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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자동차 사고를 냈다.

아우 썅… 드디어 내가 차 사고를 냈다. 한국에서 살 때 두 번, 미국에서는 처음이네. 한국에서 일을 친 것도 20년 가까이 되었으니까 진짜 오랜만에 사고를 친 거다.

주말에 코스트코 가서 장을 보고 주차장에서 빠져나오는데, 내 쪽에는 stop sign이 있었지. 그래서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고, 뭐가 없길래 천천히 왼쪽을 보면서 좌회전을 했다. 그런데 내 오른쪽에서 차가 오고 있었던 게지. 그 길에는 stop sign이 없기 때문에 무조건 우선권을 갖고 있다. 설마 옆에서 차가 튀어나오리라는 생각 안 하고 가다가 나하고 부딪힌거다. 내 잘못이다. 내가 잘 살펴보고 왔어야 했는데. 예전부터 이렇게 한 쪽에만 stop sign이 있는 길이 나도 불안하더라고. 그러다가 결국 이 사고가 터졌네.

충돌을 느낀 순간부터 당황했는데, 상대 차에 10살 쯤 되는 딸내미가 앉아있는 걸 보고 더 놀랐다. 미안하다고 하고 차를 옆으로 댄 다음 내 전화번호, 주소, 자동차 보험에 대한 정보를 줬다. 나는 상대방 차의 운전자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아왔다. 그 아주머니는 너무나 쿨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말하더라. 니가 일부러 이런 것도 아니고, 이런 일이야 충분히 생길 수 있고, 다친 사람도 없으며, 차도 운전이 가능한 상태이니까 별 일이 아니라고 하대.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런 얘기를 듣고도 진정이 잘 안되더라.

집으로 돌아와서 보험 에이전트에게 연락했는데, 주말이라 전화를 안 받더라. 그냥 메일을 보내서 상태를 알렸는데, 나중에 답장이 오대. 시키는대로 보험사에 클레임을 넣고 마음을 진정시켜봤다.

그래 사고 난 건 나쁜 일이지만, 이만하길 다행인 것 같다. 일단 사람 안 다친게 어디냐. 차야 조금 찌그러지긴 했지만, 8년 묵은 이 차야 뭐 진작 어디 부딪혀도 그런갑다 하고 살았지. 그 아주머니 차는 캐딜락이었으니 속이 좀 쓰릴 수도 있겠다. 평생 차 사고가 안 나기를 기대하고 산 것도 아니다. 어차피 사고는 겪을텐데, 뭐 이래 작게 나서 다행이다 이렇게 마음을 먹었다. 다행히 보험사 deductible도 $375인가 그러니까 그리 큰 돈도 아니고. 이리저리 좀 귀찮긴 하겠지만 인생에 있어서는 별 일이 아닌게다.

사고 직후에 차의 damage를 살펴보다가 상대편 운전자 아주머니가 그랬다.
“아니 내 차는 검은 색인데. 어떻게 흰 스크래치가 날 수가 있지?”
“아 이거는 아내가 우리집 차고를 때려 박아서 생긴 거에요.”
그 아주머니는 바로 납득되는 표정을 짓더라.

한국에서 내가 사고를 두 번 냈는데, 사실 두 번 다 평범한 사고가 아니었다.

첫 번째 사고는 길에서 우회전하다가 과속으로 직진하던 차와 살짝 부딪힌 일이다. 뭐 사실 우회전하던 내게 과실이 많이 잡히는 거야 이해를 했는데, 이 운전자 아저씨는 본인 차가 아니고 무슨 회사 차인 모양이더라. 그리고 이미 차에 이런 저런 상처가 많이 나 있어서 뭐 별로 티도 안 나고 말이지. 3만원만 달라고 하길래, 뭐 그냥 본인 소주값이나 하려나보다 하고 2만원으로 쇼부봤다.

두 번째 사고는 후배들과 현대성우리조트 다녀와서 압구정동 키네마 앞에서 걔네들 내려놓고는 생겼다. 출발하면서 저 뒤에 멀리서 오는 차를 보긴 했다. 그런데 출발하는 나를 보더니, 최소한 내가 느끼기엔, 속도를 더 붙여서 달려와서는 살짝 부딪힌 것이다. 아니 뻔히 보고 있던 차와 사고가 나니까 참 어이가 없기도 했는데 뭐 어쨌든 차선 변경하던 사람 과실로 잡힌다네. 사고 현상 사진도 찍고 보험사에 전화하고 돌아왔는데, 다음날 보험사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피해 운전자가 입원을 했다는 거다. 아니 무슨 접촉사고에 입원씩이냐 하냐고 현장 사진을 보내줬더니 보험사 직원도 어이 없어하며 당장 퇴원시켜야겠다며 병원으로 달려간다고 했다. 나중에 다시 통화를 하며 내가 “그래도 순순히 퇴원은 하던 모양이네요.” 이렇게 말했더니. 이런 걸로 드러눕는 사람들이 사실 속으로 쪽팔린 줄은 알기 때문에 증거를 드리밀면 바로 꼬리를 내린다네. 상대 차량이 택시였기 때문에, 드러누우면 일당이 나와서 사고 나면 무조건 드러눕는단다. 이 말을 듣고나니 사고 당시에 상대 택시의 행동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더라. 일부러 받았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사고를 피하려고 하지는 않았지.

이러니 생애 처음으로 보험사를 통해서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걸 보겠구만. 나름 유용한 경험 하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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