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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팔자에 없는 거 또 한다

팔자에 있으니까 하는 건지 뭔지. 골프를 시작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 딸 애가 골프를 시켜달라고 하니까. 집안 사람 아무도 안 하는데 얘 혼자만 하면 뭐가 되겠나. 가끔 골프장도 데리고 다니려면 내가 같이 치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딸이랑 내가 같이 골프 레슨을 받게 됐다.

지난 Amazon Prime Day에 산 초보자용 골프 클럽을 갖고 레슨을 받으러 갔지. 아… 생각보다 어렵다. 그리고 허리가 아프다. 기본 스윙 자세가 약간 앞으로 숙이는 거네. 그 자세를 한 참 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이가 좀 더 젊을 때라면 연습 좀 했다고 이렇게 허리가 아프진 않을텐데 이게 다 나이가 들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더라.

아직 공 세게 때리는 건 시작도 안 했다. 일단 자세부터 잡아야 되니깐. 이 과정에서 프로 골프 선수들의 스윙을 봤는데, 역시 프로들의 유연성은 정말 대단하다. 일단 나는 자세를 고정해야 하고, 그러고 나서 힘과 스피드를 싣는 걸 가르쳐 준단다.

지금 쓰는 건 피칭웨지라고 하는 건데, 아이언하고 비슷하게 생겼다. 그래서 이거 배우면 아이언까지 퉁 친다고 보고, 또 드라이버하고 퍼팅을 배워야 한다. 언제 저걸 다 배우고 또 필드에 나갈 것인가. 진짜 이것도 steep learning curve가 있구나. 그냥 냅다 공만 갈기는 게 아니었던 거다.

그나마 내가 테니스를 해놔서 스윙의 기본은 잡혀 있단다. 힙 턴이 자연스럽게 되는 점이 좋단다. 왠지 코치가 좋은 점을 발굴해준 느낌인데 뭐 어쩌랴. 테니스를 1년 넘게 배워서 겨우 동네 친구들한테 껴서 칠 정도는 되었다. 이것도 잘 치는 게 아니고 내 몸 근처로 좋게 공이 오면 그나마 박스 안에 공을 집어 넣는 수준이다. 아마 골프도 그 정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 같네. 퍼블릭 골프장에 가서 칠 수준이 되려면 말이야.

테니스 연습 하기에도 바쁜데 여기다 골프까지 하려면 좀 무리인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 딸 아이가 유일하게 즐기는 스포츠가 골프인데 이걸 안 할 순 없지. 나는 아무래도 골프보다는 테니스인데, 내 취향 따위는 우리 딸 아이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이런 게 아버지로써의 삶인 것 같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우리 애들이니, 우리 애들이 행복하도록 만들어주는 게 내 우선 순위가 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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