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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농협 전산장애는 복구되기 어렵다

농협에서 사상 초유의 전산장애가 생겼다. 농협에 있는 담당자들에게는 정말 뭐라고 해야될까. 정말 귀신에 홀린 기분일게다.

수백개의 서버에서 OS를 날려버렸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난 테러라고 생각했다. 실수로는 저런 일이 있을 수가 없다. 그럼 이게 과연 언제 복구가 되느냐인데, 복구까지는 최소 몇달이다. 농협에서 말한 22일은 턱도 없이 짧은 시간이다.

서버에 OS를 설치하고 부팅만 한다고 농협 시스템이 돌아가진 않는다. OS 외에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이 설치되고 사실 그 어플리케이션들이 농협 시스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SW 환경이란게 패키지만 제공하고 끝나지 않는다. 끊임없이 농협에 특화된 기능을 덧붙이기를 요구했을거다.

패키지만 설치하고 끝났다면 그것만 다시 설치하면 되지만, 농협 특화된 기능을 덧붙이기 위해서 수많은 패치를 했을텐데, 그 패치를 어디서 다 구하느냐는 문제가 있다. 농협 전산실에서 패치를 관리했겠지만, 그게 다 남아있지 않고 날아갔다면, 어떻게 동일한 버전을 구할까? 이게 문제다.

운이 좋게 농협 특화된 패치를 다 구했다 치자. 그래도 또 문제가 있다. 그걸 다 테스트해야된다. 그 방대한 내용을 패치를 하고 테스트하고, 만약 패치가 누락된 게 있었다면 또 다시 패치를 받고 그 짓을 해야된다. 농협 시스템이 엄청 크다는데 얼마나 많은 인력이 달아붙어야 이걸 22일까지 끝낼 수 있나? 절대 못한다.

그리고 또 나쁜 뉴스가 있다. 농협 시스템을 개발한 업체 중에는 이미 망한 회사도 있다.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갔는데, 없어지진 않았지만 관련 일을 했던 사람 대부분이 퇴사했을거다. 그럼 농협에 설치된 자기네 제품이 과연 어떤 버전인지, 패치는 뭘 해야되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거다. 만약 기록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기록이란 건 100%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또 일일 테스트해야된다. 이미 다 아는 사람이 해도 갈 길이 먼데, 새로운 사람이 맨땅에 헤딩을 해야된다.

어느 천년에 이걸 다 할까? 하지만 분명한 건 이번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하면, 아마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무척 크지만, 언제 또 시스템에서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정말 산너머 산이네. 농협 전산실 직원들 정말 안됐다. 그 하청업체 직원들도 역시 불쌍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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