 이 글에서 커버되지 않는 영역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할 것이다. 외국인에게 비자를 내주는 회사들은 대부분 비슷한 보험을 제공하는 것 같다. 물론 그 중에서도 비용과 서비스의 범위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내 경험에서 크게 벗어나는 경우는 못 봤다. 내가 갖고 있는 보험은 Blue Cross Blue Shield라는 보험사의 PPO라고 하는 것이다. 일년에 한 번 무료 건강검진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집 근처에 주치의를 정해두고 일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다. 주치의를 정하기 전에 이 보험을 받아주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 더보기
미국의 의료 이미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비싸고 불편하기로 소문이 났다. 아마 이 단원의 제목을 읽는 순간 내용을 지레 짐작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부터 들어온 소문들이 사실이긴 하다. 불편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병원을 자주 다니고부터는 경제 관념이 헝클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싸다. 그러나 난 똑같은 불평을 늘어놓으려 페이지를 할애하지는 않았다. 내게도 미국 의료의 첫인상은 대단히 좋지 않았지만, 샘플이 쌓이다 보니 좋은 점도 많이 보게 됐다. 성질이 급하신 분들을 위해 결론부터 간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 • 유학이나 취업으로 미국에 오는 사람들은 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 비용만 감당할 수 있다면, 미국은 세계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갖고 있다. ———.. 더보기
체력은 국력 대학교 시절 막 부임하신 교수님께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힘들었던 점을 질문했다. “미국 애들은 운동을 많이 해서 체력이 진짜 좋다. 밤을 새도 한 시간만 쪽 잠 자고 나면 다시 회복되는 것 같더라. 그런 애들과 경쟁하느라 힘들었다.” 너무 우수한 학생들을 만났다 거나, 외로움 혹은 중압감 같은 게 아니라 체력이라니. 내 예상을 벗어났지만 설득력 있는 대답이었다. 무릇 정신력조차도 체력이 있어야 나오는 것 아닌가. 이렇게 들은 말도 있고 나도 몸이 아파서 크게 고생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학교 운동장을 달린다든가, 짐에 출입하면서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다가 미국에 온 게다. 내가 미국 애들이 밤샘하고 나서 회복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를 본 적은 없다. 그러나 미국 사람들이 운동을 많이 한다는 건 확인.. 더보기
What you pay is what you get 유사품으로는 ‘공짜 점심은 없다.’가 있다. 뉴턴의 운동법칙이 이 세상 모든 물체가 움직이는 방식을 정의한다면, 이건 미국 사회의 물리 법칙과 다름없다. 원하는 게 있다고? 그럼 돈을 내라. 한국과 비교해서 이 물리 법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주택에 부과되는 재산세인 것 같다. 쿡 카운티에서 재산세를 매기는 업무를 하시는 분을 만나 얘기를 나눠본 바로는, 주택의 시세와 재산세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는데, 재산세는 그 주택이 있는 동네에 세금이 얼마나 투자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매겨진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학교, 근린공원, 대중교통, 도로, 치안 등등 국가가 운영하는 것들이 많다. 즉, 국가가 세금을 써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니, 이를 누리는 사람들이 마땅히 대가를.. 더보기
Shall we dance? 대학교 4학년 때 개봉된 이 일본 영화는 지금까지도 내가 극장에서 두 번 본 유일한 영화로 남아 있다.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사회 생활이라고는 대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때 인턴 한 달 한 게 다였다. 그나마도 아저씨들 술친구 노릇이나 했지 일을 한 것도 아니라서 직장 생활을 제대로 맛봤다고는 할 수 없다. 아버지의 삶이 어떠한 지 평생 보아왔지만 그 무게까지 내가 오롯이 알 수는 없었다. 이런 나에게도 이 영화는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묘한 압박감,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면 안된다는 그런 압박감을 나도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나 싶다. 미국 사람들이 보기에도 훌륭한 이야기였는지, 헐리웃에서 리메이크를 했다. 원작의 주인공 배우들이 각각 일본의 국민배우와 현직 발레리나였던 점을 보면, 리메.. 더보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