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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첫째 아이 플레이데이트 챙겨주다가 든 생각

플레이데이트가 있어서 애들 엄마들이 만나서 애를 픽업했단다. 근데 친구 하나가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해서 우리집에서 오줌 싸고, 덥다고 우리 애 옷까지 빌려입고 나가서 신나게 놀고 돌아왔다. 걔들이 우리집에 자주 오더니 이제 편한가보다. 하긴 우리 첫째도 그 집에 자주 가서 놀았지. 우리 애한테 이렇게 편한 친구도 생긴 걸 보면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이 미취학 아동들을, 아직 킨더니깐, 보면 묘하게 성향이 다른 게 보인다. 어떤 애들은 리드하는 걸 좋아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반면, 어떤 애들은 또 그런 애들이 판을 벌이면 거기서 노는 걸 좋아한다. 문제는 자기 주장이 강한 애들 둘 있을 땐데, 이러면 자주 싸운다. 안 그런 애들 둘이 있으면 재미가 없다. 판을 벌이는 사람이 없으므로. 이 두 성향, 그리고 그 정도도 여러 가지로 섞여 있어야 애들이 잘 논다. 커다란 조직, 축구 팀, 농구 팀 뿐만 아니라 이 어린 애들 플레이데이트를 하는데도 이런 조화가 중요하다는 게 참… 역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이렇게 애들이 조합되어서 잘 놀다가도 거기에 자기 주장이 강한 성향을 갖고 있는 애가 둘 이상 있으면 스파크가 튈 수 있다. 그래서 어른이 지켜봐야 된다. 내가 살짝 떨어져 있어서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는데, 서로 하자고 하는 놀이가 달랐던 모양이다. 둘이 목소리를 높이더니 애 하나가 바닥의 우드칩을 차서 다른 애에게 튀겼다. 우드칩을 맞은 아이는 분노를 폭발시키더니 하나는 쫓아가고 다른 하나는 도망가는 광경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글로 옮기니 심심한데, 폼페이를 덮어버린 베수비오 화산 같은 기세였다. 나는 급히 쫓아가는 아이를 안았다. 걔는 울면서 자기 친구가 얼마나 몹쓸 짓을 했는지 일러주더라. 나는 “I know. I know.”하면서 위로해줬고, 약 1분 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잘 놀더라. 이 이야기를 들은 부모들은 약간 걱정하는 듯 한 눈치였지만, 뭐 글쎄 직접 지켜본 내게는 그닥 뭐 애들은 원래 이러는 거 아닌가. 한편으로는 아이들 사이에 dynamics를 보는게 재밌더라.

우리 첫째 친구들 중에 서로 마주보고 있는 집에 사는 애들이 있다. 그러니까 친구 A의 집이 친구 B의 집의 바로 맞은 편이다. 같은 반에 다니는 애들이 서로의 맞은 편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들은 마치 돈이라도 줏은 기분이었겠지. 그런데 아뿔싸. 둘의 성향 때문에 자주 싸운단다. 그 엄마들은 이 점을 너무나 아쉬워 하더라. 하긴 이 이야기를 듣는 나도 안타깝더라.

이제 킨더도 끝나가다보니 애들이 거의 뭐 알아서 잘 논다. 우리집에 애들이 몰려 왔는데, 얘네들이, 뭐 처음 온 것도 아니고, 근처에 공원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쥬스 한사발 하더니 바로 나가서 놀자고 그러대. 선스크린도 대충 지들이 알아서 바르고, 당연히 신발도 지네들이 신고, 튀어나가서는 신나게 놀더라. 그러다가 화장실 가고 싶으면 돌아오고, 목마르고 배고파도 들어오고. 먹을 것 달라고 해서 먹다가 알렉사로 노래 틀어서 춤 추고 등등… 지난 8월만 해도 손수 신발 신겨주고 화장실 데리고 갔던 애들이 맞는가 싶을 정도였다. 부모들도 다들 이 점에 흥분했다. “우리 벌써 여기까지 왔어!” 뭐 이러면서.

우리 둘째는 첫째의 친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와봐야 자기와 놀아주지도 않고, 자기랑 놀던 첫째만 가버리는데다, 본인 장난감을 만지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첫째의 친구들을 때리기까지 하더라. 그런 둘째가 첫째의 친구들한테 가더니 자기 방 구경하러 가자 그러더라. 얼마 전에 둘째 생일이어서 방에 가구를 넣어주고 페인트도 새로 칠해놨더니 이런다. 애기 때 쓰던 크립은 치워버리고 말이다. 그 때도 좋아하긴 했는데, 이 게 일회성이 아니네. 정말 너무나 좋아한다. 집에 손님만 오면, 그게 킨더 다니는 애들이라 하더라도, 자기 방 자랑을 하네. 이렇게 작은 아이도 자랑도 하고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애정 표현을 더 많이 해줘야겠다.

킨더 다니는 애들이 뭘 알까 싶은데, 사실 얘네들 앞에서 행동을 조심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네들끼리 앉아서 과자 먹고 쥬스 마시면서 자기 아빠가 뭘 해준다 안해준다 우리 아빠는 또 이런다 소리를 하더라고. 내가 옆에서 자세히 들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는데, 얘네들이 진짜 가정사를 다 폭로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겠구나 싶더라. 우리 애도 다른 집에 갔다가 그 집 아빠가 치즈버거 만들어줬다 이런 소리도 우리한테 하는데, 얘가 우리집에서 있었던 일을 다른 집 가서 이야기 안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악의 짓거리가 애들 앞에서 엄마 험담하고 아빠 험담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것보다 훨씬 조심해야겠다.

하여간 주말 플레이데이트를 하고나니 우리집 스낵이 다 거덜났다. 이번에도 급조된 플레이데이트였고, 또 언제 이런 일이 있을지 모르니 스낵을 든든하게 채워놔야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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