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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뭔가 경제 구조가 바뀔 것 같긴 한데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혁신적이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국민들이 누릴 수 있는 부에 시선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 전에 나라의 부라고 하면 그냥 그 나라 왕실이 보유하고 있는 금의 양 같은 것이었지 그 나라의 보통 사람들이 밥을 먹는지 죽을 먹는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만큼 윗분들에게 보통 사람들이란 하찮은 것이었던 것이지. 사실 나는 지금도 큰 맥락에서는 윗분들은 민초들 인생이 어떻게 되건 큰 관심 없다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달러가 금에 묶여 있었다. 달러를 갖다주면 정해진 양 만큼의 금으로 바꿔주게 되어 있었다. 세상에 달러를 갖고 있는 모든 사람이 동시에 금으로 바꿔 달라고 할 리는 없으니 달러를 조금 더 많이 발행해도 크게 문제는 안 된다. 근데 달러를 너무 많이 발행해버렸고 미국은 그냥 에라 배 째라. 달러 금으로 못 바꿔준다 이렇게 나왔다. 그냥 달러는 종이 쪼가리일 뿐이게 된 엽기적인 사건이었지. 하지만 달러는 가치를 유지했다. 달러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지. 예를 들면 석유는 달러로 거래된다.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맞춰 살려면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에 달러는 의미가 있다. 그걸로 달러라는 화폐가 유지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 구조마저도 어느 정도 한계에 온 것 같다. 국채를 너무 많이 발행했던 것이지. 무역 적자도 너무 심하고 재정 적자도 너무 심하고 말이야. 갖고 있던 금에 비해서 달러를 너무 많이 찍어낸 것이랑 비슷한 상황이다. 나 같은 먹물들이야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재정 적자도 줄여야 하고, 무역도 수지를 맞춰야 하고, 자본 수지를 끌어올 수 있으면 좋고 뭐 이런 소리를 하겠지. 근데 이게 근본 해결책인가 하면, 뭐 근본 해결책이긴 하지만, 현실적이지는 않다. 이게 미국 정부와 국민들이 갑자기 엄청 가난하게 살아야 된다는 뜻이거든. 당장 관세 때문에 아마존에서 파는 물건들 가격도 엄청 오른 게 보인다. 국민만 가난해지는 게 아니라 경제가 쪼그라들면 국가의 힘도 작아진다. 과연 미국 정부가 이런 걸 원할까? 아무래도 아닐 것 같다.

내 생각에는 금본위제를 포기했던 것과 맞먹는 양아치 짓을 할 것 같다. 달러를 갖다주면 금으로 바꿔줬던 것처럼, 국채가 만기가 되면 달러를 내줘야 한다. 근데 달러를 금으로 안 바꿔준다고 했던 것처럼, 국채를 달러로 안 바꿔준다 뭐 이런 급의 아이디어, 뭐 참 think out of box이긴 한데, 그런 걸 내놓지 않을까 싶다. 딱 이대로는 아니겠지만, 이정도 급의 과격한 무브가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약속을 어기는 것이고 신뢰가 어떻고 뭐 이런 문제 제기야 있겠지만, 금본위제를 포기한 과거를 돌아보면 딱히 못할 짓도 아니다. 최우선순위는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는 것일테니까. 뭔 짓을 해서건 미국이 번영을 이어갈 수만 있으면 장땡이다 뭐 이런 거지.

뭐 이것보다 좀 작은 사건 중에는 플라자 합의가 있다. 대일본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 것인데, 일본의 장기 침체를 불러왔다고 지금에서야 이야기하지만, 당시에는 좀 분위기가 달랐다. 고평가된 엔화를 가진 일본인의 입장에서는 해외 자산이 무척 싸게 느껴졌고, 덕분에 미국 부동산과 기업 쇼핑 붐이 일었다. 이걸 보는 미국인들은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다행히 일본 자본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만 들어와서 보통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 일은 피해갔다.

이들 사건과 동시에 미국 주도의 세계화 바람이 불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번영을 누렸지만 글쎄 미국의 보통 사람들 입장에서는 딱히 좋은 일은 아니었다. 빈부 격차를 따지기 전에 말이다. 한 두 세대 전에는 어지간한 중산층도 호숫가 별장 정도는 쉽게 가질 수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에야 언감생심이지. 이래서 내가 보기에는 아주 잘 살고 있는 미국 중산층들조차 자기들이 응당 누려야 하는 것보다는 팍팍하게 산다고 생각하더라.

난 경제학 전공도 아니고 미래를 보는 눈 따윈 당연히 없다. 그래도 뭔가 큰 변화가 있을 것 같긴 하다. 금본위제를 폐기하면서 금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이득을 보고 달러를 갖고 있는 사람이 손해를 봤던 것처럼, 달러를 갖고 있는 사람이 이득을 보고 국채를 들고 있는 사람이 손해를 보는 일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큰 변혁이 올텐데, 그 과정에서 보통 사람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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