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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권력 지향의 개체들

난 다른 사람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게 권력이라고 생각한다. 하기 싫어도 하게 만드는 것이지. 돈을 줘서 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돈이라는 매개체로 합의에 이르러서 행동하는 거니깐. 누군가는 폭력의 반대가 합의, 합의의 반대가 폭력이라고 했다. 그러니 권력이라는 건 어느 정도 폭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살다보니 유독 이 권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다른 사람들이 자기가 말한 대로 움직이는 게 그렇게 뿌듯하고 재미가 있는 모양이더라고. 싫어하는 게 분명한 걸 시킬 수록 더 재미가 있는 모양이야. 그런데 난 그런 사람들을 한 번도 좋게 본 적이 없다. 아니 이 정도를 넘어서 저런 사람하고는 잘 지내본 역사가 없다. 거의 상극이지 뭐.

나는 나와 다른 사람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연인이고 너도 자연인이다. 그런데 내가 왜 니가 원하는 걸 해야 하고 내가 왜 너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냐. 귀찮고 주제 넘는다. 내가 니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나를 설득해라. 설득을 못하겠다면 내가 움직이고 싶어질만큼 내가 좋아하는 걸 제안해라. 그게 아니면 그 만큼의 금액을 부르던가. 대신 나도 너에게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지 않는다. 이게 기본적인 내 생각이다.

근데 내 생각하고 반대인 사람들이 많단 말이야. 꼭 이상한 핑계 만들어서 내가 하기 싫은 걸 해야 하는 것처럼 포장해서 시키는데, 그거 다 개소리인 거 안다. 사람이란 게 원래 억지로 시키는 거는 하기 싫거든. 그래서 권력을 갖고 사람을 좌지우지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내가 다른 사람 말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내가 나쁜 짓을 하고 있을 때다. 만약 내가 길에서 누굴 뚜드려패고 있다면, 다른 사람이 왜 그런 짓을 하느냐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이 다친 것 같으니 병원에 데려다줘라 뭐 이런 말도 할 수 있지. 물론 이럴 때도 니가 뭔데 끼어드냐 이러는 일이 있지만 대체로 이런 상황은 정당화가 된다. 게다가 나쁜 짓에 피해를 당한 당사자는, 나에게 채권을 갖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이므로, 당연히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게 된다.

이래서 권력은 좋아하지만 좆도 아닌 인간들이 잘 하는 게, 니가 잘 못하고 있다. 니가 나한테 피해를 줬다고 우기는 거다. 당장 겉으로 표현하는 건 ‘그래서 억울하다’겠지만, 속 마음은 ‘우월감 좀 느껴보고 싶다.’ 혹은 ‘내가 원하는 걸 니가 해다 바쳐라.’이다. 저런 이상한 인간들 제법 있다.

여기까지로도 충분히 이상하지만, 한 술 더 뜨는 인간들이 있지. 기독교 계열 종교다. 여기는 아예 ‘원죄’라는 걸 발명해서 인간들은 다 벌써 죄를 지은 걸로 만들어버린다. 그러니까 모든 인간은 내가, 그러니까 목사나 교주가, 시키는 일을 해야 된다. 돈 바치라면 바치고, 와서 일 좀 하라면 해야 된다. 이렇게 논리 구조를 만들어놨더라고. 아니 씨발 죄가 문제면 지은 인간한테 지랄을 하라고. 부채도 한정 승인이라는 게 있는데 뭔 원죄 타령을 하고 지랄이여.

종교, 그 중에서도 기독교 계열 종교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얼마나 편하냐. 자동으로 모든 사람들을 자신의 채무자로 만들어버리는 논리니까. 사이비 종교들이 보면 말이야 기독교 계열 사이비 종교가 압도적으로 많고 이상한 짓도 많이 하잖아. 그게 다 이유가 있는 거다.

이렇게 종교 지도자들, 특히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이야말로 아주 극적인 권력 지향의 개체들이다. 그리고 아주 권력을 좋아하는 인간들은 자기를 따르는 무리를 갖고 거의 사이비 종교 비슷한 분위기를 만든다. 조직 안에서 본인을 최고 존엄으로 만들고 절대적인 복종을 강요하거든. 이게 지금의 특수한 상황, 주어진 미션의 특별한 사정 뭐 그런 것 때문에 그렇다고 주장은 하겠지만, 뭐 대부분 다 그냥 지가 권력을 좋아해서다.

그렇게 권력 좋아하는 인간은 상대방을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지 않는다. 그저 지 수족으로 보지. 그래서 그 옆에 있어봐야 좋은 일 안 생긴다. 그 인간이 엄청난 사람이라서 그 수족만 해도 나에게는 굉장한 거다. 뭐 그러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지 노예로 부린다는 말 자체가 주는 거 없이 쭉쭉 뽑아먹겠다는 소리잖아.

저런 인간이나 조직만 멀리 해도 인생에 있어서 실수를 덜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내가 인생에서 밟았던 최악의 똥들 다 저런 인간들 때문이었지. 어휴 그런 것만 없었어도 내가 뭐… 20세 이하는 종교 금지해야 된다니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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