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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서울대 음대 교수 바보 아들을 뒀나?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에 내가 다니던 학교 교수 하나가 자기 연구실 석사과정 학생 싸대기를 날려서 고막을 터뜨렸다. 학생이 좀 맹했건, 그 교수 기분이 좀 안좋았었건 간에 이러고나면 사과를 하던지 피해보상을 해주던지 아니면 감방에 가서 몸으로 떼우던지 해야 하는게 상식이다. 그런데 아무일도 없었다. 오히려 피해자인 학생이 혹시 교수 기분 나쁠까봐(쉽게 말하면 대학원 짤릴까봐) 전전긍긍했다. 이 일은 공대 화장실 벽에 누가 낙서를 내놔서 아는 사람 제법 많았다. 그 교수는 학과장은 아니었지만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학과장을 능가하는 파워를 갖고 있었다. 보통 부패한 교수들이 그렇다. 때문에 아무리 피해자라도 그 바닥 떠날 각오 아니면 그냥 숨어서 눈물만 흘릴 수 밖에 없었지.

그리고 내 고등학교 시절 경험 하나. 고3 말기엔 원서 쓰는 문제로 담임교사와 마찰이 있는 경우가 많다. 나도 다르지 않았는데 어쩌다가 울 어머니가 담임교사를 만나고 왔는데 뭔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담임 기분을 좀 안좋게 만든 모양이었다. 좀 있다 불려 올라간 나는 진짜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개맞듯 맞았다. 하나 기억나는건 내 머리를 주먹으로 잡은 뒤에 벽에 찧었다. 그것도 여러번 덩치도 큰 사람이 그러니까 어찌나 겁이 나던지. 이유라도 알면 나을텐데 에휴... 약간 열린 문 틈 사이로 우리반 애들 몇명이 보고 있었다. 그애들의 눈빛 하며..

집에 돌아와서 엄마한테 나 죽을뻔 했다고 그랬다. 그랬더니 어머니는 별 일이 없었는데 왜 그랬냐며 담임에게 또 찾아갔다. 담임은 그자리로 날 불러세우고 정말 그 자리에서 그렇게 맞았냐며 나한테 물었고 똑같이 해보자면서 그냥 내 머리를 잡기만 했다. 그리고 한 말에 내 귀를 의심했는데 "이렇게 머리 잡기만 했지 내가 머리를 잡고 벽에 찧기라도 했냐?"라는 거였다. 난 기가 막혔지만 가만 있었다. 내 힘으로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고 여기서 또 한마디 해봐야 더 문제가 커질 것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억울하지만 그냥 조용히 내가 참고 넘어가는게 가장 문제를 쉽게 모면하는 방법이었다.

서울대 교수의 폭행 및 금품 요구에 대해서 언론이 떠들썩하다. 나도 대학원이란 바닥을 잘 알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으리란 게 짐작이 간다. 그냥 강건너 불구경 하듯 했는데 오늘 그 교수의 22살짜리 아들이 그런일 없었다 식으로 글을 올렸단다. 학생들이 교수 시모의 팔순잔치에 동원되긴 했지만 비싼 밥도 사줬고 그냥 부탁을 했을 뿐이란다. 그때 쿨하게 거절하면 되는 것이지 왜 이제와서 말이 많냐며. 난 이걸 보고 이 아들이란 놈이 바보가 아닌가 싶었다. 한국 사회에서, 더군다나 도제식 교육을 하는 지도교수가 부탁을 한다면, 이게 학생 입장에서 '쿨하게 거절해도 되는' 부탁일 수가 있을까? 이것도 생각을 할 줄 모르는 놈이면 좀 심하게 모자란거 아닌가 싶다.

아마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은 진짜 대단한 용기를 내서 한 건데 이게 '니 한번 좆돼봐라'라는 철없는 감정이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학과장에다가 대외활동도 활발한 사람이면, 어지간한 물의를 일으켜도 복직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복직이 안되더라도 그동안 쌓아놓은 게 많아서 이런 사람 눈 밖에 나면 자기 앞길에 답답한 일 생길 수도 있다는 걸 모를 리 없다. 아마 문제 제기하기 전에 이런 이야기는 숱하게 들었을거다. 이 큰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한 문제제기를 '이해할 수 없는 억지'로 치부하다니. 철이 없다고 해야 하나 좀 모자란다고 해야하나.

위에서 내가 말한 파워 있는 교수, 결국은 다른 문제로 구속이 됐다. 하지만 지금 떵떵거리고 잘 산다더라. 이번에 문제가 생긴 서울대 음대 교수도, 물의가 정말 사실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별 문제 없이 잘 살거다. 오히려 문제제기한 학생들 앞날에 피곤한 일이 많을까봐 걱정이다. 아니 난 확신한다. 그 학생들 앞날에 피곤한 일 정말 많을거다. 그냥 본인이 조금만 꾹 참으면 본인에게 가장 이롭다는 것도 분명히 알았을거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문제제기한 것에 대해서 참 대단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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