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은 프렌차이즈 전문 기업을 이끌고 있다. 백종원의 특장점으로 봐서 이 기업의 장래는 어떨까? 사실 파이낸스 전공인 나로써는 이런 데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다.
애플의 특장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유려한 통합이다. 백종원의 특장점은 맛은 좀 별로라도 그럭저럭 흉내내는 음식을 싼 재료와 저급 기술로도 만들어내는 양산화 능력이다. 그럼 여기서 얘네가 경쟁해야 하는 시장이 딱 보인다. 외식업 중에서도 제일 바닥이다. 물론 바닥 뚫고 지하실 들어간 식당들도 많이 있지. 그런데 그런 지하실을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은 없잖아. 어쩌다 우연히 찾아가서 똥 밟았다 하는 게 그런 지하실인 거지. 이래서 백종원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번창할 수 있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지하실로 가득 차 있는 동네이거나
2. 지하실조차 없어서 멀쩡한 음식 먹으려면 차로 20분씩 나가야 되는 동네이거나 (미국 중서브 서버브 같은 곳)
3. 멀쩡한 음식점은 많이 있지만 소득이 낮아서 싼 가격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동네
솔직히 말해서 돈을 벌기에는 상당히 빡센 조건이다.
백종원 프렌차이즈가 번창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한계를 뚫고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맛 없는 양산형 음식보다는 맛 있는 양산형 음식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거지. 그런데 이게 만만치가 않다. 맛 있는 음식은 애초에 특기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본인이 아예 모르는 걸 보통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본인이 잘 하는 걸 더 갈고 닦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뭘 할 때 본인이 갖고 있는 장점과 노하우에서 레버리지를 얻어서 해야 시장에서 장점이라는 걸 가질 수 있거든. 다이슨도 에어 모터 기술 하나가 장점이니까 그걸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잖아. 청소기, 선풍기, 드라이어 이런 식으로.
존나 어렵겠지만 어떻게 열심히 지금부터라도 내공을 쌓아서 맛 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쉽다. 그게 또 정석적으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 회사는 신기하게도 연구개발비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아예 이 쪽은 모르니까 과감하게 내려놓은 거라면 뭐 칭찬해줘야 하는 건가?
맛 있는 음식 만드는 게 절대 만만한 게 아니다. 청정원 이런 식품 회사들 다 연구소 갖고 있고 식품 공학 전공한 친구들 거기서 존나 뺑이 쳐야 나오는게 우리가 먹는 라면이고 만두고 그렇다. 그런데 백종원 프렌차이즈는 자체 기술로 만들어내는 소스 하나 제대로 없다. 지금부터 음식을 존나 연구해서 맛 있는 음식 만드는 프렌차이즈를 향해 나간다면 뭐 정말 바람직한 일이긴 하지만 갈 길이 존나 멀어 보인다.
그래서 백종원이 가진 장점과 역량으로 펼 수 있는 사업 전략은 이렇다.
뭔가 유행할 것 같다 => 레시피를 흉내내서 싸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다 => 아직 유행하고 있을 때 그걸로 뽑아먹고 => 유행 끝나면 접고는 다음 유행할 걸 찾아본다
이른바 떳다방식 프렌차이즈다.
이 분의 캐파가 음식점 몇 개 운영할 정도는 넉넉하게 넘다보니 본인이 음식점을 돌리기보단 프렌차이즈로 다른 사람들이 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비즈니스를 갖고 계신 것이지. 저런 식으로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절대 아닌 것이 아니다. 아마 저걸 백종원보다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에 없지 싶다. 사실 프렌차이즈 점주들도 본인이 저렇게 할 수 있었으면 직접 했지. 시장 경제에서 서로 간의 합의로 계약서에 도장 찍고 진행했으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이 책임지는 게 맞으며 거기에 대해서 도덕적 비난을 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
하지만 이건 정보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공개가 되어 있을 때 얘기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과 본인의 역량과 앞으로 할 일들에 대해서 프렌차이즈 점주들과 공유가 되어 있었다면 사실 뭐 누가 뭐랄 게 없지. 그런데 저 부분에 대해서 구라를 쳤다면 그건 상당히 비난의 소지가 있다.
결론적으로 투자는 상당히 유의해야 한다. 고유 기술이나 특장점이 상당히 빈약해 보이므로. 그리고 점주들도 딱 위의 세가지 조건이 맞지 않는다면 딱 치고 빠지기만 할 생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프렌차이즈로 보인다.
'Simple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종원 프렌차이즈 음식의 방향성을 알 것 같다 (0) | 2025.10.16 |
---|---|
진짜 세계의 질서가 바뀌는 듯 (0) | 2025.09.23 |
팔자에 없는 거 또 한다 (0) | 2025.09.22 |
힘들어서 죽을 것 같네 (0) | 2025.09.05 |
테일러 스위프트 약혼 했네 (0) | 2025.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