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겉으로는 참 나이스하다고 하지. 코치들도 보면 안 좋은 이야기는 절대 안 하고 다 잘 한다고만 하고 말이야. 어지간히 자세히 물어보지 않으면 진짜 사실이나 생각은 잘 털어놓지 않는다. 애들 다니는 학교 프로그램 이름도 좀 보면 이런 면이 있다.
킨더:
알파벳 모르고 숫자 모르는 애들 모아서 따로 가르치는 반 이름이 “Rising Star”다. 이름만 보고 무슨 영재반인 줄 알았다. 한국이었으면 “보충반” 뭐 이런 식이지 않았을까?
1, 2학년:
수학 잘 못하는 애들 보충하는 반 이름은 “Math Club”, 책 잘 못 읽는 애들 따로 가르치는 반 이름은 “Book Club”이다. 꼭 수학 잘 하고 책 좋아하는 애들 모여 있는 반 같다. 한국이었다면 꽤나 직설적인 이름이 붙었을 것 같은데 말이야. 저 이름을 듣자마자 생각난 게 내가 고3 때 “기초 수학부”였는데, 여긴 다른 나라 수학 시험 문제 푸는 모임이였다. 고등학교 때 배우는 입시 수학 말고 다른 방향으로 접근한 수학이어서 아주 재밌었다. 우린 절대 수학 열등생들이 아니었는데 여기서는 못 하는 애들 모아놓고 저런 이름을 붙이는구나 싶었지.
3학년 이상:
수학 수업이 수준별로 3개 반으로 쪼개지는데 각각의 이름은 “Grade Level Math”, “Advanced Math”, “Accelerated Math” 이렇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Grade Level Math”로 가고 좀 잘하는 애들은 “Advanced”, 예외적으로 잘하는 애들은 “Accelerated” 이렇게 간다면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텐데 사실 반 정도는 “Advanced”로 가고 저기 못 미치는 애들은 “Grade Level”, 좀 넘는 애들은 “Accelerated”로 간단다. 사실상 못하는 애들, 보통 애들, 잘 하는 애들로 나뉘어 놓은 거지. 진짜 뒤떨어지는 애들도 그렇게 안 느끼도록 이름만 이렇게 붙인 것이지 실제로 애들 수준이 그렇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이래서 미국 애들이 해주는 칭찬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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