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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Last minute 초대에는 안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작년 이맘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그냥 끄적여 본다. 우리 둘째 데이케어에서 같은 반인 어느 중국계 여자 아이가 있었다. 나는 사실 그 아이 잘 모른다. 내가 픽업 가면 안 남아 있더라고. 그런데 그 아이 생일에 갑자기 초대를 받았다. 날짜가 코 앞이대. 초대장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 아이 엄마가 우리 마누라한테 말을 하면서 우리 첫째도 데리고 오라고 했단다. 여자 아이 생일에 남자 아이를 굳이 초대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그 때부터 조금 이상한 낌새는 들었다.

뭐 그래도 갔지. 애 둘 데리고 말이다. 아 근데 초대 받은 전원이 중국인, 시발 진짜 내가 설마설마 했다니까. 그 사람들은 나보고도 중국어를 막 하는 걸 보니 내가 당연히 중국인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더라. 이 사람들은, birthday girl의 부모 포함해서, 미국에서 살긴 하지만 중국인 커뮤니티에 묻혀서 사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중국인 커뮤니티 밖의 사람과 굳이 접촉하지 않는데 특이하게 내가 한국인인 거를 확실히 알고 있음에도 우리를 부른 거다.

호스트들이야 당연히 바쁘고, 그러니 나를 상대하고 있을 시간은 없고, 다른 사람들은 내가 중국인 아닌 거 알자마자 날 피하더라. 나도 뭐 이 상황을 이해한다. 영어 못 하는데 영어를 해야 하는 상황은 두렵잖아. 그래서 멀찍히 떨어져 있었다. 니네들끼리 마음 편하게 놀거라. 이 쯤에서 도대체 이 사람들이 나를, 내 아이들을 왜 부른 것인가 궁금해지잖아. 그래서 이 사람들의 조합을 자세히 살펴봤지. 대충 답을 알 것 같더라.

얘네들은 그냥 평소에 친하게 모여 노는 중국인 모임 사람들이다. 그렇다보니 아이들 나이가 좀 다양하더라. 딱 birthday girl 또래의 여자 아이, 그리고 그 아이 언니 또래의 여자 아이들만 추리면 몇 명 안 된다. 특히 birthday girl의 언니가 문제다. 그 아이가 자기보다 어린 애들과 잘 논다면 좋겠지만 어찌될지 모르는 일 아닌가. 그래서 안면도 있고 나이도 대충 비슷한 여자 아이를 섭외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지. 중국인 커뮤니티에서 그런 아이를 데리고 오는 걸 실패하자 당첨된 게 우리 첫째인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첫째 아이를 백업 플랜으로 써먹기 위해서 우리 둘째까지 데리고 오라고 한 거지.

그럼 걔네들이 우리 아이들과 잘 놀았느냐. 전혀 그렇지 않았다. 거기 모인 애들 다 지들끼리 중국말 하면서 놀더라고. 그래서 우리 애들은 그냥 혼자 심심해 하다가 피자 한 조각 먹고 돌아왔다. 솔직히 지네들이 이벤트를 이렇게 기획했으면 우리를 초대하지 않는 게 나와 내 아이들에 대한 예의다. 이런 걸 모르지는 않을텐데 자기 딸내미가 심심할까봐, 우리를 써먹고 싶은 욕구가 아주 강했나보지 뭐.

이러니까 누가 last minute에 초대하잖아. 그럼 웬만하면 안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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