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전기차, 자동 주행 자동차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을 찌른다. 곧 이런 차가 튀어나와 기존 자동차들을 다 쓸어갈 거라 생각하시는 분들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난 이게 좀 과도한 기대가 아닌가 싶다.
대략 10년 전, 난 새로운 TV에 대한 hype을 기억한다. 애플의 다음 목표는 TV를 혁신하는 건 줄 알았다. 거실의 주인공은 TV라며 온통 스마트 TV에 대해서 떠들어댔다. 당시 구글 엔지니어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던 게 기억난다.
"난 스마트 TV가 뭔지 잘 모르겠어. 우린 그냥 애플만 기다리고 있거든. 애플이 아이폰 내놓기 전엔 스마트폰이 뭐 어떤 건지 잘 몰랐잖아. 그거 보고 아! 이런 거 만들어야겠구나 했지. 이번에도 그렇겠지. 애플이 뭐 내 놓으면 우리가 뭘 해야 될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뭐.. 애플도 뭘 내놓긴 했고, 구글도 그랬지. Chromecast는 지금도 가끔 쓴다. 우리가 TV를 쓰는 방식이 그 때와 달라지긴 했지. 그런데 이게 애플TV, Chromecast 때문이 아니라 Netflix 때문이잖아. 뭐 Netflix, 애플, 구글 다 퉁 쳐도, 처음 스마트폰을 쥐었을 때처럼 대단한 변화라고 할 수 있나?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하루종일 끼고 사는 전화기 vs 가끔 보는 TV. 여기서 벌써 줄 수 있는 임팩트의 한계가 정해져 있다.
전기차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자동 주행과 전기차를 묶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따로 뗄 필요도 좀 있어 보인다. 전기차는 단순히 동력원이 가솔린에서 전기로 바뀐 물건일 뿐이다. 환경 규제 때문에 전기차의 비중이 높아지겠지. 그런데 단순히 동력원만 바뀐 거라 우리 생활이 극적으로 달라질 일은 없다. 부품이 단순해지니까 새로운 회사들이 좀 더 기발한 자동차를 내놓을 수는 있겠지. 그런데 전기차 시대가 오면 뭐가 다 바뀌네 어쩌네 하는데... 좀 기대가 과한 것 같다. 벨류에이션도 과하고 말이지.
자동주행 기술은 임팩트가 클 것 같긴 하다. 그렇다 해도,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에 비해서는 작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합리적인 것이, 하루 중에 차에 앉아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나? 아무리 많이 쳐줘도 2시간을 넘지 않는다. 핸드폰은 하루종일 끼고 사는데 말이야. 그런데 자동주행은 아직 좀 기다려야 한다니 당장 전기차만 갖고 떠들어대는 흥분은 좀 가라앉힐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뭐 어찌됐건, 좋은 차가 나온다는 건 환영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나도 장거리용 가솔린차, 단거리용은 전기차로 갖고 있을 것 같다. 무슨 차를 살지는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첫째 아이가 테슬라 모델X 문 열리는 걸 보더니 저거 사달라고 한다. 뭐 그 때 가서 아이가 원하는 걸 사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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