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마누라가 우리 가족의 스포츠로 밀고 있는 건 테니스다. 시발 이거 존나 만만해 보였는데, 해보니까 그렇지가 않네. 우리 동네에서 애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건 야구하고 축구인데, 야구 배트로 공 맞추는 것보다야 테니스 라켓으로 공 때리는 게 쉽고, 감각이 둔한 발로 하는 것보다 손을 쓰는 게 쉬우니까 좀 뭐 수월하게 익힐 수 있는 운동이라고 짐작했던 게 사실이다. 뭐 하여간 그래서 온 가족이 테니스 레슨을 받고 있다.
그건 그렇고 우리 첫째가 킨더 시절에 친해진 쌍둥이들이 있는데, 그 쌍둥이의 내니가 있었다. 근데 그 내니는 근처 체육 센터의 농구 코치가 되었고, 그 바람에 쌍둥이들과 우리 아이가 다 같이 농구 강습을 받게 됐지. 킨더 때도 받고, 1학년 때도 또 받았다. 우리 아이가 너무나 그 코치를 좋아했고 덩달아 농구를 좋아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거기서 얘가 딱히 농구를 제대로 배웠다고는 할 수 없다. 뭐 나도 그냥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다니라고 시킨 것인데, 실제 강습을 보면 좀 심하다는 생각은 했다. 허구헌날 코치한테 안아달라고 하고, 시합 때 백코트를 해도 코치한테 한번 안겨야 하더라.
하여간 그랬는데, 그 코치에게는 보조 코치가 둘 있었다. 다 근처 고등학교 학생이었는데, 우리 애가 그 보조 코치 중 하나를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우리가 번호를 받아다가 베이비 시터로 우리집에 오게 했지. 근데 알고보니 걔는 학교에서 테니스 선수인 거다. 한편 우리 아이들은 각자의 테니스 교실에서 거의 꼴찌를 다투는 퍼포먼스를 내고 있어서 뭔가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만두든지 개인 레슨으로 실력을 끌어올리든지 말이다. 온 가족이 다니고 있는 테니스 센터를 애들만 그만두는 것보다는 어찌 실력을 올려서 버텨보는 게 더 낫잖아. 근데 마침 일주일에 한 번은 우리집에 오는 베이비 시터가 테니스 선수니까 뭐 이런 쉬운 선택도 드물다. 그래서 우리 애들은 개인 강습도 받게 되었고, 신기하게도 여기서는 열심히 하더라.
아내가 온 가족을 테니스장으로 내몬 것은 본인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농구 강습을 받은 것도, 거기서 만난 코치가 테니스 선수인 것도 다 우연이다. 혹시 모르지 않은가. 이러다가 정말 애들이 테니스를 잘 치게 될지. 우연을 하찮게 여기지 말아야지.
'Simple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네이도 영화 둘 (0) | 2025.05.12 |
---|---|
권력 지향의 개체들 (1) | 2025.05.02 |
트럼프 시대의 리쇼어링 (1) | 2025.04.19 |
미키 17이 다 내려갔다 (0) | 2025.04.19 |
트럼프 관세 정책이 마냥 미친 짓은 아닐 것 (0) | 2025.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