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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라라랜드

지난 주말, 애기들 둘이 다 낮잠을 자는 황금 시간 나의 선택은 라라랜드였다. 예전에 너무나 인상 깊게 본 영화라 다시 꼭 보고 싶었다.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은 꿈과 현실 그리고 사랑이다. 유치하게 꿈을 찾아서 떠나라 뭐 이런 소리를 하지는 않는다. 한 때 유행했던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꼭 이런 식이었는데, 에휴... 뭐.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든 생각이 '그래서 뭐 어쩌라고 씨발' 이거였다. 똑같은 이유로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도 안좋아한다. 이 영화는 교조적이지 않다. 그냥 꿈과 현실 속에서 갈등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그들의 꿈을 서로 지지해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 게 바로 모든 사람들이 겪는 일이고, 젊은 시절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추억,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아닌가 싶다.

나도 간절히 원하던 꿈이 있었다. 라라랜드에서는 꿈을 가지려면 약간 미쳐야 한다고 말하지만, 난 그게 미친 꿈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못 할 이유가 있을 거라는 걸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꿈이 조각나버렸을 때,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작년 NBA 파이널에서 피닉스 선즈가 졌을 때, 몬티 윌리엄스 감독은 차마 말을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 "I wanted it so badly." 이 문장 하나 말하고는 또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나에 비하면 그 감독은 참 멘탈이 강한 사람이다. 너무나 원했던 것은 같지만, 그 꿈이 꺾여나갔을 때 나는 그냥 정신줄 놓고 한 6개월 폐인처럼 살았다.

뭐 이루지 못한 꿈 같은 거 있는 사람이 어디 나 말고도 한 둘이겠나. 그러니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오스카상 후보까지 올라갔지. 뭐 난 그냥 현실에 적응해서 살고 있다. 뭐 꿈이 딱 그것 하나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도 꿈이었으니까 아직 부서지지 않은 꿈을 소중히 하면서 사는거지. 가치 있는 일임은 분명한데, 어째 조금 씁쓸하다. 인생이 다 그런 거 겠지.

여튼, 이 영화는 다시 봐도 감동적이었다. 마지막 장면은 진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들더라. 데미안 샤젤 감독의 음악에 대한 조예가 상당한 것 같다. 아무래도 이런 영화는 두 주인공이 중요한데, 그 둘 모두 대단했다. 이게 영화라는 걸 잊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다만 라이언 고슬링이 조금 더 노래를 잘 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엠마 스톤은 이 영화로 오스카를 받았는데, 그녀에게 영광을 안겨준 최고의 연기는 아마도 차 안에서 중지를 올리던 장면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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