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을 둘러싼 앞마당은 우리 가족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관리가 필수다. 여기에 가장 큰 적은 잡초. 잡초가 문제가 되는 까닭은 보기에도 안 좋고, 이 놈들이 다른 이웃들에게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웃들도 관리를 열심히 하는데 내가 안 좋은 쪽을 튀어봐야 좋을 리가 없잖아. 잡초 중에 가장 독한 놈은 민들레, 이 동네 말로는 dandelion. 잎이 옆으로 퍼져 나는 탓에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그러니까 주변 잔디밭을 많이 상하게 하고, 뿌리가 깊이 나서 제거도 어렵고, 씨는 또 오지게 퍼져 나간다.
이놈의 민들레를 어찌 해보려고 참 여러 시도를 해봤지. 모종삽 비슷한 툴을 사서 캐어보기도 하고, 제초제도 뿌려봤다. 그나마 제초제가 좀 낫긴 한데 만병통치약은 아닌 것 같다. 벌써 여러 해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민들레에는 안 통하더라. 아니 약을 뿌리면 뿌리 윗 부분은 없어지는데, 다시 그 자리에 또 올라오대. 여러번 하면 뿌리까지 죽겠지 했는데, 지난 1년 간 대여섯 번을 뿌려도 여전히 또 그 자리에 나더라. 게다가 화초들 사이에 있는 민들레는 약을 쓰기가 어렵다. 괜히 썼다가 근처로 좀 튀었는지 주변 화초들이 말라 죽는 사태가 생기기도 했지.
그래서 마련했다. Fiskars 4-Claw Weeder. 잡초 뽑는 툴인데 사람들이 주로 민들레 뽑는데 쓰고, 민들레 용으로는 이것만한 게 없다고 하더라고. 비슷하게 생긴 다른 툴도 많은데, 이게 최고라더라. 이걸 손에 치켜든 나는, 둘째를 대동하고, 의기양양하게 백야드에 나갔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손으로 캐내는 것과는 비교 할 수 없는 효율로 민들레를 제거할 수 있었다. 사실 민들레 제거용 툴이라면서 모종삽 비슷한 걸 팔길래 사와서 직접 캐보면서도 시발 이건 좀 아니다 싶더라. 그런데 이건 뭐 잡초를 뿌리째 뽑겠다는 그 하나만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툴이네. 뿌리가 모두 100%의 확률로 제거되진 않지만, 적어도 70% 이상 상당한 정도로 뿌리가 뽑히네. 뿌리 끄트머리 좀 남았다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진 않으니까. 이터레이션 몇 번 돌면 진짜 박멸될 것 같다.
단점이 있긴 있다. 4개의 발톱으로 흙 자체를 뭉텅이로 떠내는 방식이다보니까 잔디밭에 구멍이 생긴다. 같이 잔디도 좀 뽑히고 말이야. 나는 뿌리에서 흙을 털고 같이 뽑힌 잔디를 다시 심으면서 진행했다. 이게 좀 번거롭더라. 또한 이제 막 싹을 틔운 민들레에는 사용할 수 없겠더라. 뭐 그런 애들은 약을 쳐야지. 지금은 5월 초이고 이제 나오는 애들은 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원래 있던 놈이라 아직 뭐 이런 걱정을 할 단계는 아니다. 모든 것을 다 커버하는 툴은 있을 수 없으니까 제초제를 같이 사용하면 될 것 같다.
이게 또 민들레 말고도 thistle이라고 이게 한국말로는 엉겅퀴라는데, 이거 제거에도 좋겠더라. 키가 크게 자라는데다 가시가 있어서 만지기도 어려운 잡초다. 이 툴은 손을 아예 안 대고 요놈들을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집 근처 thistle을 또 박멸시켜야겠다.
이 번에 스무 뿌리 정도 캤는데,어떤 민들레는 진짜 뿌리가 뭐… 더덕이라도 뽑은 줄 알았다. 진짜 더덕이나 도라지를 심어도 되지 않을까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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