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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스포츠

이걸 스포츠라 불러야 할지 미친 짓이라 불러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어제 그냥 요새 기분도 좀 그렇고 해서집에 쳐박혀서 책이나 보고 있는데, 지난번에 학위 받고 교수된, 그래서 인생을 제대로 즐기고 있는,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몬스터 트럭 쇼가 있는데 그걸 너무 보고 싶으시댄다. 혼자 가는건 좀 그래서 나를 꼬셔보자는 건데, 뭐 그냥 나도 가봤다.


몬스터 트럭이 여러대 나와서 작은 차들 깔아뭉개고 다니면서 경주도 하고 그냥 바닥을 빙글빙글 돌기도 하는거다. 그러다가 가끔 선/악 구도도 나오고, 중간에 쉬는 타이밍에는 이상한 로봇 같은 애들이 나와서 세계를 구하니 어쩌니 하는 연극도 하고. 이게 다 트랜스포머 때문인가 싶기도 했다.

보고 있으면, 참 이 멍청한 것을 보고 있어야 되나 갈등이 되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재밌기도 했다. 미국 애들이 힘 과시하고 선/악 구도 나누고 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진행하는 걸 보니 프로레슬링이랑 똑같더라고.

이게 참 무식하고 웃긴 자동차 서커스일 뿐인데, 한편으론 여기서 미국이란 나라의 저력을 봤다면 좀 오바일까? 실제로 난 그렇게 느꼈다. 그냥 자동차란 걸 아주 extreme하게 만들어서 보여주는 건데 이게 참 미친 짓이다 싶어도, 반대로 말하면 이런 미친 놈들도 다 이런걸로 먹고 살 수가 있는 나라가 미국인거지.

한국이란 나라는 조금만 미친 짓은 다 쓸데없는 짓이고, 굶어죽기 딱 알맞은 짓이다. 그런데 미쳐도 한 방향으로만 미칠 수가 있나? 수많은 미친놈들이 오만가지 방향으로 미치다보니 자동차에 미친 놈들은 이런 것도 하고, 다른 쪽으로 미친 놈들 중에 스티브 잡스 같은 놈도 나오는 거겠지.

자연스레 내가 어릴 때 만졌던 애플 컴퓨터와 애플사의 흥망이 생각났다. 처음 만진 컴퓨터가 애플이어서 비록 난 애플 컴퓨터를 갖고 있진 않았어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에 참 관심이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스티브 잡스가 넥스트컴퓨터를 들고 나왔을 때가 생각났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넥스트 컴퓨터는 완전 미친 짓이었다. 지금 컴퓨터 시스템 쪽에서는 크라우드 컴퓨팅이란 게 아주 이슈인데, 내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잡스가 들고나왔던 넥스트 컴퓨터가 이 크라우드 시스템과 상당히 유사했던 것 같다.

아주 당연한 얘기지만, 넥스트 컴퓨터는 망했다. 일단 기반 기술들이 충분히 발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시기상조였던 것이지. 하지만, 그런 실패가 지금 애플, 지금 미국 컴퓨팅 기술들의 밑거름이 되었음은 자명하고, 그런 미친 짓을 하는데도 엄청난 자금이 기꺼이 제공되었던 것이지.

간단히 말하면, 미국이란 나라는 다양한 미친 짓에 관대하고, 그걸로 밥을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다. 좁아터진 땅덩이에서, 조금만 정도에서 벗어나면 바로 미끄러지는 나라에서 아둥바둥하던 나. 여러가지로 참 미국이란 나라의 대단함을 알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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