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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진짜 세계의 질서가 바뀌는 듯

한국이 IMF를 뚜드려맞은 게 1997년이다.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건 OECD에 가입하면서 금융 시장을 개방했던 것이다. 그리고 해외여행 자유화도 1989부터 이뤄졌다. 대충 한국 기준으로는 1990년대에 자본과 사람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는 세계화의 물결에 올라탄 게지. 미국이 한국 보다 이른 시점에 세계화를 선도했다고 보면 그리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의 역사는 팽창의 역사니까. 더 따먹을 수 있는 땅이 사라지자 자본과 재화, 그리고 사람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세계화를 추진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이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 같다. 관세로 재화의 이동을 제한하고, 이번에는 H1B 비자를 어렵게 만들어서 사람의 이동을 제한하려고 한다. 불법체류자들은 진작에 쫓겨나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자본의 이동을, 출국세 같은 거 만들어서, 막는 조치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이른바 우리가 알던 세계화의 시대가 끝나는 것이지.

세계화를 끝내면 어찌될까? 나도 잘 모르겠다. 이게 그렇다고 19세기 수준으로 사람과 자본, 물자의 이동이 어려워지진 않을테고 어느 정도라는 게 있겠지. 그런데 그걸 잘 못 조절하면 아르헨티나 꼴이 난다. 아르헨티나에서 휴대폰 같은 전자제품 수입을 금지시키고 무조건 지네 나라에 공장 짓고 거기서 만든 물건만 지네 나라에서 팔게 한 적이 있다. 지네 나라 제조업을 일으켜보겠다 뭐 그런 건데 결과는, 아르헨티나가 하는 일이 다 그렇듯이, 폭망이었다. 만들어지는 제품이라는 건 다 몇 세대 전 것이고 가격은 존나 비쌌다. 이래서 전자제품 밀수가 판을 치게 되는 등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하고 사람들만 괴롭게 만들었지.

세계화를 끝내는 것이 얼마나 큰 변화인지 행정부 사람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처럼 무모한 짓은 하지 않을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사실 세계화를 추진한 것도 이게 절대적인 선이어서가 아니다. 그냥 그게 그 당시에 지네들한테 이익이었기 때문이지. 이걸 끝내는 게 미국에게 이익이라는 판단이 들면 못 끝낼 것도 없다.

내가 H1B를 받은 게 대충 14년 전인데, 아마도 지금처럼 수수료가 높았다면 한국으로 돌아가서 은행이나 다니고 있겠지. 지금 학위를 받는 애들은 대충 그렇게 된다는 건데… 정말 시대가 달라지는 것 같다. 앞으로는 지난 이삼십년과는 완전히 다를 것 같네. 이럴 때 생각 없이 날뛰면 골로 가는 거고, 영리하게 움직이면 기회를 잡을 수도 있겠지. 나는 모르겠다. 그냥 몸이나 사리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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