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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교외의 단독 주택 유지 보수

한국도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은데, 정말 미국 교외의 단독 주택을 유지하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콘도 살 때도 self-managed building이라 입주민들이 다 알아서 해야만 했고 나도 역할이 있었다. 하지만 일이 분담이 되니까 그렇게까지 큰 부담은 아니었는데, 내가 단독 주택을 직접 다 맡아서 해보니 이거 진짜 보통 일이 아니다. 간혹 보면 이런 단독 주택을 다른 도시에 AirBnb로 돌리는 사람이 있던데 거의 full-time job 수준으로 일이 많을 것 같다.

올해 여름에 있었던 일만 생각해봐도 진짜… 먼저 지붕 공사를 했다. 우리집 지붕은 보험사가 싫어하기로 악명이 높은 cedar shake였다. 오래 되기도 하고, 이것 때문에 보험료도 너무 많이 나와서 지붕을 새로 바꿨지. 어차피 공사야 roofer가 하는데 니가 할 일이 뭐가 있냐 이래 생각하기 쉬운데, 일이 많다. 업체 여럿 불러다가 이야기 나누고 견적도 비교해야 하고, 일이 진행됨에 따라서 뭐가 어쨌네 이런 소리 계속 해야되고.

그 다음으로는 에어컨이 고장났다. 됐다가 안 됐다가 하더라고. 우여곡절 끝에 문제를 찾았다. 이래 한 문장으로 퉁 치기에는 보통 일이 아니었는데 뭐 하여간. 아니 이게 겨우 3년도 안 된 에어컨인데 고장이 나대. 30년도 아니고 말이야. 하드웨어는 워런티로 어떻게 되지만 labor는 어쩔 수 없잖아. 총 $800 정도 들었다.

얼마 전에는 또 차고 문이 고장났다. 예전에 콘도 살 때도 차고 문이 고장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보다 훨씬 비싼 고장이었다. 이 문이 너무 무거워서 차가 갖혀버리기도 했었고. 보니까 문에 스프링이 달려 있는데 그게 망가졌더라고. 이게 딱 봐도 일이 큰 게, 저걸 교체하려면 문을 떼 내고 시작해야겠더라고. 다행히 아는 사람의 도움으로 빠르고 싸게 고쳤다. 그래도 $800 정도 들었네.

자 여기까진 다 뭐 집에 뭐가 고장나고 교체하고 그런 건데, 상상치도 못했던 문제가 하나 또 있다. 이번엔 나무다. 아니 나무가 진짜 웬 말이냐. 우리집 앞마당. 우리집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앞마당의 center piece 나무가 죽었다. 아니 아직 푸른 잎이 좀 남아 있는데 이미 죽은 거니 미련 가지지 말란다. 나무가 집 쪽으로 쓰러지기 전에 베어 내야 된다. 아니 완전히 뿌리까지 제거해야 된단다. 그래야 새 나무를 심지. 보니까 옆집 아저씨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더라. 그러니까 이게 어쩌다 재수가 없어서 나무가 죽은 게 아닌 것이다. 그냥 흔한 일인 게지. 옆집은 뒷마당 center piece 나무이고, 20미터는 족히 됨직한 거대한 나무다. 지금 같은 종류를 다시 심어봐야 그까지 크는데 50년은 걸릴테니, 오히려 우리집 나무가 해결하기 쉬운 문제인 것이지. 이걸 재수가 좋았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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