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ide and conquer라는 말이 있다. 분열시킨 다음 정복한다 정도로 해석이 되겠다. 카이사르가 처음 한 말이라는데 확실치는 않고, 제국주의 시절 영국이 즐겨 사용한 전략이다.
대충 설명하자면 이런 건데, A랑 B가 사는 동네에 쳐들어간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점령을 하더라도 이 동네를 안정적으로 통치를 하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A나 B 중에 어느 한 쪽에 특혜를 준다. 아무리 얘네들이 사이 좋게 살았어도 약간 우세했던 쪽이 있을 것 아닌가. 그게 A라고 하자. 그럼 조금이라도 괄시를 받았던 B 편을 들어준다. 이 때 중요한 것은 합리적으로 뭘 조정해주면 안된다는 거다. 누가 봐도 A가 억울하겠다 싶을 정도로 특혜를 밀어줘야 된다. 이러면 둘이 반목하느라 쳐들어간 영국한테 같이 힙을 합쳐서 대항하지 못한다. 영국 입장에서는 B는 무조건 자기 편이니까 A가 들고 일어나도 혼자 진압할 필요가 없다. 얼마나 편하고 좋냐. 헌데, 이러다가 영국이 그 동네에서 철수를 해버리면 진짜 그 동네에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나는 갈테니 이제부터 A와 B 둘이서 잘 살아봐라 하면 그게 되겠나. 팔레스타인, 미얀마 뭐 다 지금 그러고 있다.
이게 꼭 멀리 제국주의 시절 영국을 떠올리지 않아도 정치인들이 흔히들 쓰는 수법이다. 한국만 봐도 경상도와 전라도를 차별했고 그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게 유일한 사례도 아니라는 게 참 비극이다.
육아를 키우는 데에도 마찬가지이다. 내 아이 둘을 좀 안 싸웠으면 하는데, 어떻게 해야 사이 좋은 아이들로 자라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망치는 방법은 확실히 안다. 바로 이 divide and conquer처럼 둘을 차별하면 된다. 살짝 편애하는 정도로는 이 지경까지는 안 갈 것이다. 티가 확 나도록 하나를 사랑으로 대하고 다른 하나를 멸시하면 둘 사이를 아주 확실히 망칠 수 있다.
이 divide and conquer가 가진 문제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게 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영국도 이 전략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게 다 지 편할라고 그랬던 것이다. 여러 아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부모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편한 자세를 찾게 되어 있으니 어렵지 않게 빠질 수 있는 유혹인 것 같다. 사실 구체적인 그림이 잘 떠오르지는 않는데, 애들 둘이 싸울 때, 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나이 많은 니가 무조건 양보해라 뭐 이런 식으로 애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settlement를 강요하는 게 될 수 있겠다.
조금 극단적인 경우라면, 조금 이쁜 짓 하는 아이는 '세상에 좋은 일이란 다 너 때문'이라는 식으로 좋은 것만 투영해주고, 조금이라도 더 비위에 거슬리는 아이는 또 '세상의 나쁜 짓은 다 너 때문'이라며 괄시하는 게 있겠다. 부모는 편애 좀 한다고 생각하지만, 당하는 애들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도 다 안다. 그렇게 양육해놓고 아이들 사이가 왜 안좋은지 모르겠네.. 애들이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네 노래를 불러봐야 공염불이지 뭐.
육아에 있어서 가장 기본은 아이를 사랑하고 보호해줘야 하며 그 사실을 아이가 잘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아이에게 애정을 표현하고는 있는데 그래도 얘들아 좀 덜 싸우면 안되겠니? 어째 똑같은 장난감 두개를 사줘도 싸우냐. 혼자서도 좀 잘 놀고. 아빠한테 이상한 것도 좀 시키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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