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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한국 자본시장 Regulation의 후진성

내가 지금 블로그질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좀 있으면 시험에 project due에.. 정신없다. 그런데도 너무나 화가 나는 일이 생겨서 또 이러고 있다.

얼마 전에 부산저축은행이 사실상 파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다. 곱게 말하자면 이런데, 부산 저축은행은 완전 양아치 소굴이었다. 저축은행이 거의 사채업자나 다름 없는데,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걸친 놈들이 워낙 많단다.

부산저축은행의 수법을 보면, 일단 대주주가 있다. 80먹은 노인네가 No. 1이란다. 이놈의 노인네가 직접 했는지 지 밑에서 딱까리하던 No. 2가 주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놈이 그놈이지 뭐. 은행의 대주주로 앉아있으면서 차명으로 회사를 여러개 만들었다. 그리고 그 회사들에게 엄청난 양의 대출을 해줬다. 전체 대출의 반이 되던가 아니던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

대주주가 은행도 갖고 있고 회사도 여러개 갖고 있는 모양이 일단 나온다. 그렇게 해서 회사에서 이익이 나면 그건 지꺼다. 그런데 회사가 망해서 대출금 못갚으면, 저축은행은 망한다. 지금처럼. 그럼 자기가 대주주인 저축은행도 망하고 회사도 망하니 대주주도 개털되는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기꾼이 사기 칠 때 지껀 떼먹을 방법 정도는 만들어 놓는다. 이미 배당금, 급여 등으로 수백억원을 대주주 주머니로 따로 들어갔고, 이 상황에서 저축은행 망해도 이미 그동안 빼먹은 돈이 없어지는 건 아니라서 밑져야 수백억 먹는거다.

더 쉽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남의 돈으로 도박을 벌인다. 도박해서 벌면 지꺼. 잃으면 그냥 남의 돈 없어지는거고 법적으로 자기 책임은 없다. 그리고 도박을 했고 망하기 일보직전이 됐다. 이 상황에서 남에게 빌린 도박자금을 각종 명목으로 상당부분 빼돌리고 도박은 실패. 결국 돈 맡긴 사람만 왕창 돈 떼인거다.

사실 내가 잘 아는 사람 하나도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었다. 그럼 이 사건을 막을 수는 없었나? 막을 수 있었다. 금감원에서 낙하산으로 온 감사가 있었는데, 그 감사의 아들놈까지 그 저축은행에 있었다. 차명법인을 엄청나게 찍어내고, 그 법인으로 말도 안되는 양의 대출이 나가고 있는걸 그놈의 감사가 몰랐을 수 없다. 무조건 알았다. 그런데 그동안 뭘 했나? 물론 경고장 보내고 No.2라는 놈도 구속되고 했지만, 사건이 이렇게 되기 전에 부산저축은행을 눌러 앉혔어야 됐다.

사기꾼은 사기를 친다. 그놈의 사기를 잡아내고 못치게 만드는게 레귤레이션인데, 오히려 레귤레이션 역할을 해야될 놈이 적극적으로 사기에 가담했고, 여기에서 책임지는 놈은 없다.

이게 바로 레귤레이션의 후진성이다. 도대체 레귤레이션이 허술하거나, 감독역할을 해야 될 놈이 직무유기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방조 내지는 동조했서 문제가 터진건데, 책임지는 놈이 아무도 없고 별로 바뀌는 것도 없다.

내가 전에 비가 사기친 것에 대해서 (물론 합법을 가장한 사기다)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이렇게 한국 자본시장의 레귤레이션이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은행에서 스타트업에 대출을 해줄 때, 사장 혹은 대주주의 연대보증을 요구하는거다. 혹자는 이걸 두고, 스타트업에 한번 실패하면 저게 족쇄가 되기 때문에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고 한다. 그런데 레귤레이션이 너무 허술해서 이렇게 사기치기가 좋은데 어떻게 저걸 안하냐. 은행을 욕할 게 아니라 자본시장 감독기관이 제 일을 안하는 것을 욕해야된다.

내가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 운운하려면 제일 먼저 발전해야 되는게 감독기관이라고 본다. 금감원에서 일하는 애들이 무슨 죄겠냐. 나름 없는 인력에도 최선을 다하고 잇는 거겠지. 하지만 이런 문제 있는 기관에다가 감사라고 지네 퇴물 직원 내려보면, 사실 감사를 제대로 하라고 내려보내는것도 아닌거 다 알지 않나? 사실 저축은행에서도 제대로 감독해주십사 하고 데려오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레귤레이션이랑 사기꾼이 짜고치는 고스톱인데, 이런 고스톱판을 못벌이도록 만들어야 할 감독기관은 도대체 뭘 하고 있나?

진짜 이래서 한국 자본시장에 뭘 믿고 투자를 할지 걱정이다.

이 판에 산업자본의 은행 진출을 도와주시는 분이 대통령으로 앉아계신 것도 참.. 답답하다. 도대체 생각이란 걸 할 줄 아는건지 아니면 이놈의 사기도박판에 발을 담궈보겠다는건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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