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째가 어찌어찌하여 가라데를 다니게 되었다. 나는 태권도를 보내고 싶었는데 본인은 꼭 여길 가야 된다네. 가라데가 태권도보다 좀 프리미엄의 이미지가 있는지 훨씬 비싼데 아이가 고집을 피우니 뭐 어쩔 수가 있나. 그나마 뭐라도 해보겠다고 나선 게 이거 하나 뿐인데.
어쩌다가 ‘Karate Kid: Legends’ 이런 영화가 나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성룡 형님도 나오시고. 평론가의 비평은 처참했지만 난 아들을 데리고 극장에 갔다. 얘가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게 가라데니까 관련된 걸 뭐라도 좀 해주고 싶었다.
IMDB 평점 6점대 답더라. 야… 진짜 무슨… 클리셰만 이어 붙여도 영화가 만들어지는구나 싶대. 비평적으로는 미덕을 찾을 수 없겠더라. 하지만 우리 아이는 놀랍도록 집중해서 봤다. ‘도리를 찾아서’ 정도는 아니어도 재밌다고 하대. 하기사 클리셰고 나발이고. 태어나서 본 영화가 몇 개 안 되는 우리 애가 보기에는 다 신선하고 흥미진진할 뿐. 가끔은 너무 뻔한 패턴 대로 진행되는 대목에서는 “저럴 줄 알았어!” 하면서 너무나 놀라워하며 이 영화와 무슨 커넥션 비슷한 것까지 느끼는 걸 보니 참… 이런 게 애들 영화구나 싶더라.
평소 내 생각인데, 내가 재밌게 본 영화나 소설을 아이들에게 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내가 본 게 창의력이 빛나는 원조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내가 그 옛날에 본 영화, 그걸 보면서 느낀 감정을 이 아이들은 요즘 나온 영화를 보면서 그대로 느끼면 된다. 비록 새로 나온 게 아류작에 불과하더라도 말이다. 내 추억을 아이에게 강권해서는 안된다. 아이들은 그들의 추억을 쌓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거니까.
내가 어릴 때 부모님께 영화 극장 가자고 하면 아주 싫어하셨는데, 이게 뭐 모범적인 부모의 모습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되더라. 하지만 나는 이번 나들이가 꽤 괜찮았다. 영화관은 영화만 보는 곳이 아니다. 아빠 손을 잡고, 좋아하는 과자를 고른 다음 영화를 보고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방금 본 영화 이야기를 하는 이 경험을 파는 곳이니까. 우리 아들과 추억을 만드는 장소니까 말이다. 의자에 눕듯이 앉아 젤리를 씹으며 “yummy” 이러는 걸 보니 아이에게도 좋은 기억이 될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느낀 게 분명히 있는 모양이다. 집에 와서는 가라데 연습을 한참 하더라. 도장에 가서는 사범에게 Dragon Kick을 보여달라고 하지는 않을지 조금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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