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를 나왔을 때 난 생각했다. 어디 씨도둑은 못 한다더니 진짜구나. 그러다 우리 둘째가 태어나서 보니까 내가 어릴 때하고 똑같이 생겨서 너무 놀랐다. 성별까지도 남자 아이니까 더 비슷할 수 밖에 없다.
얘가 점점 자라다보니 나와 더 비슷해지고 있다. 성격까지도 나하고 똑같다. 얘의 성격이라는 게 뭐 그러니까 남 눈치 안 본다. 아니 남에게 관심이 없다. 그냥 본인이 말하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그냥 한다. 본인이 납득이 가지 않으면 절대 안 할라 그러고 억지로 시켜봐야 좋은 일 안 생긴다. 이렇게 생겨먹은 애다보니 좀 어이 없는 일도 생긴다.
지난 번에 누구 생일 파티 가서 있었던 일이다. 사실 우리 애랑 특별히 친한 것 같진 않았다. 나는 그 birthday boy 얘기를 내 아이에게서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뭐 어찌 초대를 받았으니 거기 갔고, 보통의 생일 파티가 그렇듯 뭐 애들 한 시간 정도 놀리고, 옆으로 이동해서 피자를 먹였지. 그런데 우리 애가 갑자기 이러는 거다.
“Is it someone’s birthday or something?”
하필이면 아주 큰 소리로 말이지. 거기 있는 어른들 다 어이 없어 하면서 웃고 나는 무책임한 아빠가 됐다. 나는 분명히 오늘 누구 생일인지 얘기를 다 해줬다. 그런데 뭐… 애가 관심이 없었던 게지. 그러던 와중에 본인은 진심으로 궁금했으니 저렇게 질문을 한 거고. 그걸 탓 할 수야 있나.
어제는 축구 연습에 데리고 갔다. 원래 하는 축구 연습 말고 프로 코치를 초청해서 받는 연습이었다. 우리 애가 코치와 말을 많이 하던데 이제 5년 좀 넘게 산 애가 무슨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겠나. 저 생일 파티에 있었던 해프닝 수준으로 어이 없는 소리만 했겠지. 그러다 연습이 끝나자 우리 애가 또 큰 소리로 이러는 거다.
“Did anyone bring snacks for everyone?”
축구 경기 끝나면 항상 부모들 중에 누가 애들 스낵을 준비해서 오는데 그거 비슷하게 생각한 모양이다. 뭐 하여간 코치들에게 큰 웃음 줬다. 이 날의 화룡점정이었다.
학교 다닐 때나 회사 다닐 때, 난 빈말으로라도 인기인이라거나 유머감각이 있다 이런 소리는 못 들어봤다. 대신 날 재밌다고 생각하는 녀석은 꾸준히 한 둘 있더라고. 우리 아이를 보니 이래서였나 하는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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