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imple Life

Being a tourist again

인터뷰 때문에 뉴욕에 다녀왔다. 다녀와보니 학기중에 어딜 갔다 오는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싶네. 인터뷰 일정이 정확히 잡힌 건 11월 13일 토요일이다. 그날 급하게 비행기표를 예약하니 일주일 전보다 70불이나 비싸졌더라. 친구집에서 머물수 있기 때문에 호텔 예약을 안해도 되는게 정말 다행이다 싶었지. 금액이 문제라기보다는 호텔방을 잡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목요일 오전 수업에 들어가서 숙제를 제출하고 비행기를 타러 갔다. 2시 비행기인데 수업이 12시에 끝났으니 좀 정신없기도 했지. 그새 누가 좀 잘못된 정보를 줘서 돈만 40불 더 쓴 것 같다.

뉴욕에 가보니 좀 뭐랄까. 내가 서울에 왔나 싶었다. 어찌나 복잡하고 크던지. 시카고가 미국 3대 도시니까 뉴욕은 조금 큰 시카고 같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더라고. 역시 시카고가 살기 좋은 도시인 것 같다. 친구는 직장이 맨하탄이고 사는 집은 뉴저지에 있는데 시카고 서버브에 살면서 시카고 다운타운으로 출퇴근하는 거랑은 느낌이 전혀 다르더라고. 내가 한국에서 살던 청담동에서 여의도 출퇴근하는 기분이더라. 요새는 모르겠는데, 청담동에서 여의도 가기가 여간 골때리는 게 아니라서.

2박 3일 일정에 만날 친구 3명에다가 잡인터뷰가 있으니 생각보다 빡빡했다. 요새 학과공부가 좀 빡세서 비행기에서도 전공서적을 열심히 읽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니 책 읽을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인터뷰 끝나고 잠시 친구 기다리느라 혼자서 돌아다닐 수 있었는데, 다시 관광객이 되는 느낌이 참 좋더라.

예전에 친구와 일본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막 신정 연휴가 끝나고 오사카로 돌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이 새끼들 내일부터 뺑이 치겠네. 불쌍하다."
"뺑이 쳐 이 새끼들아!"
물론 일본사람들은 바쁘게 제갈길 가고 이걸 알아들을 리도 없지만, 그 사람들의 바쁜 일상에서 한발짝 떨어져있다는 사실이 묘한 우월감을 느끼게 했다.

스타벅스에 앉아서, 인상쓰며 전화받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참 피곤하게 사는구나' 싶었다. 나도 다를 것 하나 없는데, 오히려 내가 못했으면 못했지 나을 게 없는데도 말이다. 관광객이 되었다는 사실이 사람을 참 여유롭게 만드는 것 같다.

여행책에 보니 5th avenue에는 명품샵이 즐비하고 거기 들어갈 때는 좀 잘 입고 가야 사람취급 해준다고 했다. 옛날에 거지꼴로 빠리의 루이비똥 매장에 갔더니 종업원들이 참 벌레보듯 하던 기억이 났다. 인터뷰 때문에 정말 잘 차려입었기도 해서 명품샵에 가보고 싶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안보이더라. 구찌가방을 단체로 메고 두리번거리는 아시안들을 비집고 열심히 돌아다녔는데도 말이다. 그냥 백화점엘 가볼 걸 그랬나보다.

Metropolitan 미술관은 생각보다 더 대단했고, 뉴저지에서 본 맨하탄의 야경도 훌륭했다. 그래 역시 관광객이 좋다. 뭔 직업을 갖고 있든 간에 현실은 골치 아프기 마련이고, 관광객이 된다는 건 거기서 한발 떨어진 관찰자가 되는거니까 말이다.

돌아오는 날에는 같이 공부하다가 컬럼비아 대학으로 간 애를 만났다. 컬럼비아대는 비록 내가 떨어지긴 했지만, 내 친구도 여럿 나오고 해서 참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캠퍼스가 작더라고. 내가 대학다니던 시절엔 서강대가 작은 학교의 대명사였는데 거의 그만한 것 같았다. 다행인 점은 서강대처럼 산비탈에 학교를 지어놓지 않아서 돌아다니기 편하더만.

그러고 나서 다시 시카고로 오는 비행기를 탔다. 시카고에 와서 그동안 못한 발표준비를 정말 미친듯이 했고, 월요일날 숙제 하나 제출 그리고 발표하나. 화요일 오전 수업을 끝내고 나니 이제 한숨을 좀 돌릴 수가 있네. 이번 주는 Thanksgiving이라 다행이다. 이번 일로 뭘 느꼈을까. 2박 3일의 소중함?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난 너무 반가웠고, 마치 어제도 본 것 같은 친근함이 느껴졌다. 조만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반응형

'Simple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롯데마트 치킨과 이마트 피자  (0) 2010.12.14
기말 끝났다  (0) 2010.12.14
드디어 맨하탄에 가보게 됐다.  (1) 2010.11.14
나이가 든다는게 이런건가  (0) 2010.10.27
취직 하는게 참 힘들다.  (2) 2010.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