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뭐 조성진의 쇼팽 콩쿨 우승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업적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인 작가는 아무래도 이문열이지 싶은데, 그나마도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나 중국의 위화가 더 낫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나는 한강이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다. 사실 업적이라는 게 발표한 당시에는 잘 모른다. 시간이 지나봐야 그게 얼마나 대단한 영향력이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양인이 상을 받는다면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 아니면 위화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인이라서 놀랐고, 이문열이 아니라서 또 놀랐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Chicago Public Library에 가서 이 작가의 대표작들을 검색해봤다. 제법 많은 책이 나오더라. 그러니까 나만 몰랐지 이미 명성을 많이 쌓은 대 작가분이었던 게지. 나보다 손이 빠른 사람들이 많을테니까 이미 대기가 많이 쌓여 있었다. 뭐 그래도 나도 거기다 hold를 신청해놨다. 어떤 기풍을 갖고 있는 작가일지 기대가 된다. 이문열의 힘있고 생동감 넘치는 그런 작품일지 아니면 위화처럼 시대의 아픔을 어루만지되 따뜻한 시선을 결코 잃지 않는 그런 인간적인 작품일지 아니면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시대의 감수성을 뽑아낸 작품일지. 아마도 내 상상을 벗어난 또 다른 영역이겠지. 그것도 노벨상을 받을 정도의 완성도로 말이다. 일단 지금 읽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부터 끝내야지.
한국이 반응이 궁금해서 기사의 댓글들을 유심히 읽어봤다. 뭐 근데 작가가 광주 출신이고, 대표작이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썼다는 이유로 한심한 댓글들이 많이 달려 있었다. 가련한 인생들이다.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그걸 글로 옮겼다. 그냥 그게 다다. 당연히 작가는 그럴 권리가 있다. 그 과정에서 누구에게 피해를 주거나 허위 사실을 퍼뜨리지도 않았다. 본인이 뭔가 다른 할 얘기가 있으면 하면 된다. 인신 공격 같은 배설을 쏟아내지 말고 말이다. 혹시 누가 아나? 그게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태어나 무슨 상이라도 안겨줄지. 작가가 본인이 들은 것, 겪은 것 중에 몇 가지가 강렬한 모티브가 되어서 그걸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를 한 것. 뭐 그냥 대부분의 창작이라는 게 이런 것 아닌가.
광주 민주화 운동이 있던 당시의 권력은 헌법에 따라 선출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 새끼가 권좌에 앉아 있었던 것 자체가 불법이었지. 거기에 대항해서 내려와라 새끼야 뭐 이래 시위하는 건 당연히 할 수 있는 거다. 당시에 정당한 권력이 있었다면 민주화 운동이 아닌 게 되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인정을 받은 거지. 한 무리의 무뢰배들이 권력을 찬탈했다. 그럼 한국 사람들이 얌전히 “아이고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권력을 가지셨다니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하고 굴종했느냐? 그렇지 않았다. 비록 계란으로 바위를 치더라도 ‘꿈틀’ 했지. 그 증거다. 우리가 노예가 아니라는 그 증거. 그 동네 사람들만 저항한 게 아니었지. 내가 사는 부산에서도 허구헌날 난리였다. 아니면 최루탄 냄새가 익숙해졌을 리가 없지. 근데 내가 살면서 노예 근성 있는 새끼들을 많이 봤고, 그런 새끼들은 꼭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본인의 노예됨을 소리 높여 자랑하더라고. 어휴 나는 설득해봐야겠다 뭐 이런 생각도 해본 적 없다. 그냥 본인이 그러는 게 편하대잖아.
21세기는 소프트 파워가 중요하다고 하잖아. 미국 살면서 진짜 내가 이걸 피부로 느낀다. 내가 처음 미국 왔을 때만 해도 북한하고 남한하고 헷갈리는 사람도 여럿 만나봤다. 그런데 요새는 한국에 여행 가고 싶다는 미국인들도 얼마나 많이 만났는데. 아마도 한국인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상 수상을 능가하는 대 사건이지 싶다. 근데 봉준호 감독과 한강 작가 둘 다 박근혜 정권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다는 게 참 흥미롭다. 블랙리스트가 뭐냐. 그냥 이 새끼들 없었으면 좋겠다 싶었다는 거 아니냐. 그런데 그런 불한당들이 오히려 21 세기에는 훌륭한 산업 역꾼이라니. 박근혜 시절 저 짓꺼리 한 놈들은 아직도 이게 이해가 안 될거야.
뭐… 그럴 수 있다. 박정희 시대의 시대 정신이랄까. 그것도 역할이 있었지. 맡은 바 소임을 훌륭하게 완수했다. 그래서 이제는 퇴장을 해야만 하는 거지. 그걸 21세기에 다시 불러낸 게 바로 퇴행이었다. 지금은 새로운 과제가 떨어져 있고 이걸 성공적으로 해내려면 새로운 시대 정신이 필요한 거지. 한국도 새로운 리더쉽이 필요한 것이고. 그게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은 잘 해 나가리라 믿는다. 노벨 문학상이 이렇게 빨리 나올줄 누가 알았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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